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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진상규명, 유가족과 시민들의 연대·감시·압력만이 유일한 해답

“언론은 안 믿는 것이 좋다.”

후쿠시마 참사 피해자인 고와타 마스미 씨의 명쾌한 대답에 회의장 장내에는 가볍지만 뒷맛이 매우 쓴 웃음이 퍼졌다. 3·11 동일본 대지진에 이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참사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은폐와 왜곡 시도에 대한 언론보도를 묻는 질문에 고와타 마스미 씨는 아주 명쾌하게 답했다. “언론은 안 믿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고와타 마스미 씨 이전에 화상전화로 연결되어 증언한 콜린 켈리와 탈랏 함다니 씨(평화로운 내일을 위한 9·11 유가족회)의 발표로 구성된 두 번째 세션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당사자들의 노력’을 마치며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이건 일본이건 한국이건 정부는 절대 피해자의 편이 아니다.”

결코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약간의 정도가 차이가 있지만 사회적 재난을 겪은 한국, 미국, 일본 유가족 및 피해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정부와 언론 모두 피해 당사자와 시민사회에 진실을 제대로 전하지 않는다.

콜린 켈리 씨는 9·11 사태가 일어난 지 13년이 지났지만 정확하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직도 잘 모르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탈랏 함다니도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유가족 및 피해자의 친구들이 정부를 계속해서 압박하고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상규명에 있어서 당사자 역할의 중요성은 진상조사위원회의 역할과 평가에 대해서 논의한 세 번째 세션에서도 다시 한 번 강조되었다.

진상조사기구에서 정치와 정치인을 배제해야

전 뉴욕타임즈 기자로 『위원회 : 9·11 조사의 검열받지 않은 역사』를 썼고 현재는 독립 언론인으로 탐사 취재 및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필립 쉐논 씨는 9·11 진상조사위원회를 심층취재하며 자신이 얻은 교훈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진상조사기구의 활동과 인적구성에 있어서 정치와 정치인을 배제할 것, 둘째, 유가족을 포함한 피해 당사자들이 끊임없이 감시하고 압력을 가할 것, 셋째, 진상조사기구의 활동에 있어서 인위적인 시간 및 예산의 제약을 물리칠 것, 관련된 모든 자료를 즉각적으로 공개하고 접근성을 보장할 것.

일본 후쿠시마 국회사고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다나카 미츠히코 씨는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체적 활동에 대한 조언을 했다. 과거 원자로압력용기 설계에 참여했던 기술자였지만 이후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저술활동을 해 온 다나카 미츠히코 씨는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조사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사고를 조사하는 것이 책임자를 지목하는 것으로 성급하게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자신의 경우에도 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원인을 규명하려고 노력했고 핵발전소 기술자, 운전원에 대한 조사 및 인터뷰를 면밀히 수행했다고 밝혔다. 그 역시 필립 쉐논과 마찬가지로 관련 자료에 대한 투명성과 공개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두 발표자는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에 정치권의 개입에 대한 경계와 우려를 공통적으로 표했다. 필립 쉐논 씨는 익히 알려져 있듯이 9·11 조사위원회 필립 젤리코 사무국장(executive director)이 콘돌리자 라이스와 매우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는 것을 지적했고, 다나카 미츠히코 씨는 국회사고조사위원회의 대정부 제언이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와 민주당에서 자민당으로의 정권교체와 맞물려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완익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 참사 특별위원회 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1~3 세션의 모든 발표자들이 단상 위로 올라와 워크숍에 참석한 유가족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활발히 의견을 나눴다.

장완익 위원은 현재 국회를 통과한 세월호 특별법은 최장 1년 6개월의 조사 기관과 3개월의 보고서 작성 기간을 보장하고 있는데, 과연 1년 9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진상조사를 제대로 수행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의미 있고 실질적인 후속 대책들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세 번째 세션의 사회를 맡았던 황필규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가 9·11 조사위원회의 조사 기간, 인력 및 예산의 제한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는데 필립 쉐논 씨는 결국 이러한 기간과 예산의 제한은 유가족들이 의회를 압박하고 언론을 통해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함으로써 돌파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가족들은 자신들의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도덕적 정당성과 큰 영향력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응원했다.

유가족 스스로 ‘발신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후쿠시마 참사 피해자인 고와타 마스미 씨도 역시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본인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들려주었는데, 처음에는 너무나 망설여지고 심지어 창피하기도 했지만 SNS를 통해서 후쿠시마 참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했고, 매월 도쿄 시내 한복판에서 다른 여성모임 구성원과 함께 후쿠시마 참사 이후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발언하고 있다면서 스스로 ‘발신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도 한동안 피해주민에 대해서 보상을 받았으니 오히려 잘 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것의 허구성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맞서 발언했다고 증언했다.

이 날 국제워크숍에 참석한 한 시민은 초기에는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홀로 거리에 나섰지만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그렇게 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시민의 입장에서 참여해야 할지 묻기도 했다. 이에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진상규명 국민참여위원회 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모시고 진행하고 있는 국민간담회 참여와 함께 세월호 참사와 진상규명운동을 잊지 않고 계속하겠다는 취지의 416 약속지킴이가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번 국제워크숍에서 확인한 것이 있다면 일본, 미국, 한국 어느 곳이던 정부는 이런 사회적 재난 앞에서 진실을 두려워하고, 드러내지 않도록 노력하며,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며 유가족과 시민들이 연대해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뉴시스
세월호 가족, 국내·외 전문가 모인 첫 심포지엄 열어

 

오마이뉴스
9·11 테러 유가족, 세월호 유가족에 한 요청은?
[현장] ‘해외 사례에서 본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나아가야 할 길’ 국제워크숍

 

오마이뉴스
일본 원전 피해자 “세월호 사고도 돈 때문에…”
후쿠시마 피해자 고와타씨, 세월호 유족 만나… 9일 ‘세월호 워크숍’ 열려

 

오마이뉴스
‘성역 없는 세월호 조사’, 해외 사례로 증명한다
세월호 참사와 해외 재난… 세월호참사 국민대책위, 국제 워크숍 열어

* 이 기사는 불교닷컴 공동게재기사입니다.

한국일보
“세월호 조사위, 정치인 빼고 유족은 감시역을”
9·11 테러·후쿠시마 사고가 조언하는 ‘진상규명의 길’ 워크숍

 

한겨레
“일본 원전사고, 벌써 없었던 일처럼…세월호도 잊히지 않게 널리 알려야”

 

경향신문
‘후쿠시마 원전, 9·11 테러, 세월호 침몰’ 희생자 가족들 한자리에 “참사 피해자가 두려운 건 사람들의 망각”

 

서울신문
“세월호·후쿠시마 원전 참사는 권력·부자들의 과욕 탓”
방한한 도쿄전력 원전감시단 활동 고와타 마스미
국제워크숍 자료집과 후기 “세월호 진상규명, 유가족과 시민들의 연대·감시·압력만이 유일한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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