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수도회 장상협, 12월 10일부터 매주 수요일 광화문 미사
정현진 기자 | [email protected]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를 기억하고, 진실을 촉구하기 위한 304일의 미사가 시작됐다.

12월 2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는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304명을 기억하는 미사’가 봉헌됐다. 이 미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매주 수요일 광화문 광장과 각 수도회에서 303번의 미사가 이어진다.

이는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남장협)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남장협은 지난 11월 초 정기총회에서 올해 11월 30일부터 내년 11월 20일까지 지내는 ‘봉헌생활의 해’를 맞아 세월호 295명과 실종자 9명을 기억하는 추모미사를 봉헌하기로 결정했다.

주일을 제외한 매일 각 수도회가 공동체에서 매일 정해진 희생자들을 함께 기억하며 미사를 봉헌하고, 매주 수요일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수도회별 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수도회별 매일 미사는 여자 수도회도 동참한다. 이 추모 미사는 내년 11월 20일 ‘봉헌생활의 해’ 폐막과 함께 마치게 되며, 오는 12월 24일 성탄 전야에도 어김없이 진행된다.


12월 2일 오후 7시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304명을 기억하는 추모미사 여정이 시작됐다. 장상협은 앞으로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서 추모미사를 봉헌한다. ⓒ정현진 기자

남장협 정의평화 환경전문위원장 서영섭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는 이 미사를 제안한 것은 지난해 세계 남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정기총회에서 장상단이 수도회에 무엇을 기대하느냐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질문했을 때, “사회 중심이 아니라 주변부를 보살피며 현실을 인식하기 바란다”고 당부한 것에 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신부는 “앞으로 일년 동안 봉헌하게 될 이 미사는 사회적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고통받는 이들의 부르짖음 안에서 현존하는 하느님의 초대”라면서, “1년 간 미사를 봉헌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십자가에서 고통받는 예수님의 아픔에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삶을 봉헌한다면 보다 은혜로운 봉헌생활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2일 미사는 남장 회장 황석모 신부(한국순교복자 성직수도회) 주례로 진행됐으며, 단원고 2학년 1반 고해인 양을 위해 기도했다. 꿈이 간호사였던 고해인 양은 세월호 참사 4일 째인 4월 20일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날 미사에는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 5반 박성호 군의 어머니 정혜숙 씨와 같은 반 김민성 군의 아버지 김홍열 씨가 참석했다.

아들이 보고싶습니다. 아들을 그리워하는 것이 사치일까요. 옆에 아들이 없습니다 먼저 떠나갔어요. 우리 아이가 죽었는데, 이 아빠는 이유를 아직도 잘 모릅니다. 아빠가 우리 아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싶다는 것이 죄입니까. 진실을 알려 달라고 가족들이 모두 거리로 나서고, 국회, 광화문에서 농성한다고 하지만 이것이 농성입니까.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국민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가족들에게 힘을 주시고, 잡은 손 끝까지 놓지 말아 주십시오.”(김홍열 씨)

정혜숙 씨와 김홍열 씨는 희생자들을 위한 미사에 감사하면서, 앞으로 특별위원회가 진행되고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 국민들이 끝까지 참여해 줄 것을 호소했다.

정혜숙 씨는 어렵게 특별법이 통과되고 특별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여전히 많은 일들이 남아 있다면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약속 지킴이로서 작은 배지 하나 다는 것부터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일에 참여하고 연대하는 것은 특히 그리스도의 생명과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우리에게 이런 아픔을 주신 것은 우리 안의 성령이 이끄는 것에 귀 기울이라는 뜻일 것이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과거사일지라도 진실을 밝히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연대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이날 미사에는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박성호 군의 어머니와 김민성 군의 아버지가 참석했다. 김 군의 아버지 김홍열 씨는 “아들이 보고 싶다”고 말문을 연 뒤, “국민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가족들의 손을 놓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정현진 기자

강론을 맡은 조현철 신부(예수회)는 304일 간의 추모미사는 진상규명을 위한 우리의 새로운 다짐을 하느님 앞에 봉헌하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흩어지지 않고 함께 하며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한, 우리의 기다림과 희망은 반드시 현실이 될 것이며, 기억은 우리의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광화문 광장 첫 미사는 12월 10일 수요일 오후 7시에 봉헌되며, 도미니코 수도회가 담당한다. 12월 3일부터 10일까지는 매일 단원고 2학년 1반 희생자 중 김민지, 김민희, 김수경, 김수진, 김영경, 김예은, 김주아 학생의 안식을 위한 미사가 각 수도 공동체에서 봉헌되며, 12월 10일은 이들 모두를 위한 미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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