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스케줄

홍종기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삶)

▲ 홍종기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삶)

꺾기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꺾기는 2014년부터 많은 제보와 기사 그리고 집회를 통해 사회적 이슈가 됐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2019년에는 꺾기에 대한 이야기가 기사에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꺾기가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는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꺾기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꺾기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임금 꺾기(15분 미만 임금 미지급)와 노동시간 꺾기(조기 퇴근 강요), 스케줄 꺾기(스케줄 축소)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임금 꺾기(15분 미만 임금 미지급) : 실제 일한 시간이 아니라 15분, 30분 등 회사가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 이상인 경우에만 임금을 지급하고 그 미만의 시간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노동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일정 시간을 충족하지 못하면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전액 지급 원칙 위반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최근에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시간 꺾기(조기 퇴근 강요) : 조기 퇴근 강요는 손님이 없거나, 일거리가 없을 때 노동자를 일찍 집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조기 퇴근 강요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노무수령 거부이므로 사용자는 손님이 없어 노동자를 조기 퇴근시키더라도 원래 일하기로 한 시간에 대해서는 임금을 전액 지급해야 합니다. 다만 사용자의 고의 과실이라는 요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사용자의 고의 과실이 없더라도 사용자 귀책사유(경영상 어려움)로 인해 조기 퇴근시키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46조(휴업수당)에 의해 평균임금의 70% 이상 지급해야 합니다. 그러나 조기 퇴근을 시키면서 70%는커녕 전혀 돈을 주지 않아 문제가 됐습니다. 이러한 문제도 최근에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스케줄 꺾기(스케줄 축소) : 세 가지 꺾기 유형 중 아직도 개선되지 않는 유형이 스케줄 축소입니다. 스케줄 축소에 의한 꺾기란 노동 스케줄표에 따라 일을 하는 경우 사업장 사정에 따라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스케줄을 주 소정근로시간보다 적게 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도 패스트푸드 업체 중에는 노동시간과 노동일이 고정돼 있지 않고 매주 노동 스케줄표에 따라 총 노동시간과 노동일이 달라지는 업체가 있습니다. 패스트푸드 외에도 노동 스케줄표에 따라 시업시간·종업시간·1일 노동시간·노동일이 달라지는 업종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근로계약서에 약속한 총 근로시간은 보장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임금액이 삭감되기 때문입니다.

소정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그 영향은 줄어든 시간에 대한 임금 삭감에 그치지 않습니다. 1년 중 한 주라도 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 되면 1년치 연차휴가를 부여받지 못합니다. 해당 주에는 주휴수당도 받지 못합니다.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에서도 제외됩니다. 이러한 불이익은 모두 사용자의 일방적인 스케줄 축소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아가 스케줄 축소가 징벌로 활용되거나 퇴사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 악용되기도 합니다. 노동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노동자가 일을 못해서, 퇴사를 유도하기 위해서 스케줄을 축소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일방적으로 해도 되는 것일까요? 원칙적으로는 안 됩니다. 소정근로시간 즉 총 노동시간을 축소하려면 노동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계약을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노동자가 명시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해도 일방적으로 스케줄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스케줄이 축소돼 일하지 못한 시간에 대해서는 앞서 본 조기 퇴근 강요와 마찬가지로 임금 전액을 지급하거나, 적어도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고무줄 스케줄은 인사관리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주휴수당·연차휴가·4대 보험 가입자격·퇴직금을 산정하기 위해 매주 소정근로시간을 산정해야 하고, 산정된 소정근로시간에 따라 법 적용 여부와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혼란스럽고 번거롭게 됩니다.

해당 업체와의 단체교섭에서 첫 번째 요구사항이 소정근로시간을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노동시간과 임금의 불안정성을 제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됩니다. 스케줄 꺾기뿐만 아니라 세 가지 꺾기가 모두 사라지길 바라 봅니다.

홍종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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