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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해 조업 유행어는 "고기 반, 쓰레기 반"

 

[caption id="attachment_198725" align="aligncenter" width="640"]http://kfem.or.kr/wp-content/uploads/2019/04/제목-없음-1-1024x576.png" alt="" width="640" height="360" /> 중형 외끌이 저인망에 접근하는 동해어업관리단 보트 ⓒ환경운동연합[/caption]

환경운동연합 해양 담당 활동가로서 그동안 먼바다에서 진행되는 어업의 유형과 불법 사항 그리고 지도 단속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다행히 동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과의 협조로 동남해 수역의 어업지도를 담당하는 무궁화 7호에 승선했다. 일부 지역이지만 먼바다의 해양 환경과 조업 현황을 볼 기회를 얻게 됐다. 어업지도선 무궁화 7호는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해 동남해 지역에서 조업 중인 어선을 지도하고 불법 어선을 단속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승선 전날 KTX를 통해 부산으로 이동하고 승선 지역 근처에서 숙소를 잡아 숙박했다. 늦은 밤 도착했지만, 다행히 막차가 끊기기 전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급한 일정들을 처리하고 오느라 제일 중요한 영상장비들만 챙겼다. 가방엔 개인 짐과 액션캠, 왼손에는 드론 그리고 오른손엔 카메라를 챙겨 들고 해양경찰이 지키는 항만으로 이동했다. 신분증을 제출하고 정박 중인 무궁화 7호에 올랐다.

[caption id="attachment_198703" align="aligncenter" width="640"]http://kfem.or.kr/wp-content/uploads/2019/04/DSCN0149-1024x768.jpg" alt="" width="640" height="480" /> 임무 수역으로 출항중인 어업지도선 ⓒ환경운동연합[/caption]

배에 올라 승무원들과 가볍게 인사하는 사이 출항이 시작됐다. 선장의 명령에 따라 승무원들은 일사불란하게 기기를 조작했고 배가 안전하게 항구를 벗어났다. 이어 만나는 승무원들은 “멀미는 안 하시죠?”라며 첫인사를 건냈다. 배는 먼저 우리 배타적경제수역의 끝자락으로 출발했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지만, 해도(海圖)에는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선이 존재하는데 이곳까지가 우리 관할수역이다.

[caption id="attachment_198704" align="aligncenter" width="640"]http://kfem.or.kr/wp-content/uploads/2019/04/DSCN0166-1024x768.jpg" alt="" width="640" height="480" /> 고기반 쓰레기반으로 조업중인 어선 ⓒ환경운동연합[/caption]

고기 반, 쓰레기 반

해양생태계에서 어업의 영향을 주시하고 있어 EEZ로 이동하는 동안 보이는 어선들을 살펴봤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어선에서 그물을 올리고 있었다. 항해실에서 나를 지켜보던 김윤성 항해장이 다가와 “바다에서 올라오는데 고기 반, 쓰레기 반입니다”라고 말했다. 줌카메라를 당겨보니 양망 중인 그물에 고기와 쓰레기들이 함께 올라오고 있었다.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급하게 셔터를 눌렀지만 이동하면서 흔들리는 배 때문에 쓰레기가 그물에 걸려있는 장면을 담지 못했다.

[caption id="attachment_198705" align="aligncenter" width="640"]http://kfem.or.kr/wp-content/uploads/2019/04/고기반-쓰레기반-1-1024x569.png" alt="" width="640" height="356" /> 어선에서 끌어올린 물고기와 이물질 ⓒ환경운동연합[/caption]

본선에서 보트를 타고 어업지도 현장에 동행했을 때에도 그물에서 나온 것들은 고기와 시커먼 이물질들이었다. 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예전에는 어업을 해도 이렇지 않았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caption id="attachment_198706" align="aligncenter" width="640"]http://kfem.or.kr/wp-content/uploads/2019/04/DSCN0207-1024x768.jpg" alt="" width="640" height="480" />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부유하는 스트로폼 위에 휴식하는 갈매기 ⓒ환경운동연합[/caption]

대한해협의 끝자락에 다가가니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표류하는 스티로폼 부표에서 여유를 즐기는 갈매기를 발견했다. 비단결과 같은 물살에 짙은 남색의 바닷속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저 ‘엄청날 것이다’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었다. 어민들 그리고 승무원들의 증언이 그 심각성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욕먹는 게 마음 편해요

어업지도선은 목표 위치에 도달해 소형 보트를 내렸다. 불법 어선을 단속하기 위해서는 어선으로부터 먼 거리에서 보트를 내리고 의심되는 선박으로 이동한다.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어느 순간 지도선의 보트가 어선으로 다가오는 걸 어민들이 알기 때문에 무궁화 지도선이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불법어업을 근절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 보트는 10k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출발해 레이더와 망원경으로 확인된 어선을 점검한다. 마치 육상에서 음주운전을 단속하듯 어선등록증, 어업허가증 및 어선 관련 서류를 점검하고 그물코 규격, 금어기 어종 어획 여부, 어업 장치 불법 개조 여부 등 다양한 사항을 점검한다. 실제 이들은 특별사법경찰이기도 하다.

[caption id="attachment_198709" align="aligncenter" width="640"]http://kfem.or.kr/wp-content/uploads/2019/04/날개그물-사이-막대-크기-확인-1024x565.png" alt="" width="640" height="353" /> 새우조망 날개그물 사이 막대 크기를 재는 어업관리단 ⓒ환경운동연합[/caption]

점검에 모든 선박이 완벽할 수 없고 합법적인 어업만을 하지도 않는다. 모두 하나같이 봐달라는 말부터 한다. 입장 바꿔 생각해봐도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지만 불법에 타협과 관용이 생기면 우리 바다의 질서가 흐트러질 것이다. 함께 출동한 승무원 역시 같은 얘기를 했다.

[caption id="attachment_198707" align="aligncenter" width="640"]http://kfem.or.kr/wp-content/uploads/2019/04/어선-1024x569.png" alt="" width="640" height="356" /> 어선지도를 위해 어선에 신호를 보내는 동해어업관리단ⓒ환경운동연합[/caption]

한번은 나이 많은 어부와 아주머니가 함께 조업 중인 어선에 올라탔다. 불법사항은 없었지만, 어선법으로 조업 중 반드시 갖춰야 하는 서류가 전혀 없었다. 과태료 처분 대상이라는 소리에 아주머니는 울먹이며 “좀 봐달라”고 했다. 작은 배 위에서 서류를 준비하고 점검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꽤 오랜 시간 울먹이며 같은 얘기를 하던 아주머니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불편했다. 돌아오는 보트에서 현장팀은 “차라리 욕먹는 게 마음이 편해요”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현실을 받아들인 듯 “이렇게 안 하면 바다에 질서가 없어질 겁니다”라고 얘기하고 보트의 속도를 올렸다.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해양환경과 해양생태계를 보전하는 일은 정부가 혼자 할 수 없고 환경운동연합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비록 우리나라 삼면이 바다이지만, 우리 일상에서 해양파괴의 심각성을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시민의 관심은 정부의 관심을 촉구할 수 있고 어민들에게 해양환경과 해양생태계 보전의 필요성을 느끼게 할 수 있다. 함께 관심 가진다면 우리가 지금 망가지는 바다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해양 보전 활동가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시민과의 연대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