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kfem.or.kr/wp-content/uploads/2019/05/캡처.jpg" class="attachment-post-thumbnail size-post-thumbnail wp-post-image" alt="" srcset="http://kfem.or.kr/wp-content/uploads/2019/05/캡처.jpg 655w, http://kfem.or.kr/wp-content/uploads/2019/05/캡처-640x439.jpg 640w" sizes="(max-width: 655px) 100vw, 655px" />

10년 넘은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에 그때도 없고, 지금도 없는 것

 

지난해 5월, 네덜란드 최대 소비자 리뷰 프로그램인 ‘http://kfem.or.kr/?p=191518" target="_blank" rel="noopener">카싸(KASSA)’에서 네덜란드공적연금(ABP)이 인도네시아 열대림 파괴 기업 포스코인터네셔널(구 포스코대우)에 투자한 것을 비판하는 방송을 전파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국내 최대 종합무역 상사인 포스코인터네셔널은 인도네시아의 외딴 섬 파푸아에서 팜유 플랜테이션을 운영하면서 광대한 면적의 열대림을 파괴하고 지역사회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국제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아왔다. 방송이 나가고 네덜란드 시민들은 자신의 연금이 열대림 파괴 기업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에 분개했고 그로부터 약 한 달 뒤,http://kfem.or.kr/?p=192739" target="_blank" rel="noopener"> ABP는 포스코인터네셔널에 대한 투자 철회를 발표했다.

우리는 이를 두고 금융기관의 대표적인 사회책임투자 실천 사례라고 말한다. 사회책임투자란 무엇인가? 물론 기관마다 바라보는 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투자 결정 과정에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금융적 성과뿐만 아니라 공공선을 이루는 데 목적을 두는 투자 전략을 뜻한다. 이는 공적자금을 운용하는 연금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금융권으로도 확산하는 추세다. 국내 자본시장의 큰손이자, 세계 3대 연기금이라는 위상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 기업과인권네트워크,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공동주최로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어디로 가고 있나' 토론회를 개최해 국민연금 책임투자 현주소를 들여다보고, 향후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축사를 맡은 남인순 의원은 “초국가적 기업의 탄생과 심각한 글로벌 경제위기로 촉발된 기업의 비도덕적 경영행태에 대한 비판으로 책임투자에 대한 전 세계적인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국민연금도 2015년에 책임투자원칙을 규정한 국민연금법을 개정하였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진전이 되고 있지 않다”라며 포문을 열었다. 뒤이은 발제, 토론 참여자 모두 일관되게 국민연금의 부족한 사회책임투자 현황을 지적했다.

[caption id="attachment_199309" align="aligncenter" width="640"]http://kfem.or.kr/wp-content/uploads/2019/05/photo_2019-05-09_14-18-06-640x276.jpg" alt="" width="640" height="276" />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 기업과인권네트워크,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공동주최로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어디로 가고 있나' 토론회를 개최했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caption]

 

사회책임투자 10년이 넘었지만...여전히 제자리걸음

이날 발제를 맡은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는 “667조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2018년 기준 26조 7392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4.18%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 25.7%, 유럽 48.8%, 캐나다 50.6%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5년 전만 해도 한국과 책임투자 규모가 비슷했던 일본은 사회책임투자를 276배 확대하며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은 사회책임투자를 시작한 2006년 이래 사실상 큰 변화 없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caption id="attachment_199311" align="aligncenter" width="472"]http://kfem.or.kr/wp-content/uploads/2019/05/2-1.jpg" alt="" width="472" height="272" /> 주요 국가별 전체 투자에서 사회책임투자(SRI) 차지 비율[/caption]

이어서 그는 해외에서 사회책임투자가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시장과 민간을 주도로 책임투자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확산된 점과 기후변화, 지속가능발전 등 사회‧환경 이슈에 관한 국내외 정책이 활발히 도입되었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 및 ESG 요소를 반영한 투자정책 수립, 기업들의 ESG 정보공시 의무화와 같은 규제 도입 역시 책임투자를 활성화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국민연금도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니버설 오너의 자세로 초석부터 다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이종오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은 ‘유니버설 오너(Universal Owener)’로서의 지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니버설 오너란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주주가 아닌, 장기적으로 다양한 산업의 주식을 보유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본시장 전체의 주주를 일컫는다. 따라서 유니버설 오너인 국민연금은 수익성 추구 및 기업 가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 역시 함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 GDP의 40%에 달하는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유니버설 오너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철학, 정책, 가이드라인, 전략이 모두 부재한 상황이다.

