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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의 안전불감증과

원안위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만든 섬뜩한 사건

영광(한빛) 1호기 원자로 열출력 급증 사건에 대한 에너지정의행동 성명서

 

지난 510일 일어난 영광(한빛) 1호기 핵발전소 불시정지 사건에 대한 감춰졌던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원안위는 영광 1호기에 대해 위법 사안이 확인되어 사용정지 명령을 내리고 특별 사법경찰관을 투입하여 특별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핵발전소 사용정지 명령은 2012년 고리 1호기 정전사건과 20135월 시험성적서 위조사건(신월성1호기, 신고리 1, 2호기) 이후 세 번째로 이뤄진 것이다.

 

원안위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510일 오전 1030분경, 영광 1호기는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 중 원자로 열출력이 제한치의 18%까지 급증했다. 운영기술지침서 상 제한치 5%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원자로 출력이 급증하면 원자로를 즉시 정지시켜야 함에도 한수원은 같은 날 오후 102분경에야 원자로를 수동 정지시켰다. 또한 원안위는 원자로 조종면허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제어봉을 조작한 정황도 확인했다. 원자력안전법상 면허가 없는 사람도 운전할 수 있다고 하나, 원자로 조정감독자가 제대로 지시·감독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간 영광 1호기는 올해 1월과 3, 화재가 발생해 지역주민과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든 바 있다. 이번 사건 역시 이들 화재사건 이후 발전소를 가동한 지 불과 하루도 되지 않아 생긴 일이다. 특히 원자로의 열출력이 급증하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폭주하는 원자로는 제어하기 힘들고, 따라서 폭주하기 전에 원자로를 멈춰야 한다. 1986년 일어난 체르노빌 사고 역시 순간적으로 폭주하는 원자로를 제어하지 못하면서 생긴 사고이다. 원자로 출력 급증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인데, 이런 상황에서도 원자로를 즉각 멈추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수원은 이번 사건으로 발전소장 등 책임자 3명을 직위 해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당연히 이뤄져야 할 문제이다. 매번 관리·감독기관이 원안위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문제 역시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 핵발전소 규제기관으로서 원안위의 역할과 책무에 대해 그간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그때마다 소수의 담당자만 처벌받고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반복되는 사건·사고는 결국 핵발전소 운영뿐만 아니라, 관리·감독 또한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핵발전소의 사건·사고는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불시에 발생한다. 이번 영광 1호기 원자로 열출력 급증 사건은 핵발전소의 위험성과 문제점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건이다. 그간 한수원은 각종 비리 사건과 안전문화 미비로 수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데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은채 사건·사고만 늘어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번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매번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제기되는 운영 및 보고 지침, 정보공개 방안과 관리·감독 방안 등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매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더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말을 반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반복되는 사건·사고에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큰 재앙을 맞게 될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핵발전은 안전하다는 핵산업계의 공허한 외침을 더 듣고 싶지 않다.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적극적으로 핵발전에서 벗어나는 일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2019. 5. 20.

에너지정의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