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가짜 해외학술단체 ‘오믹스’(OMICS International)가 연 학술대회에 참가했다고 가정하자. 학회장에는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돌아다닌다. 다가가 인사를 나눠 보자. 한국인 참가자 둘 중 한 명은 의사 등 의료인일 것이다. 뉴스타파는 오믹스 학술대회에 발표용 초록을 제출한 한국 연구자 정보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공개한다 -편집자 주 |
‘오믹스’ 학술대회 한국 연구자 발표자료 추가 수집…연평균 500명 참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지난 3월 국내 연구자들이 오믹스 계열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534건을 데이터베이스(DB)로 정리해 공개했다. 이후 뉴스타파 데이터팀은 한국 연구자들이 세계 각지에서 열린 오믹스 학술대회에 제출한 ‘발표용 초록’(포스터, 세션, 기조연설 발표)을 추가로 수집해 분석했다. 앞서 공개한 학술지 게재 논문 500여 건과 별도로 국내 연구자들의 오믹스 활용 실태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이번에 수집한 발표용 초록 데이터는 오믹스가 공식 웹사이트와 계열 학술지 페이지 수백 곳에 임의적으로 나눠 게재해놓은 자료다. 뉴스타파는 이를 웹스크래핑(web scraping) 방식으로 한데 모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오믹스의 웹사이트 관리 부실 때문에 기록 수집에 한계가 있었다. 지난 4월 기준, 오믹스는 총 693개 학술지를 온라인 발간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가운데 학술대회별 발표용 자료까지 온라인에서 공개·관리하는 학술지는 347곳으로 절반에 불과했다. 특히 2011년~2014년 기록은 대부분 웹사이트에서 누락돼 일부만 조회할 수 있었다. 이처럼 출판된 학술 기록을 허술하게 관리하는 것은 부실 학술단체의 특징이다.
뉴스타파 데이터팀은 전수 조사가 불가능한 조건 안에서 2011년부터 올해 1월까지 국내 연구자들이 낸 오믹스 학술대회 발표용 초록 총 1848건을 수집했다. 2회 이상 발표한 인원을 중복 집계(연인원)하면 같은 기간 오믹스에서 발표한 국내 연구자는 모두 5401명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기록을 분류하면 2016년 451건, 2017년 678건, 2018년 553건으로 집계된다. 즉, 연평균 500명이 넘는 국내 연구자들이 발표 명목으로 오믹스 학술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수집 기간 | 초록 수 | 발표자 수(연인원) |
2011년 ~ 2019년 1월 | 1848건 | 5401명 |
▲‘오믹스 학술대회’ 국내 연구자 발표 초록 집계
의사, 간호사가 ‘주고객’…발표초록 절반이 ‘보건의료’ 분야
발표용 초록 분석 결과 확인되는 오믹스 학술대회의 특징은 한국의 주요 ‘고객층’이 보건의료·제약 분야 전문가라는 점이다. 초록을 분과별로 분류한 결과, 전체 1848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49건(56.8%)이 오믹스 산하 보건의료 분야 학술지에 실린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국내 주요 병원 및 의과·치과·간호·한의·약학대학 연구팀이 제출한 발표 자료다.
국내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발표용 초록이 가장 많이 실린 오믹스 학술지는 암연구·치료 저널(68건)이다. 간호 저널(55건), 단백질유전정보·생물정보학 저널(51건), 의약품관리·의료시스템 저널(41건), 신경학·신경생리학 저널(41건), 구강건강·치아관리 저널(35건), 대체·통합의학 저널(33건), 임상·세포면역학 저널(32건), 치의학 저널(32건), 약용식물 저널(27건)이 뒤를 이었다.
저널명 | 초록 수 |
암연구 · 치료 저널 | 68 |
간호 저널 | 55 |
단백질유전정보 · 생물정보학 저널 | 51 |
의약품관리 · 의료시스템 저널 | 41 |
신경학 · 신경생리학 저널 | 41 |
구강건강 · 치아관리 저널 | 35 |
대체 · 통합의학 저널 | 33 |
임상 · 세포면역학 저널 | 32 |
치의학 저널 | 32 |
약용식물 저널 | 27 |
▲‘오믹스 학술대회’ 국내 연구자 발표 분야 상위 10위
대학별로는 서울대 소속 연구자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발표용 초록이 151건으로 가장 많이 수집됐다. 연세대가 2위(109건), 경희대가 3위(109건)로 집계됐다. 이어 성균관대(60건)와 고려대(54건), 전남대(52건), 가톨릭대(52건), 부산대(48건), 경북대(46건), 전북대(42건) 순으로 나타났다.
대학명 | 초록 수 | 발표자 수 (연인원) |
서울대학교 | 151 | 341 |
연세대학교 | 109 | 244 |
경희대학교 | 58 | 164 |
성균관대학교 | 60 | 116 |
고려대학교 | 54 | 137 |
전남대학교 | 52 | 115 |
가톨릭대학교 | 52 | 153 |
부산대학교 | 48 | 99 |
경북대학교 | 46 | 125 |
전북대학교 | 42 | 129 |
▲‘오믹스 학술대회’ 발표 대학 상위 10위
뉴스타파는 지난해 7월부터 3차례에 걸쳐 국내 대학·기관 소속 연구자들이 해외 가짜학술단체를 이용한 기록을 수집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있는 그대로 공개해 왔다. (와셋 DB 보기, 월드리서치라이브러리 DB 보기, 오믹스 논문 DB 보기) 이번에 수집한 데이터 역시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망가진 연구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원본 그대로 공개한다. 검색이 쉽도록 소속기관 이름만 영문에서 우리말로 고쳤다. (오믹스 발표초록 DB 다운로드)
‘오믹스’란? 와셋(WASET), 월드리서치라이브러리(World Research Library) 등과 함께 대표적인 해적 학술단체 겸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3월 미국 법원은 오믹스에 ‘기만적인 영업을 중단하라’는 명령과 함께 과징금 5010만달러(약 570억원)를 선고했다. |
취재: 홍우람 김지윤 신우열
데이터: 김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