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감독관에게 칼퇴근을 허하라

김종현 공인노무사(김종현노무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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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현 공인노무사(김종현노무사사무소)

4월8일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라는 드라마가 첫 방송 된다. 왕년에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유도 폭력교사였지만 지금은 복지부동을 신념으로 하는 6년차 공무원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 발령 난 뒤 갑질 악덕 사업주 응징에 나서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통쾌 작렬 풍자 코미디 드라마라고 한다. 각 지역 고용노동지청에서 펼쳐지는 건조한 광경들과 대비해 보면 다분히 ‘판타지스러운’ 드라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감독관은 노동관계법령 위반의 죄에 대해 사법경찰관 직무를 수행하는 국가공무원이다. ‘노사관계의 판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노동현장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책임과 역할이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근로감독관들의 노동법에 대한 이해수준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많고, 노동법 위반을 사전에 예방하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근로감독관의 사용자측 비호, 불법방치, 민원업무 처리 지연 등 업무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근로감독관들의 관료주의를 싸잡아 욕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지만 개인의 자질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근로감독관은 공무원 준비생들에게 기피 직렬로 분류된다. 공짜 초과노동과 극한 감정노동에 시달린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에서는 기업의 주 52시간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시행을 지도·감독하지만 정작 근로감독관들은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연장노동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항상 노동자와 사용자의 갈등관계 중간에 있기 때문에 감정노동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에 딱 어울린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정의감에 불타는 근로감독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 어디에나 그런 사람은 소수다. 무사안일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도까지 가면 곤란하겠지만 근로감독관도 엄연히 노동자인데 안정을 우선 추구한다고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보장하지 못하면서 직무에 대한 집중력과 꾸준한 학습, 사명감과 열정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근로감독관들은 과중한 업무로 인해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로 인해 노동법 위반이 많아지면 다시 업무가 과중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근로감독관 제도가 본연의 존재목적에 맞게 운영되려면 근로감독관의 노동조건부터 개선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 인력충원이다. 2018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200여명의 근로감독관이 증원됐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촛불혁명 이후에 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은 날로 성장하고 있고 노동조합 조직률도 높아지고 있다. 노동법은 고도화되고 변화 속도가 어느 때보다 빠르다.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과감한 인력충원이 필요하다. 근로감독관들에 대한 충분한 업무연수 보장, 업무 효율성 개선도 시급하다. 근로감독관들은 겨우 2개월에 걸친 업무연수 후에 일선에 투입되고 있다. 불필요한 행정업무도 지나치게 많다. 인력충원이 근로감독관들의 노동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이러한 사항들에 대한 개선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김종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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