[caption id="attachment_199312" align="aligncenter" width="500"]http://kfem.or.kr/wp-content/uploads/2019/05/3-1.jpg" alt="" width="500" height="374" />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기초가 중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caption]

이종오 국장은 국민연금이 이러한 철학적 논의 및 정확한 개념 정립 없이 사회책임투자를 단지 스타일 펀드 중 하나로만 인식하는 자세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 보유한 상장기업만 무려 294개에 이른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기존의 수동적‧대응적 관점에서 벗어나 기업 전체의 ESG 역량을 어떻게 끌어 올릴 것인지 대의적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 또한 국민연금은 사회책임투자 생태계(가치사슬)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 국민연금은 2006년 900억원을 민간 자산운용사에 위탁 운용하면서 사회책임투자를 시작했다. 2018년 그 규모를 26조 7392조억원으로 까지 끌어올렸으나 직접운용 22조 1600억원, 위탁운용 4조 5800억원으로 위탁운용의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민간 자산운용사의 책임투자 공모펀드의 활성화는 ESG 분석시장의 강화, 대중 인식 증진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탁운용 확대를 통한 생태계 활성화가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기후변화 대응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사회적 손실이 기업과 투자기관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예측이 아닌 현실이다. 2017년 미국 텍사스와 플로리다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글로벌 손해보험사들은 95억에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http://kfem.or.kr/?p=198516" target="_blank" rel="noopener">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환경을 파괴하며 만들어진 제품의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친환경 재생에너지 연료로 간주되던 팜유는 대규모 환경파괴 및 인권침해 등의 문제를 일으켜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퇴출 위기를 맞고 있다.

[caption id="attachment_199313" align="aligncenter" width="600"]http://kfem.or.kr/wp-content/uploads/2019/05/458492_277428_4652.jpg" alt="" width="600" height="392" /> 2018년 10월 국민연금과 함께 3대 연금이라 손꼽히는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에서 국내 최초로 탈석탄 투자를 선언하였다. ⓒ연합뉴스[/caption]

국민연금은 현 인류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 불리는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을까. 이날 토론에 참여한 환경운동연합 김혜린 활동가는 “국민연금에서 공개한 기존의 환경지표로는 결코 기후변화 리스크에 적절히 대응한다고 볼 수 없다. 기후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로부터 연금가입자와 수급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이며 그 예방책은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 또한 투자 기업이 배출량을 초과하거나 조작하였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운영방식도 구체화하고 있지 않다. 기존의 지표는 국내법에서 기업에 요구하는 필수 정보만 모아놓은 것으로 결국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중장기적인 계획이나 목표에 대한 정보는 요구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하며 국민연금에서 강화해야 할 환경지표로 기후관련 재무정보 공시(TCFD)가 의무화, 탈석탄 투자 선언, 산림파괴 금지(NDPE) 공급 정책 채택 등을 제시했다.

 

노동‧인권 기준 글로벌 스탠다드 반영해야

희망을 만드는법 김동현 변호사는 국민연금의 ESG 가이드라인 개발에 있어 세부 지표와 상관없이 네덜란드연기금(ABP)처럼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UNGP’, ‘UN Global Compact’ 등 기업과 인권 관련 주요 국제 규범 준수에 대한 기대를 명시적으로 언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S)지표 관련해서는 환경 부문과 마찬가지로 지표자체가 모호하며 지표간 범주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가령 급여와 복리후생비가 별도의 지표로 분류되어야 하는지, 노동자의 노동 3권의 보장이 ‘노동 관행’ 안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쟁지역 광물’, ‘공급망에서의 인권침해’ 등의 이슈가 포함되어있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지표에 대한 총괄적 검토와 공급망 사슬에서 발생하는 노동,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반영한 지표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연금이 우리 자본시장과 국민들의 삶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한국 기업의 세계적 위상과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세계자본주의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국기업과 국민연금이 일국의 노력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환경‧사회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하는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돌아오는 6월 ‘사회책임투자 로드맵’ 발표한다. 13년 된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활동을 두고 ‘임무방기 수준’과 다를 것 없다는 가혹한 평가가 부디 이번에는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http://kfem.or.kr/wp-content/uploads/2019/05/자료집국민연금-책임투자-활성화-어디로-가고-있나-1.pdf" target="_blank" rel="noopener">※토론회 자료집 다운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