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여전히 수많은 청년들이 ‘구의역 9-4 승강장’에 있습니다
-구의역 사고 3주기에 부쳐

매일, 일터와 학교로 향하는 많은 시민들이 전철을 이용합니다. 또는 입사시험을 보기 위해, 친구와 연인을 만나기 위해 시민들은 전철을 이용합니다. 그리고 그 전철은 노동으로 자신의 삶을 짊어지는 또 다른 시민들인 노동자들에 의해 움직이고, 관리됩니다.

2016년 5월 28일 오후 5시 51분, 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김군이 서울 구의역 9-4승강장에서 혼자 스크린 도어를 정비하던 도중 진입하던 열차에 치여 숨지고 말았습니다. 그가 선로에 진입해 스크린 도어를 정비하는 위험한 업무를 하다가 죽음에 이르는 동안 그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것은 하청업체도, 원청인 서울메트로도 아닌 CCTV의 차가운 시선뿐이었습니다. 누구도 그에게 열차가 진입한다는 위험신호를 보내지도, 보내려하지도 않았습니다.

고인의 3주기인 오늘, 청년유니온은 19살에 멈춰버린 젊음에,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를 표합니다.

김군 역시 전철을 이용하는 여타 시민들처럼 정부가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할 시민이었습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안전한 업무환경 아래 노동할 권리가 있는 노동자였습니다. 그러나 구의역 9-4 승강장에 들어선 순간 그는 정부가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시민도, 기업이 안전한 업무환경을 제공해야 할 노동자도 아니었습니다. 기업의 ‘비용절감’과 그것을 방치하고 조장하는 정부 아래 누더기가 된 그의 생명과 안전은 철저히 이 사회의 ‘바깥’에 놓여있었습니다.

2016년 5월 28일 오후 5시 51분에 멈춰버린 한 청년노동자의 생(生) 앞에서, 김군과 더불어 일터에서 멈춰버린 수많은 젊음 앞에서, 우리는 정부와 기업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동료시민들은 왜 죽어야 했습니까?”
“우리는 시민이 아닙니까?”
“우리는 노동자가 아닙니까?”
구의역 사고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늘도 수많은 청년들이 ‘구의역 9-4 승강장’에 있습니다.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정부와 기업아래 하청노동자로, 구직자로, 신입사원으로, 용역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문명’이라 말하는 사회의 ‘바깥’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은 이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자신의 책임을 다하여야 합니다. 정부는 기업이 그 ‘소속’ 노동자 뿐 아니라 하청, 용역 등 다양한 ‘고용형태’ 전반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도록 그 안전 관리감독 의무를 확대-강화하고, 노동자의 죽음을 유발한 기업에 징벌적 책임을 부과하는 정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합니다. 기업 또한 제도가 강제하는 최소한의 안전조치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최대한으로 실현하고자 해야 합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이윤을 위해 절감되어도 되는 비용이 아닙니다. 청년유니온은 정부와 기업이 청년세대를 비롯한 이 사회의 ‘바깥’에 위치한 모든 노동자에게 시민으로서, 이 사회의 성원으로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생명권과 안전권을 지키도록 연대하고, 요구해나가겠습니다.

2019년 5월 28일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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