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아이들'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일 따위는 어떻게 되든 신경쓰지 않겠지 - 본문 중에서 - 신경 쓰고 싶지 않다. ... 다른 사람들 일로만 있었으면 좋겠다. 콰쾅!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 30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핵발전소가 터졌다. 창밖으로 거대한 불기둥을 소년 이반이 보고 있다. 사람들은 피난을 갔다. 이반의 아빠인 안드레이 세로피는 핵발전소 관리자로서 진화작업에 참여했고 영웅이란 칭호와 함께 죽었다. 가족은 죽음 통지서를 받을 뿐이였다. 탈출자는 정부에 의해 총살 당했다. 길고 긴 피난행렬은 10km도 못가서 조작을 조직한 공식 권력에 의해 아이들과 어른들로 분리 되고 아이들도 상태의 경중에 따라 나뉘어져서 병원에서 관리, 감독을 받게 되었다. 이반의 동생, 열한 살 이네사는 시름시름 앓다가 고열과 함께 온 몸에 붉은 핏줄이 부풀어 오르며 앙상하게 말라서 죽었다. 눈이 먼 이반은 동무들과 병원 탈출을 시도해 보았지만 곧 붙잡히고 팔다리에 힘을 잃고 피를 토하며 죽었다. 엄마 타냐는 방사능 재가 내려앉는 무지의 키예프에서, 가짜 정보에 안전을 확신하는 무지의 키예프에서 죽은 가족들을 찾아 헤매며 병이 깊어 가고 있었다. 소설의 내용이다. '자비'로 부처님 오신 날은 '자비'로 내 엄마가 죽은 날이다. 내 엄마의 죽음에 나의 가슴이 찢어지고 짐승소리로 울 수 밖에 없는 아픔이였다. 가족과 헤어지고 가족이 죽고 특히 내 아이가 아프고, 죽어간다면. 남의 일이고 싶다. 이반의 눈길은 해질 무렵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쫒고 있었다. 소년의 눈에 다시 어둠이 찾아들었던 것은 이때였다. 바라보고 있던 하늘과 벌판의 풍경이 점차 둥그스름해지는가 싶더니, 이윽고 점점 유리 구슬을 통해 바라보이는 것처럼 완전히 구형으로 변해 버렸던 것이다. 동그란 영상은 점차 기분 나쁜 회색으로 덮이며 눈꺼풀을 깜빡일 때마다 스르르 줄어들어 갔다. 그리고 동그라미가 점차 작아져 마침내 온통 회색으로 덮였을 때, 이반의 시야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 본문 77쪽 중에서 - 나의 눈은 안전할까? 내 아이의 눈은 안전할까? 아이들에게는 책임이 없다. 희망에 찬 미래를 창조해 나가는 것은 지금부터의 어른들, 바로 우리들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