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밀 수확의 계절

수년째 자급률 1% 남짓한 우리밀. 그래서 우리밀 생산과 소비 활성화를 위한 한살림의 걸음이 더욱 소중합니다. 우리밀을 수확하는 6월, 생산자가 수확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고 어렵게 살려낸 우리밀을 지킬 수 있도록 이 계절, 우리밀을 먹습니다.

 

우리밀 물품이 오기까지
1984년 정부가 밀 수매를 중단한 이후, 한살림은 생산자의 우리밀 재배 및 가공과 조합원의 소비로 꾸준하게 우리밀을 지켜왔습니다. 한살림 생산자가 재배한 우리밀은 제분을 거쳐 밀가루로 공급하고, 그 밀가루로 생산한 빵과 과자, 면류가 조합원의 밥상을 채웁니다.
우리밀 농사부터 가공까지 전체 과정을 살펴봅니다.

 

* 물품과 함께 표기된 수치는 2018년 한 해 동안 해당 물품으로 소비한 우리밀의 양입니다.

 

 

우리밀 더 알아보기

Q. 대표적인 우리밀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 앉은뱅이밀 : 토종 우리밀로 다른 밀보다 키가 작아 앉은뱅이밀로 불립니다. 오랫동안 한반도에 자라면서 내성을 키워 병충해에 강합니다. 일반 밀보다 껍질이 얇고 조직이 부드럽고 글루텐 함량이 적어 소화가 잘 됩니다. 수제비, 칼국수 등으로 이용하면 좋습니다.
– 금강밀 :  단단한 경질밀로 우리밀 중에서 단백질 함량이 비교적 높습니다. 국수와 건면 등 가공용으로 많이 이용합니다.
– 조경밀 : 개량된 우리밀로, 금강밀보다 단백질 함량이 조금 더 높아 제빵용으로 이용합니다.

 

Q.수입밀과 우리밀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우리밀 먹는 만큼 농지를 살려요

제2의 주식 밀, 우리밀 자급률은 1%대에 불과해요
우리나라 국민들은 1년 동안 한 사람당 32kg의 밀을 먹습니다. 이는 쌀 소비량의 절반 정도로 하루 한 끼 정도는 밀을 먹는 셈입니다. 밀은 매년 식용과 사료용을 포함해 약 400만 톤을 수입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우리밀은 수입량의 1/100 정도로 자급률은 수년째 1%대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먹는 밀 중 99%는 수입밀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밀 생산과 소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살림의 우리밀살리기운동이 더욱 소중합니다.

 

우리밀의 가치를 알기에, 우리밀살리기운동을 이어갑니다
한살림은 1987년 앉은뱅이밀 시범 재배를 시작으로 1990년 우리밀을 수매하고,
1991년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창립에 참여했습니다. 1999년 한살림제과(현 한살림우리밀제과) 설립 이후 우리밀 생산과 소비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밀 생산자 인터뷰농사부터 가공까지 우리밀을 사랑하는 생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밀)

우리 땅에서 짓는 가까운 밀농사

함평 천지공동체 심승욱 생산자

제법 더워진 날씨에 찾은 남도의 밀밭은 푸르렀다. 밀밭을 훑고 지나가는 푸른 바람에 허리춤까지 자란 밀이 저마다 작은 꽃을 달고 춤을 춘다. 한살림에서 이용하는 우리밀의 60% 이상을 생산하는 함평 천지공동체, 그 안에서 농사짓는 심승욱 생산자를 만났다.

늦가을 파종해 초여름에 거두는 작물
조생벼 생산자가 많은 천지공동체에서 쌀 생산자 대부분은 보리나 밀 농사를 함께 짓는다. 심승욱 생산자 역시 벼를 거둔 논에 밀을 심어 이모작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풀을 걱정했는데 같은 겨울 작물이어도 풀을 이기는 힘은 보리보다 밀이 더 강하더라고요. 따로 농약을 하지 않아도 잘 자라고요.”
밀은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종자를 뿌린다. 벼처럼 모판에서 모를 키우지 않고 논에 바로 뿌린다. 일주일 뒤 밀싹이 돋아나면 2월경 유기질이 풍부한 친환경비료를 준다. 그렇게 자란 밀을 6월 중순 수확하고, 7월 초에 수매해서 한살림 가공생산지에 공급한다.
“밀은 병충해 피해는 적지만 습기에는 약해요. 밀가루도 냄새와 습기를 잘 흡수하잖아요. 이른 봄에 습하면 성장이 멈춰 버리고, 지금처럼 꽃이 폈을 때 습하면 이삭에 곰팡이가 생겨 알곡이 크지를 못하죠.” 그래서 밀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 관리다. “처음 두둑을 만들 때부터 20cm 이상 고랑을 내야 해요. 고랑을 약 2m 간격으로 여러 개 만들어야 물 빠짐이 잘 되고 눈이 많이 와도 문제 없어요.” 7월 초, 수확한 밀을 수매할 때도 비가 오면 일정을 연기할 정도다.
그가 심는 밀은 우리밀 중에서 조경밀이라는 품종이다.30년 넘게 유기농으로 벼농사를 지어 온 아버지의 땅은 그에게로 이어져 벼가 자라는 논이 되었다가 밀이 자라는 밭이 되기도 한다.
더 많이 농사짓고 싶어도 쉽지 않은 우리밀
전국 모든 벼 생산지에서 밀을 이모작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육 온도가 맞아야 하므로 우리밀은 겨울이 따뜻한 경남과 전남 지역에서 많이 재배한다. 전남에서는 함평, 해남, 영광, 정읍 등에서 밀 농사를 짓는데, 그 중 함평은 전남권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심승욱 생산자도 특별한 병충해가 없고, 지역 기반도 잘 되어 있는 밀에 매력을 느껴 8년 전부터 밀 농사를 지어 왔다.
“저희 공동체는 한살림에 가공용 밀을 140톤 출하하고 있어요. 그나마 한살림은 생산비를 보장해주고 안정적으로 수매를 하지만, 현재 국산 밀은 공급과잉으로 수매가 잘 안 돼요. 더 농사 짓고 싶어도 지을 수 없는 이유죠.”
2017년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밀은 3만 7천 톤. 다른 작물에 비해 결코 높지 않은 양이고 우리밀살리기운동도 오랫동안 펼쳐왔지만 매년 약 400만 톤 이상의 밀가루가 수입돼 국산 밀은 남아돌기 때문이다. 심승욱 생산자는 수입밀에 비해 조금 비싸도 우리밀을 이용해 주기를 당부한다.
“정직하게 농사지은 것이 잘 소비돼 생산자들이 계속 농사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때 외국 것은 무조건 좋다는 인식이 만연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최근엔 우리나라 농산물이 안전하다는 생각의 전환이 있는 듯 해서 다행이에요. 한살림 우리밀 물품의 소비가 늘어나면 저희가 농사짓는 밀밭도 더 넓어질 거예요.”

