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초 미국은 중동에 항공모함부대를 배치할 것임을 발표했다. 그 배경에는 이란이 중동에서 “미군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존 볼튼 (John Bolton)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을 공격하면 “가차없는 대응”에 나서겠다며 “대리전, 이슬람혁명수비대(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 이란 정규군,그 외 어떤 공격에도 미국은 완벽히 준비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그 위협이 무엇인지, 또는 이란이 정말 반미 발언을 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이번 항공모함 배치 결정은 지난주 미국이 그간 이란제재 예외 인정을 받아온 국가들에게 예외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일방적으로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를 강화하는 과정에 나온 것이었다.

이에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미국이 이란과 군사적 충돌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확언은 어렵지만 미국이 판을 키우며 지난 2017년 북한을 대상으로 펼쳤던 “최대의 압박”을 이란에도 적용할 태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핵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을 앞세워 주도하는 중동 내 질서에 도전하고 있는 이란 정부의 도전주의를 끝내는 것을 미국의 1순위 목표로 보아야 한다.

이란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첩보 및 군사활동을 대대적 “위협”인양 선전하는 기만적 해석은 모두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양동 전술의 일부인 것이다. 다만 미국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 계속해서 정권교체가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말하는 “중동”은 “지역별 내부시스템 (regional subsystem)”이라는 개념, 즉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 내 국가들 간의 상호작용과 이들에 대한 고려사항 안에서 분석되어야 한다.

중동의 지역 내부시스템 속에서 미국은 외부 패권국으로서 정치, 군사, 경제 질서를 제시하며,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로 대표되는 중동의 강대국들이 미국이 제시한 질서의 집행에 앞장서고 있다.

반면 이란은 1979년 혁명에서부터 이어진 반미주의를 바탕으로 중동의 현재에 도전하는새로운 역내 강대국인 셈이다. 중동의 진정한 강대국이 되기 위해 이스라엘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쟁하며 미패권에 대한 도전주의 체제를 확립하는데 자원과 이념을 쏟아 붇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란은 직접 미국과 시리아, 예멘 등 미국의 동맹국을 대상으로 수많은 대리전을 펼쳐왔다. 이러한 상황은 수년간 계속되었고, 그 막후에서 핵 이슈도 계속되었다.

이런 중동 국가 간의 경쟁 속에서도 버락 오바마 (Barack Obama) 정부는 당시 국제사회 전체가 지지한 핵확산방지를 수호하기 위해 이란과 공정한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그러나 공화당과 트럼프 정부는 생각이 다른 듯하다. 중동 내 동맹국들은 반(反)이란 투쟁에 휩쓸린 세력이 펼치는 적극적인 로비 공세를 등에 업고 미국이 서둘러 이란핵협정(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을 탈퇴하고, 이란에 더욱 혹독한 자세를 취하도록 부추겼다.

이를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의 질서에 도전하는 이란의 야심을 꺾겠다는 목표를 재정비했다. 핵문제는 그러한 전략적 목표의 걸림돌일 뿐, 진짜 이유는 아니었다.

이를 배경으로 미국은 “최대의 압박”을 선택하고, 다음과 같이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 첫째, 일방적인 제재를 결정했다. 이러한 제재는 앞으로 점점 더 강력해질 일만 남았다.
  • 둘째, 이란을 “테러수출국”이라 칭하며 속보이는 선동의 길을 택했다.
  • 셋째, 선동을 바탕으로 이란이 미국에 직접적인 군사 위협을 가한다는 또 다른 선동을 하고 있다.

이란을 압박해야 한다는 그 이유들은 결국 미국 시민들이 공격적인 외교 정책을 지지하도록 선동하기 위해 워싱턴이 흔히 쓰는 술책의 일환인 것이다. 다만 항공모함의 배치가 가장 최근에 일어났을 뿐이다.

미국의 이런 행동이 전쟁을 불러올 것인가? 미국이 그리는 이상적인 그림은 엄청난 이권을 챙기며 이란에 겁을 주고, 이들이 미국이 만든 역내 질서를 따르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항공모함 배치 자체는 그저 보여주기 일뿐, 진짜 공격을 하겠다는 의지는 아니다.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도 항공모함 배치는 이란이 “정상국가”답게 굴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군사행동이 장기적으로도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트럼프 정부의 많은 구성원은 여전히 군사옵션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이란은 나쁜 국가로 내몰기가 용이하며, 핵을 실제 보유할 능력이 없어 실제로 전쟁 가능성은 낮다.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의 전반적인 태도와 다른 국가에 일방적인 조건을 내걸고 굴복하도록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모습 등을 볼 때, 미국이 뜻하는 바를 얻지 못하면 앞으로도 계속 긴장 상황이 확대될 것만은 자명하다. 따라서 전쟁이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전쟁 가능성을 계속 전략적 도구로 이용될 것이다.

 

Tom Fowdy

Durham University와 Oxford University를 졸업한 영국의 정치 및 국제관계 분석가로 중국, 북한, 영국, 미국 등에 관련된 주제에 대한 글을 정기적으로 CGTN에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