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 환경영향평가 절차 누락했다
“총 연장 4.2km로 환경영향평가 대상범위(2km 이상)에 해당”
“환경영향평가 회피하려 사업 쪼개기 편법 논란 자초”
“우회도로 개설사업 타당성 및 필요성 재검토해야”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이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생략한 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단체가 제주도에 확인한 결과 본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는 실시하지 않았으며 향후 실시설계가 마무리되는 대로 착공을 계획하고 있었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사업’은 서귀포시 도심의 교통해결을 위해 호근동 용당삼거리와 서홍로, 학생문화원, 비석거리를 잇는 4.2km 구간에 너비 35m의 6차로 도로를 신설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이 사업은 제주특별법 및 환경영향평가조례에 의한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 범위인 ‘2km 이상의 도로 신설’에 해당되어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제주도는 사업시행구간을 분할해 우선시행구간으로 서홍로와 동홍초등학교를 잇는 1.5km 구간에 대해 공사를 계획하고, 이 구간의 길이는 환경영향평가 대상범위인 2km를 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 사업 쪼개기로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한 셈이다.

 더욱이 도로개발사업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려고 편법을 동원한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도로건설 부서의 안일한 환경인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해안에 개설된 해안도로 대부분은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공사가 진행되었다. 현재 문제가 되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처럼 환경영향평가 대상범위보다 짧은 길이로 분할하여 사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으면서 해안경관 및 연안생태계의 보전방안이 제대로 수립되지 못하고 크게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번영로(당시 동부관광도로) 확장사업 역시 환경영향평가 대상이지만 이를 회피하여 위법적으로 공사가 이뤄진 사례이다. 제주시 건입동에서 서귀포시 표선면 사이 35.9km 구간을 넓히는 대형사업이었지만 제주도는 당시 도로확장인 경우 환경영향평가 대상범위인 10km 보다 짧게 구간을 5개로 분할해 추진하면서 당시 우리단체가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문제는 현재 정무부지사인 안동우 당시 도의원이 2004년도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문제를 제기해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나머지 구간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했고, 도로확장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대상범위를 ‘10km 이상’에서 ‘5km 이상’으로 조례를 개정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조례 개정은 미뤄져 오다가 지난 2017년 조례 개정을 통해 “2km 이상의 신설, 5km 이상의 확장”인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는 내용으로 강화되었다. 이처럼 매우 어려운 과정과 논란 속에서 제도가 정비되고, 행정의 잘못된 전례가 고쳐지는가 싶더니 또 다시 행정당국이 잘못을 반복하려 하고 있다. 이는 도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 제주도가 계획한 1.5km 구간 분할 발주는 환경영향평가법의 맹점을 이용한 편법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렇게 사업이 추진될 경우 현재 계획 구간의 공사가 준공된 후 나머지 구간도 같은 방식으로 환경영향평가 대상범위 미만으로 발주하여 공사를 진행한다면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도 전체 구간의 사업을 시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도로 건설사업이나 철도 및 송전선로 건설, 항로준설, 하천의 개발 등 이른바 선형사업(線形事業)인 경우 다른 개발사업과 달리 먼저 발주한 선형사업이 준공된 경우 이어서 발주하는 사업규모의 합이 환경영향평가 대상범위에 포함되더라도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이다. 결국 이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에 해당하지만 법의 맹점을 이용해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는 면죄부를 받게 되었다.

 이번에 계획된 서홍로와 동홍초등학교를 잇는 1.5km 구간은 천지연 폭포로 이어지는 연외천과 정방폭포를 잇는 동홍천을 관통한다. 6차선 폭 35m의 도로공사로 두 하천의 생태계와 경관 훼손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환경보전대책은 수립되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공사구간에는 소나무림이 울창한 도시숲이 있지만 모두 베어져 없어질 처지이다. 1.5km 공사구간에 훼손수목을 이식하여 보전하기 위한 계획은 단 한그루도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사구간에는 서귀포학생문화원과 서귀포도서관, 제주유아교육진흥원, 서귀포외국문화학습관 등 주로 학생들과 시민들이 이용하는 교육관련 시설이 밀집되어 있다. 도시우회도로는 이들 교육시설 바로 앞으로 관통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이용자의 안전문제는 물론이고 시민들의 학습권 및 교육환경 침해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할 경우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할 방안이 제시되어 적용될 수도 있었지만 현재로선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근본적으로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건설의 타당성을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 이 도로의 신설계획은 1965년도에 수립된 도시관리계획을 근거로 하고 있다. 50년이 훨씬 넘은 당시 계획을 근거로 도로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도로계획은 서귀포시 도심지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계획이어서 도시를 우회하는 도로의 역할과 기능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 개설된 서귀포시 제2청사에서 동홍주공아파트, 서귀포오일시장을 잇는 중산간동로가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의 기능을 하고 있다. 또한 신규 도로개설보다는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한 교통량 수요관리 정책을 선행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제주도는 현재 계획한 도로의 건설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도로 개설이 필요하다면 환경영향평가 시행으로 이 구간의 환경보전방안을 수립·적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2019. 04. 4.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김민선·문상빈)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_성명서_2019-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