[칼럼] 국제노동기구 100주년, 일의 미래

* 이 글은 경향신문에 매월 연재하는 필자의 고정 칼럼(세상읽기) 2019년 6월 7일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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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국제노동기구 100주년, 일의 미래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노동인권이나 노동정책을 주제로 강연을 하다보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처럼 노동 문제 관련 유엔 산하 전문기구는 없나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충격을 받는다. WHO는 1923년에 설립되었지만, 국제노동기구(ILO)는 그보다 4년이 빠른 1919년 설립되었고, 2019년 현재 187개 국가들이 가입한 상태다. 우리는 1991년 152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사실 ILO는 각국의 노동입법수준을 발전·향상시켜 노동조건과 생활수준을 보장하고 개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업과 불완전고용, 노사관계, 경제발전, 자동화를 비롯한 기술변화 문제 등에 관한 연구도 한다. ILO는 2019년 100주년을 맞이하여 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오는 10일부터 약 10일 동안 100주년 기념 총회도 개최된다. 매년 열리는 총회에는 우리를 포함해 전 세계 노사정 대표가 모두 참가한다. 아마도 이번 총회에서는 ‘미래의 일’과 관련된 10가지 권고사항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평생교육, 성평등, 보편적 노동권 보장, 좋은 일자리 실현과 기술투자 및 사회적 보호 등이다.

그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노동환경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인공지능, 자동화, 로봇공학 등 기술발전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새로운 기회가 주는 혜택을 받을 준비가 안된 노동자들이 기술발전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될지 모른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 배운 교육과 지식은 미래에 창출되는 일자리에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고, 새로 습득한 기술은 오래 못 가 쓸모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한다.

2019년 대한민국의 노동현실과 일의 미래는 암울하다. 우체국 집배 노동자들이 지난 10년 사이 191명이나 사망했다고 한다. 올해에만 벌써 4명이 과로로 목숨을 잃었다. 언론 기사를 보니 우정본부는 적자 문제로 인력 충원이 더딘 것으로 이야기한다. 그 말에 더 화가 난다. 그럼 앞으로 흑자가 되기 전에는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어도 괜찮다는 것인가. 이뿐만이 아니다. 아직도 여성과 남성 화장실이 분리되지 않는 A공공기관도 있고, B공공기관 자회사 직원들은 별도의 휴게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있다. 민간기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수년째 같은 곳에서 일을 해도 처우개선은 없이 새로운 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노동시장 상황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일하는 사람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이다. 여성의 임금은 남성에 비해 여전히 35% 정도 낮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은 다소 해소되었으나 자산의 대물림으로 인한 소득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과도한 노동시간에 시달리거나 산업재해로 매년 목숨을 잃고 있다. 직장 스트레스는 정신건강 위험을 심화시켰다. 그럼에도 90%의 노동자들은 아직도 노동기본권을 누리지 못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터에서의 권리를 위해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을 만들고 보니 정규직 전환을 해주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사회에서 ‘일터의 권리’는 없었다. 대한민국은 ILO 주40시간 협약을 했어도 세계 최장시간 일하는 곳이다. 산업안전보건 협약을 6개나 비준했지만 OECD에서 가장 높다. 영국 사망률의 26배다. “모든 노동자들은 계약형태나 고용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는 인간적인 노동환경을 보장하는 적절한 노동보호를 누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100년 전 ILO가 선언한 “진정으로 보다 인간적인 노동체제”인 것이다.

이제 우리도 그 여정에 함께해야 하고, 더 나은 일의 미래를 위한 기회를 포착해야 할 시기다. ILO 100주년 보고서는 유급휴가제도를 통한 평생교육훈련 시행, 플랫폼 노동과 같은 비표준적 고용의 규율,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사회안전망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노동자 경영참여나, 여성과 청년 문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ILO 1호 협약이 8시간 노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도 ‘더 나은 미래의 일’을 위한 목표는 절실한 과제일 듯하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6062048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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