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법이 시행된지 20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정보공개제도는 시민의 알권리를 위해 발전해왔습니다. 특히 정보공개 행정소송은 이전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행정정보들이 법원의 판결을 통해 공개되면서 시민들의 알권리가 확대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는데요. 

정보공개센터는 세계일보와 함께 지난 20년 동안 국민의 알권리 확대에 크게 기여한 ‘국민 알권리 디딤돌 판결 10선’을 선정했습니다. 정보공개법 제정의 시작이 되는 청주시 행정정보공개 조례안 합헌 결정 판결부터 시민들의 생명 또는 생활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게끔 한 판결들이 이번 10선에 선정되었는데요. 이번 알권리 디딤돌 판결 10선에 선정된 판결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알권리 디딤돌 판결 10선' 기사(클릭)

1. 청주시 행정정보공개 조례안 통과 판결 [92추17판결]

‘지방행정은 주민의 납세에 의해 운영되는 만큼 

행정정보는 모든 주민이 공유해야 하는 시민적 공유재산이다. 

따라서 행정기관의 정책결정에 의견을 제시하는 데 필요한 정보뿐만 아니라 

생활정보를 적극 공개 제공해야 한다’

- 대법원 1992. 6. 23. 선고 92추17 판결-

이 판결은 정보공개법이 탄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판결입니다. 지역주민들에게 지방행정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게끔 한 조례제정에 대해 비록 정보공개법이라는 상위 법률이 없더라도 조례의 타당성과 효력을 인정해준 판결입니다. 청주시의 행정정보공개 조례안 합헌 판결은 이후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정보공개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97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토대를 마련한 판결입니다.

2. 국회의원 특수활동비 공개 [2015구합66493]

‘특수활동비는 예산 편성부터 집행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아무런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실제로 부당하게 집행된 사례가 있어,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 

국회 활동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 서울행정법원 2017. 9. 8. 2015구합66493 판결-

기밀유지가 요구되며 의정활동 위축이 우려된다며 사용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던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해야한다는 판결입니다. 

각 기관장들의 업무추진비는 그동안 많은 행정소송을 통해 공개되어 왔습니다. 허나 ‘특수활동비’의 경우 수사나 기밀을 요할 경우 사용되는 활동비이기 때문에 그동안 사용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해당 판결을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국회의원의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을 시민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특수활동비는 예산 편성부터 집행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아무런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실제로 부당하게 집행된 사례가 있어,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 국회 활동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판결문 :  국회의원 특수활동비공개_2015구합66493.pdf


3. 12‧28 한일위안부합의 관련 정보 공개 [2016구합55698]

‘12·28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합의는 이미 과거에 있었고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본의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평가 및 배상을 다루고 있는바 

다수의 국가와 체결하는 자유무역협정이나 장래 국가간 정보시스템, 방위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일련의 군사 협정 등과도 그 성격을 달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정보의 비공개로 보호되는 국가의 이익이 국민의 알권리보다 크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서울행정법원 2017. 1. 6. 2016구합55698 판결- 

다음으로는 국가간 외교 관련 정보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공개해야 한다는 2가지 판결이 선정되었습니다. 먼저 한일위안부합의 관련 정보공개 판결은 외교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도 ‘인권 보호와 국가의 역사적 채무 이행’이라는 공익 가치를 고려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선례를 남긴 판결이었습니다. 

*판결문 :  12‧28 한일위안부합의 관련 정보 공개_2016구합55698.pdf

4. 한미 FTA 협상 서류 공개 [2016두51962]

외교․통상교섭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객관적 근거가 뒷받침 되지 않은 가능성이나 일반적인 추론만으로 섣불리 비공개사유의 존재를 인정하여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6두51962 판결 - 

다음으로 한미FTA 협상 서류 공개 판결입니다. 외교나 통상교섭 분야에서는 국민의 알권리에 비해 국익이나 국제관례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해당 판결을 통해 외교 통상 분야에 만연한 정보불균형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판결이 되었습니다. 

*판결문 :  한미 FTA 협상 서류 공개_2016두51962.pdf

5. 사법행정권남용 법원행정처 문건 공개 [2018구합69165]

법원행정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이 발표한 조사결과 내용 중 ‘조사결과 주요파일 종합(404개)’ 파일 원본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판결.

업무수행 과정에 작성된 문서는 정보공개 대상 정보에 포함되며, 해당 문건이 특별조사단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진술을 청취하거나 그 결과를 확정하기 위해 특별조사단의 내부검토 과정에서 생성된 것이 아님.

따라서 법원은 해당정보가 “공개될 경우 감사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

-  서울행정법원  2019. 2. 15. 2018구합69165  판결 - 

사법행정권 남용이라는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중요하게 여긴 판결입니다. 이번 판결을 통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명확히 조사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알권리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정보공개 원칙을 확인해준 판결이기도 합니다. 

