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 사회. 연간 5.4조 원 이상의 공적 재원을 투입하지만, 정작 수혜자인 노인들은 손사래치는 사회복지시설이 있다. 전국 5,000여 개, 수용 인원 20만 명에 이르는 노인요양원 얘기다. 고령사회를 맞은 노인요양원 현장의 풍경은 황량하다. 장기요양 보험제도 시행 이후 시설의 수는 급격히 늘어났지만, 서비스의 질은 여전히 '격리와 통제' 수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과 감시의 사각지대에서는 노인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는 부정과 비리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노인요양원의 실태를 점검하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노인들의 삶과 인권을 위협하는 우리 사회의 제도적·구조적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해나갈 예정이다.
① 요양원에서 사라진 노인들 |
지난 3년간 적발된 노인요양원 관련 형사사건 114건을 분석한 결과 새 나간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가 총 15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횡령 금액은 46억이었다. 지난해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로 확인된 사립유치원 비리(103억 원)보다 오히려 더 큰 규모였다.
뉴스타파는 노인요양원 비리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2016년부터 2019년 4월 현재까지 선고된 요양원 관련 판결문 114건을 입수해 전수 분석했다. 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서비스에서 '요양원' 키워드로 검색되는 전체 판결문 가운데 노인요양원과 직접 관련된 사건만 추려냈다.
요양원 관련 형사 사건 판결 전수 분석
분석 결과, 전체 사건의 70%가 장기요양보험 급여를 부정하게 타낸 사건이었다. 유형별로는 입소자나 직원의 수, 근무시간을 허위로 입력해 기준 이상의 급여를 부정 수급한 사건이 41건 (36%)으로 가장 많았다. 부정 수급으로 낭비된 장기요양보험 급여는 총 154억 원에 이르렀다. 요양원 대표나 시설장 등이 부정한 방법에 의해 장기요양보험급여와 입소자 개인의 돈을 빼돌린 '횡령·비리' 사건이 13건이었다. 관련 금액은 46억 원이었다.
요양보호사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 수당, 퇴직금을 적정하게 지급하지 않고 시설 운영자가 편취한 '부당노동행위' 사건이 26건, 기타 34개 사건은 요양원의 관리 부실로 인해 입소자가 사망하거나 부상입은 '업무상과실' 사건, 요양원 직원에 의해 입소자가 폭행, 학대를 당한 '인권침해' 사건 등이었다.
6%만 실형...솜방망이 처벌
노인 요양에 쓰여야 할 공적재원에서 거액을 편취한 사건들이지만 실제 처분 결과는 '솜방망이' 수준이었다. 114건 사건 가운데 실형이 내려진 것은 7건(6%)에 불과했다. 그것도 4년 형과 2년 형이 내려진 2개 사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1년 이내의 징역형이었다.
대부분은 집행유예와 벌금형에 그쳤다. 집행유예가 내려진 징역형과 금고형이 48건으로 가장 많았다. 벌금형이 내려진 것은 총 36개 사건이었다. 벌금 액수는 50만 원에서 700만 원 수준이었다. 부당노동행위 사건의 경우는 대부분 공소기각이나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판결문 내용에 따르면, 피고인들이 선고 직전 체불 임금을 지급하며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부정 수급과 각종 비리로 인한 실제 장기요양보험 누수 규모는 이번 뉴스타파 조사 결과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감독 당국에 의해 적발이 돼도 실제 형사 고발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제윤경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지자체는 전체 요양원 5,444개 가운데 12% 정도인 685개 시설을 현지조사했다. 이 가운데 90%가 넘는 621곳에서 부정 청구 행위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 금액은 131억 원이었다.
취재 오대양, 김새봄
촬영 이상찬, 신영철, 정형민
편집 김은
CG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