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노동자 현장체험기 세 번째

권태용 공인노무사(영해 노동인권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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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태용 공인노무사(영해 노동인권 연구소)

지난해 5월에 작성했던 계약직 노동자 현장체험 두 번째 이야기에 이어서 세 번째 현장체험기 글을 쓴다. 다시 세 번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또 하나의 중요한 사건을 기록하고 싶은 욕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사는 곳은 경북 영덕지역이다. 영덕은 정부가 1989년부터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폐기물 매립장 주요 후보지로 선정했던 곳이다. 그런데 반대하는 군민들도 있었고, 다른 지역보다 찬성률이 낮아서 번번이 방사능 폐기물 매립지로 최종 선정되지는 않았다.

필자가 중앙행정기관에서 계약직 노동자로 근무하던 2015년에는 원자력발전소 설치 구역으로 정부 고시가 발표되고 난 뒤였다. 그런데 영덕군과 영덕군의회가 영덕군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원자력발전소를 설치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기 때문에 다수 군민들은 절차적으로 위법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농민단체에서 영덕군의회에 청원을 제기했고 동시에 지역 환경단체와 민간단체, 그리고 전국의 환경단체들이 연대해 원자력발전소 설치에 대한 주민투표를 진행하게 됐다.

필자 또한 어릴 적부터 추억이 어려 있는 고향에 애착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원자력발전소 설치 주민투표 운동에 많은 실천활동을 담당했다.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고, 유인물을 나눠 주기도 하는 활동이었다. 중앙행정기관에서 일하는 동료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지역주민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아침에 출근할 때, 점심식사 후 휴게시간 때, 퇴근할 때도 동료 노동자들에게 유인물을 나눠 줬다.

그런데 하루는 필자가 속해 있는 팀의 공무원들 중 일부가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오면 좋지 않냐. 외부에서 유인물을 나눠 주는 것은 뭐라 말할 수 없지만, 기관 안에서 유인물을 나눠 주는 것은 삼갔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필자에게 이야기했다.

그래서 필자는 “지역 발전을 위해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소가 한 번 들어오면 의존도가 높아지고 방사능 피해 등 환경적으로 문제가 매우 많다. 그리고 기관 안이라도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유가 있는 근무시간대에 나눠 주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계약갱신 여부를 결정하는 공무원에게 반박했기 때문에 연말 재계약은 포기해야겠다는 각오로 이야기한 것이다.

대부분 계약직 노동자들은 정규직들이 눈치를 주는 정부정책 반대운동을 원천적으로 할 수 없다. 괜히 찍히면 앞으로 고용안정에 심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원자력발전소 반대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무원들은 몇 년 근무하다가 영덕 지역을 떠나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근무하기 때문에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필자를 포함한 동료 노동자는 계속 영덕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면 직접 영향을 받는다.

고용불안 때문에 계약직 노동자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사회에서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에 동참하는 행위가 자신의 생존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심지어는 공무원 중 일부가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당신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을 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교육하기도 한다. 계약직 노동자들의 사회운동 참여에 대한 공무원의 부정적 인식은 양심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을 침해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바꿔야 할 의식이다.


권태용  labortoday



영해 노동인권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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