*판결문 :  사법행정권남용_2018구합69165.pdf

6. 인권기본법 초안 공개 [2016구합65107]

‘국가인권위원회 내부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한 것이 되어 사회의 혼란을 초래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를 하락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 하였지만 

이에 대해 법원은 '이는 막연한 추측에 불과하고 그러한 일반적인 가능성만으로 국가인권위원회의 법률안 제정 추진 등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법률안에 관한 연구 개발인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받은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함.

- 서울고등법원 2018. 11. 7. 2018누51845 판결 - 

해당 판결은 제정과정에 있는 법률 또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로, 의사결정과정에 있는 정보도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면, 공개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해 준 판결입니다.

*판결문 :  서울고법_2018누51845_판결서(인권기본법초안).pdf

7. 국정교과서 집필기준 및 편찬심의위원회 명단 공개 

‘역사교과서 편찬심의원회 명단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데다 

국가의 정체성 확립과 청소년의 역사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요성에 비춰볼 때 

그 구성이 편향되거나 요구되는 수준에 못 미치는지 등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가능하도록 

정보를 공개할 공익상 필요가 크며, 

국민에 의한 기본적 감시와 통제를 가능하게 하고 협의과정의 투명성·공정성·정당성 확보를 위해 편찬심의위원회에 누가 참석했는지 그 명단과 소속을 밝혀 건전한 국가의식 및 역사교육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가진 전문가로 구성됐는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

- 서울고등법원 2017. 1. 11. 2016누65987 판결 -

해당 판결은 인권기본법 초안 공개 판결과 함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공적업무 영역인 경우 오히려 의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판결입니다. 

*판결문 :  국정교과서 편찬심의회 명단공개_2016누65987.pdf

8. 통신비 원가 공개 [2014두5477]

‘이동통신서비스는 전파 및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이용하여 제공되고, 

국민 전체의 삶과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양질의 서비스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되어야 할 필요 내지 공익이 인정되고, 이를 위한 국가의 감독 및 규제 권한이 적절하게 행사되고 있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

-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4두5477 판결 -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던 이동통신 요금 원가 산정 정보를 공개해야한다고 판단한 판결입니다. 법원은 이동통신서비스는 전파 및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이용하여 제공되고, 국민 전체의 삶과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이를 공개할 공익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민간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라 할지라도 그 성격이 공익적이거나 보편적인 경우, 서비스 가격 책정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판결입니다. 

*판결문 :  통신비 원가공개_2014두5477.pdf

9. 병원별 항생제 처방률 공개 [2005구합16833]

‘의료행위는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환자의 자기결정권 혹은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하기 위하여 

의료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소비자들에게 사실에 기초한 정확한 의료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하여 의료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때에 

공익을 증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신뢰도 더욱 깊어지리라고 본다’

- 서울행정법원 2006. 1. 5. 2005구합16833 판결 -

의료행위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와 진료선택권이라는 공익이 더 크다고 확인한 판결입니다. 해당 판결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인터넷으로 병원 경영평가 정보를 공개하게끔 하여 시민들의 진료선택권이 보장되었습니다. 

*판결문 :  병원항생제_2005구합16833.pdf

10. 삼성전자 작업환경측정보고서공개 [2018누10874]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는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근로자의 생명·건강과 직결된 정보로서 공개돼야 할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판시함. 

또한 해당 결과보고서가 '법인 경영 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 단서조항인 가목 '사업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로 부터 재산 또는 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봄.

- 대전고등법원 2018. 2. 1. 선고 2017누10874 판결 -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 작업장 내 190종의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정도를 측정 평가한 보고서 인데요. 반도체 공장에서 숨진 수많은 노동자가 그동안 다룬 화학물질이 무엇인지 알기위해 진행한 이 소송에서는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는 영업비밀로 볼 수 없고 전현직 노동자들의 안전 및 보건권 보장이 먼저라며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일반 기업의 정보라 할지라도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된 정보일 경우 공개해야 마땅하다는 것을 보여준 판결입니다. 

*판결문 :  삼성전자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_2017누10874.pdf

이상으로 지난 20년간 한국사회에서 시민의 알권리 중요성을 확인시켜준 판결 10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시민이 위임한 권력에 대한 감시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즉 생명이나 안전에 관한 사안들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정보공개방향 또한, 단순히 행정과 관련된 정보의 공개를 너머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의 공개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알권리 디딤돌판결 10선 선정위원 
- 경건(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박지환(변호사, OGP 민간위원 간사) 
- 설문원(정보공개위원회 위원장, 부산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 전진한(알권리 연구소 소장)
- 정진임(정보공개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