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9일, 6월 5일 시각장애인 협회 회원(개별 신청자)들과 함께 파주 삼릉으로 새소리 탐조를 다녀왔습니다.

  

  

2015년부터 진행한 새소리 탐조는 숲에서 새들이 내는 소리에 집중하여,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생태체험입니다. 진행은 환경연합의 오랜 회원이기도 한 의 이병우대표가 맡아주었습니다. 새소리를 구분하는 방법 뿐 아니라, 평소 몰랐던 새들의 습성까지 알려주어,  감동적이고도 흥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파주삼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중의 하나입니다. 서쪽의 5개릉인 서오릉, 동쪽의 9개릉인 동구릉처럼, 파주에 3개의 릉이 있어서 삼릉이라고 합니다.

  

(좌) 새소리를 녹음하는 참여자 (우) 자원봉사자가 숲길에서 발견한 새 깃털

   

(좌) 사진을 찍는 시각장애인 노을님

국가에 의해 관리된 왕릉숲은 숲이 우거져있어서 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입니다. 특히 번식기인 봄철에서 초여름은 새들이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song)를 들을 수 있습니다. 새들이 평소에 내는 소리는 영어로 call이라고하여 구분합니다.  우리가 특징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새들의 song입니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꾀꼬리도 적을 위협할때는 '으르렁' 소리(call)를 냅니다.

새소리를 듣기 가장 좋은 시간은 해뜨기 한시간전입니다. 새벽에 소리가 열배나 멀리가기 때문에 이 시간에 집중적으로 구애활동을 하지요. 그래서 새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되도록면 이른시간, 오전에 숲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홍주문에 있는 딱따구리 집입니다.  새들은 사람이 오면 소리를 멈추는데, 아기새들은 배가 고파 그런지 계속 소리를 냅니다.
새들의 아가도 소리가 단순합니다.

 

숲에서 가만히 새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박제로 만져본 되지빠귀, 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벌레를 잡기 위한 해 나무를 쪼는 소리와, 영역을 과시하기 위해 나무를 쪼는 소리도 역시 차이가 납니다. 


녹음된 어치소리를 틀어보기도 합니다. 어치는 다른 새들의 알을 먹는 흉폭한 녀석입니다. 
자기 영역을 경계하기 위한 진짜 어치와, 둥지를 지키려는 직박구리가 날아옵니다.  

 

참여자들 대부분은 지난 겨울 탐조에도 참여경험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참여자들이 제대로 체험하는 것에 집중해, 봄과 겨울 두번의 탐조에 참여하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여행을 가면 앞이 보이지 않아 큰 느낌이 없었는데, 이제 어디를 가든 그곳에서 들리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참여자의 이야기는 큰 보람이었습니다. "새들이 어떤 이야기하는지 듣고싶다" "새가 내 마음으로 들어왔다"는 시적인 표현을 해준 참여자도 있었습니다. 

질문 덕에 새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강남갔던 제비'라는 말처럼, 따뜻한 남쪽의 새가 왜 한국으로 오는지 하는 질문에 이병우대표님은 이 시기에 한반도에 새들의 먹이가 되는 애벌레가 집중적으로 많다는 답을 들려주셨습니다.  이날도 벌레들이 많아서 성가셨는데, 새들에게는 좋은 영양분이 된다네요.  그래서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계절은 한겨울이 됩니다.  특히 기름기 많은 들깨가 좋은 먹이가 된다고 합니다. 

 

이번 탐조의 기념품은 박새소리를 내는 장난감입니다. 목에 걸고 다니면서 소리를 내면 새들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있는 기념품이 될 것 같습니다. 

시각장애인들과 탐조하기 좋은 숲은, 새소리도 잘 들려야 하지만, 걷기도 편한 길이 있어야 합니다.
삼릉은 길이 평탄하고 바닥도 고른 편이지만, 곳곳에 돌맹이가 나와있는 곳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곳은 조금만 신경을 써 준다면 앞을 보지 못하고 걸어야 하는 시각장애인 뿐 아니라, 걸음이 불편한 노인들,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가족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숲이 될 것 같습니다.

 

'숲에서 귀기울여보면' 시각장애인 숲탐조
2019 5.29, 6.5
주최 : 환경운동연합
주관 : 에코버드투어
후원 : 사단법인 한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