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
IOC의 ‘아젠다 2020’ 적극적 수용만이 강원도의 살 길이다.
- 분산개최를 통해 강원도의 환경·경제 피해 줄여야
- 국제기구 핑계는 그만, 강원도는 국민 기만 그만해야
지난 12월 8일 모나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 127차 임시 총회는 ‘올림픽 아젠다 2020’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올림픽 아젠다 2020’ 중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1국가 1도시 개최를 기본으로 하는 올림픽을 복수 도시, 복수 국가에서 개최할 수 있게 한 내용이다. IOC는 후속조치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슬라이딩 종목을 일본으로 분산시켜 개최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이하 올림픽조직위)는 평창동계올림픽의 분산개최는 절대 불가하다고 천명했다. 사사건건 IOC와 국제스키연맹(FIS) 등 국제기구 말이라면 무조건 따라야한다고 주장했던 올림픽조직위와 강원도의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개최국을 위해 올림픽 분산개최를 공식화한 IOC
‘아젠다 2020’은 올림픽운동의 미래발전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올림픽 관련 20개, IOC 관련 20개 등 총 40개 아젠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아젠다 1-4의 분산개최 관련 내용이다. 지금까지 올림픽은 1국가 1도시 개최를 기본원칙으로 삼았다. 하지만 지리적 특이성,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최도시를 벗어나 복수 도시에서 개최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예외적인 경우 개최국을 벗어나 다른 나라에서도 경기 종목 전체 또는 세부종목의 개최를 허용하도록 했다.
Recommendation 1 Shape the bidding process as an invitation 4. The IOC to allow, for the Olympic Games, the organisation of entire sports or disciplines outside the host city or, in exceptional cases, outside the host country notably for reasons of geography and sustainability - OLYMPIC AGENDA 2020 중 - |
이유는 간단하다. 1국가 1도시 만을 기본으로 개최하는 올림픽이 개최국과 개최도시에 재정악화, 환경훼손 등 막대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태로는 올림픽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IOC의 자구책인 셈이다. 실제로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신청 과정에서 독일 뮌헨과 스위스 생모리츠/다보스가 주민 반대로 유치를 포기했고, 노르웨이 오슬로도 유치 신청을 철회한 상황이다.
우리의 실익은 우리가 챙겨야 한다.
‘아젠다 2020’이 일반에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11월 17일이다. 하지만 ‘아젠다 2020’ 서문은 “동 권고안은 1년간 외부 전문가들과 일반대중 뿐만 아니라 올림픽운동에 관여하는 모든 관계자들이 총 망라되어 토의와 협의 과정을 거쳐 생성된 것이며 동 제안 내용들은 지난 2월 소치의 제126차 IOC 총회와 두 차례 올림픽 정상회의 및 IOC 분과위원회들을 통해서도 토론된 바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번 올림픽 개혁안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폭넓은 논의과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강원도와 문체부를 비롯한 우리 정부와 올림픽조직위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한심스럽다. 개최국과 개최도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올림픽 개혁안이 IOC에 의해 마련되는 동안 우리 정부와 올림픽조직위는 단 한 번도 우리의 실익을 우선하지 않았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신청서에 명시되어 있는 시설 간 이동시간(30분), FIS의 활강경기장 기준, 개폐회식장 문제 등 막대한 재정소요와 환경파괴를 수반하는 억지 기준들에 단 한 번도 개선의지를 보인 적이 없다. 이동시간 30분 기준은 짓고 나서 철거해야 하는 신규 경기장 건설과 불필요한 교통망 확충을 초래하고 있고, FIS 기준에 의한 활강경기장 건설은 복원을 전제로 500년 보호림을 파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인구 4000명이 상주하는 산골마을엔 예를 찾기 어려운 대규모 시설(개폐회식장)이 들어 설 참이다. IOC가 나서 걱정하는 우리 곳간을 정작 우리 정부와 올림픽조직위는 무책임하게도 나 몰라라 한 셈이다.
분산개최 말고는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장담할 수 없다.
‘아젠다 2020’이라는 올림픽 개혁안이 나오기 전부터 수많은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평창올림픽 분산개최를 이야기해왔다. FIS의 활강경기장 기준도 FIS 규약집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기존 스키장에서 진행하자고 누누이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금껏 강원도 등 우리 정부와 올림픽조직위는 IOC가 허락하지 않는다는 핑계만 반복해 왔다. ‘아젠다 2020’이 승인된 직후 IOC에서는 곧바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부터 분산개최를 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슬라이딩 종목을 일본에서 개최하자는 것이다. 일본 나가노 슬라이딩센터는 현재 사후활용이 마땅치 않아 연간 시설유지비만 30~40억 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한국과 일본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슬라이딩 종목을 분산개최 한다면 일본으로선 자구책이 될 것이다. 차려진 밥상도 걷어차려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일본의 행보다. 분산개최를 적극 고려한다면, 강원도의 재정악화와 무수한 환경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개·폐막식은 배후인구가 충분한 대도시의 기존 시설이나 사후활용이 확실한 지역의 신규시설을 고려할 수 있다. 스케이트 등 빙상경기는 태릉 빙상장에서 치룰 수도 있다. 특히 활강경기는 완화된 FIS 기준으로 하이원 스키장, 용평스키장, 무주스키장 등 기존 시설에서 진행하면 된다. 기록경기가 아닌 활강경기를 진행함에 있어 개최국의 여건에 따라 경기를 치루는 것이야 말로 이번에 발표된 올림픽 개혁안인 ‘아젠다 2020’에 부합하는 길이다. 하지만 강원도와 올림픽조직위는 실패한 국책사업에서 무수하게 들을 수 있었던 매몰비용 이야기를 분명히 또 들고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분산개최로 인한 경제적 환경적 편익에 대한 분석이 먼저여야 한다. 매몰비용 타령에 수렁에 빠진 사업들의 예는 부지기수다. 그보다는 손절매가 현재로썬 현명한 선택이다.
최문순 도지사는 인터뷰를 통해 “경제적 이유로 평창동계올림픽을 분산개최 해야 한다면 올림픽이 끝난 뒤 경기장을 헐어버려 경제적 부담을 덜게 할 것”이라고 골난 아이가 할 법한 말을 했다. 이것이 한 도를 책임지고 있는 도지사가 할 말인가. 이미 경기장 하나를 건설하는 것도 국비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내 것 네 것 따지며 남 줄 것이면 헐어버리겠다고 땡강 부리는 것은 결코 온당치가 않다. 그리고 평창동계올림픽은 강원도만의 행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모두의 행사라고 주구장창 이야기하며 국비지원을 호소한 것과 견주면 몰지각의 도가 지나치다.
지금까지 강원도와 올림픽조직위는 IOC를 핑계로 대대로 이어온 강원도의 자연과 국민혈세를 삽질로 말아먹을 참이었다. 그런데 그나마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왔다. IOC의 ‘아젠다 2020’은 우리에게 둘도 없는 기회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일본을 반만이라도 쫓아가 잘 차려진 밥상 챙겨야 한다. 강원도의 그래서 대한민국의 실익을 이참에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2014년 12월 11일
녹색연합
문의 : 녹색연합 임태영 (010-4917-9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