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 홍충읍 계마리에 자리한 한빛원전 [뉴스1]
전남 영광의 한빛 원전 1호기가 제어봉 시험중 원자로 열출력이 제한치를 초과해 급등했지만, 12시간 가까이 방치했다가 수동정지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으로 실제 피해는 없었으나, 열출력 급등을 계속 방치했을 경우 방사능 물질 유출 등의 위험도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원안위 특별사법경찰 첫 투입 조사
10일 제어봉시험 중 지연 정지
“면허없는 직원, 제어봉 조작 정황”
발전소 사용정지, 실장도 직위해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일 한빛 원전 사건과 관련,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안전조치 부족 및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정황이 확인돼 발전소를 사용정지시키고 특별사법경찰관을 투입해 특별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원안위 소속 특별사법경찰은 원자력 관련 위법 행위자를 긴급체포하고 이들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 원전사건으로 특별사법경찰관이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수력원자력측은 조사에 앞서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소장과 운영실장을 바로 직위해제했다.
10일 제어봉 시험 중 지연 정지
원안위에 따르면 한빛원전 열출력 급등과 방치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10일 오전 10시30분이다. 한빛 1호기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 중 원자로의 열출력이 사업자의 운영기술 지침서 제한치인 5%를 초과해 약 18%까지 급증하는 등 이상상황이 발생했으며, 이날 오후 10시2분이 되어서야 원자로를 수동정지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한수원은 운영기술지침서를 준수해야 하며, 이에 따라 열출력이 제한치를 넘으면 원자로를 즉시 멈추어야 한다.
손명선 원안위 안전정책국장은“한수원이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 과정에서 원자로 열출력이 제한치를 초과했음에도 원자로를 즉시 정지하지 않은 사실과, 관련 면허가 없는 직원이 제어봉을 조작한 정황을 확인했다”며“원자로 조종 감독자 면허소지자의 지시ㆍ감독 소홀 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손 국장은“다행히 직접적인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국내 원전사건 중 매우 심각한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다”며“점검 결과 당시 현장 운전원들이 관련 규정을 숙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역대 원전사건 중 매우 심각한 상황"
원안위측은 원자로 열출력 급증에 따른 핵연료의 안전성 재평가 등을 위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조사단을 기존 7명에서 18명으로 확대해 한빛원전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 한빛원전 사건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었을까. 시민단체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1986년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사고처럼 원자로 폭주로 갈뻔한 사고”라고까지 평가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원안위 측은 “한빛 1호기는 체르노빌과는 설계에서 차이가 있다”며 “열출력이 25%까지 오르면 원자로가 자동정지하게 돼 있기 때문에 체르노빌과 같은 극단적인 사고로 진행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말했다.
☞제어봉= 원자로 내에 삽입ㆍ인출돼 원자로의 출력을 조절하거나 정지시키는 장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