2) 가루류

우리밀의 현재와 미래

㈜우리밀

㈜우리밀은 1989년 (사)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의 사업단으로 출범한 후, 1998년 법인을 설립해 농가와 직접 계약 수매한 우리밀을 제분하여 밀가루를 비롯해 과자, 국수, 라면 등 다양한 우리밀 물품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밀 중 99%가 수입밀이죠. 이렇게 수입에 의존하다보면 세계 곡물시장에 휘둘리게 되기에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밀을 이용해야 해요. 우리밀은 산소배출 능력과 이산화탄소 흡수력이 뛰어나서 대기를 정화시키고 추운 겨울에 자라는 작물이라 농촌 경제에도 도움이 돼요.”
한살림 부침가루, 튀김가루, 두부과자 등은 모두 무농약 밀을 사용하고, 특히 유기인증을 받은 흰밀가루는 온전히 한살림 생산자가 농사지은 밀로만 만든다.
“품질은 자부하지만, 우리밀을 가공품 원료로 사용하면 소비자 가격이 1.5~2배 정도 비싸져 값싼 수입밀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소비가 위축되면 자연스레 우리밀 생산 감소로 이어지죠. 어떻게 살려낸 우리밀인데, 앞으로도 잘 지켜냈으면 좋겠어요.”

 

3)면류

우리 땅과 우리 몸을 살리는 국수를 만들어온
흥신식품

흥신식품은 고급 국수를 만들어 수출에 주력해오다, 김홍열·조미령 생산자 부부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국수를 만들자’는 마음으로 우리밀 국수를 개발해, 2005년부터 한살림에 공급하고 있다.
“우리밀은 구수한 맛이 좋고 무엇보다 속이 편해요.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죠. 수입밀은 방부체 처리를 하거나 겉면을 많이 깎아내서 품질 유지가 잘 되는 편인데, 우리밀은 성질이 일정하지 않아 균일한 맛을 내기 어려웠어요. 또한 면에 끈기가 부족해 면대가 끊어져 국수가 잘 만들어지지 않았고요. 다들 수입밀로 하면 편한데 왜 고생을 사서하냐고 했지만 한살림만은 유일하게 인정해줬어요. 조합원이 좋은 국수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직접 전화까지 주셨고요.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우리밀로 다양한 국수를 만들 수 있었죠.”
“8시간이면 만들 수 있는 시중 국수와 달리 우리밀은 특성상 48시간 동안 천천히, 속까지 올곧게 건조해야 해요. 그러다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도 많이 가죠. 하지만 우리 땅에서 난 재료로 국수를 만드는 것이 곧 우리 몸을 살리는 일이고, 우리 땅의 먹을거리를 되살릴 수 있는 길이라 믿기에 생산량이나 시간에 좇기지 않고 자식을 키우듯 마음을 다해 국수를 만들어요.”

4) 빵·과자류

자연과 사람 모두에게 이로운 빵을 만드는

한살림우리밀제과

1999년 한살림제과로 시작해, 2004년 한살림이 100% 출자하고 설립한 ‘한살림우리밀제과’는 화학첨가물 없는 건강한 빵을 만들어 왔다. 올해 초부터는 모든, 과자, 케이크를 무농약 사양의 우리밀로 생산하며 조합원에게 더 좋은 사양을 공급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수입밀은 재배할 때 제초제 등 화학농약을 사용해요. 먼 거리를 이동해 오니 운송 과정에서 부패를 막기 위한 방부제나 살충제 등을 살포하고, 탄소 등 온실가스도 발생하죠. 반면 우리밀은 우리 몸에도 좋고 지구에도 좋은 착한 원재료예요.”

한살림우리밀제과가 사용하는 우리밀은 연간 230톤(2017년 기준). 우리밀빵이 더 맛있어질수록 우리밀의 생산도 늘어날 테니 생산지에서는 맛있는 빵을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밀은 글루텐 함량이 낮아 찰기가 적으니 반죽하기 어렵고 거친 느낌이 있어요. 또 많은 제과제빵 기술이 수입밀 위주니 우리밀의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죠. 그래서 저희는 국산 호밀을 기본 원료로 한 자연발효종을 활용해 푸석거리는 식감을 개선하고, 뜨거운 물로 반죽한 탕종법을 사용해 차진 식감을 높혔어요. 건강과 맛 둘 다 만족하는 우리밀 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