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다수의 국가들이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라고도 널리 알려져 있는 2015년 이란 핵협정을 지속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는 작년에 본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던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협정 참여 국가들을 포함한다.

미국은 최근에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계속적으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이른바 2차 제재를 통해 일부 국가들에게 허용했던 면세를 철회함으로써 해당 협정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한 압박을 새로이 강화시켰다.

이제,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인도,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은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계속하여 수입할 경우 이론상 미국의 제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미국은 이제 철, 강철, 구리, 알루미늄과 같은 석유 외 기타 자원들을 이란으로부터 수입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도 2차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뤄진 미국의 조치는 유럽연합, 터키, 중국 및 러시아에 의해 강력한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아주 치밀한 계산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세계는 해당 협정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나?

이 의문에 대해서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단기적인 측면에서 선뜻 대답하기란 쉽지 않으며, 세계 기축 통화 및 국제무역거래 시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통화인 미국 달러에 대한 세계국가들의 지속적인 의존도 때문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는 세계국가들이 미국달러뿐만 아니라 미국에 근거지를 둔 금융 기관들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이른바 2차 제재의 위협은 제재대상 국가와 미국 간의 국제물품매매 제한 이상의 차원임을 의미한다. 예를 들자면, 제재는 자발적으로 서로 거래하기를 원하는 국가들을 포함하여 제재대상국가들로 하여금 세계의 수많은 국가들과 국제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제한할 수 있다.

한 국가가 그렇게 일방적인 방식으로 국제거래를 통제하고 그에 따라 국제거래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한 국가의 패권에 의거한 시스템이 아니라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거래 시스템을 유지하고 확대하고자 하는 국가들을 걱정시킬 것이다. 해당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단일 국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 않은 통화를 세계 기축 통화로 만드는 데 있다. 이는 제재로 인해 이란이 현재 겪고 있는 위기보다 더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 왔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브레튼우즈 체제가 생성된 1944년 협상 중에 국제 무역을 위한 새로운 세계 준비 통화이자 표준통화가 될 방코르(Bancor)라고 불리어진 초국가적 통화를 제안했다.

케인스(Keynes)는 추후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딜레마에 의하면, 한 국가가 양호한 무역 수준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유동성 통화를 전세계 국가들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한 국가가 가진 보유고(예비자산)가 없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로 인해 1971년에 브레튼우즈 체제가 사실상 붕괴되었을 때조차도, 해당 문제는 계속 이어졌다.

2009년에 중국인민은행 총재였던 샤오촨(Zhou Xiaochuan)은 법정통화가 사용되는 곳에서조차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2008년 세계불황을 초래한 주요 원인들 중 하나로 해당 현상을 지목했다.

그러나,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준비 통화에 관한 또 다른 우려는 통화가치뿐만 아니라 통화 접근 매커니즘의 조작을 통해 정치적 이유로 전 세계 국가들을 나쁜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샤오촨(Zhou)은 한 국가가 전 세계의 준비 통화를 일방적으로 통제함에 따라 나타나는 직접적인 조짐인 현재 이란이 겪고 있는 위기가 발생하기 10년도 더 이전에 그것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방코르(Bancor) 또는 기존 금속본위제와 유사한 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SDRs)이 존재했다면, 미국의 2차 제재 위협이 미치는 영향력은 현재보다는 덜했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탈중앙적 혹은 다국가간 국제 준비통화 하에서 미국이 2차 제재를 통해 타국가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은 미국과의 교역을 금지시키는 것이지만, 다른 국가들 간에 금융 거래까지는 금지할 수는 없다.

그러한 체제는 마치 이란에 있었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세계 국가들이 미국에 대해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안타까운 현실은 탈중앙적 혹은 다국가간 준비 통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런 일들이 단순히 짧은 시일 내에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동안 등한시되어왔던 특별인출권(SDRs)과 같은 기존 다국가간 통화 바스켓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앞으로 10년 가까이 소요될 것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로버트 트리핀(Robert Triffin) 및 샤오촨(Zhou Xiaochuan)은 국제 준비 통화 발행을 통해 한 국가가 세계 금융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서 발생하는 체계적 결함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의 의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란 협정의 파기와 같은 위기들이 앞으로도 계속하여 일어날 것이다.

 

Adam Garrie

영국에 근거지를 두고 글로벌 정책 및 분석을 실시하는 Eurasia Future Think Tank의 이사이자 The History Boys 토크쇼의 공동사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