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바꿈세 회원 10여명은 아침 8시 30분 양평에서 팽목항으로 출발했다. 좁좁한 전라도 고속도로 위. 길 양편 무겁게 내린 하얀 설경 속에 푸른 배추밭이 선명해서 마음을 아리게 했다.

진도에 거의 도착할 무렵인 오후 2시 20분 경, 우리는 차 안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특별조사위원회 위원 3명을 선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석태변호사 이호중교수 장완익변호사는 위원 17명 중 3명을 희생자가족대표위원회가 선출하도록 규정한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것이었다. 특별조사위원회는 내년 1월 1일 출범예정으로 조사대상자 등에 대해 출석요구권과 동행명형 요구권을 갖는다. 3명의 위원들은 ‘특별법이 가진 모든 권한을 행사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팽목항 한재

‘바꿈세’가 진도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경이었다. 화려한(?) 전라도밥상으로 식사를 하고, 혼자 전국을 다닌다는 미래의 여행작가 ‘한재’(세월초 6학년)군을 만나 팽목항에 도착하니 오후 4시였다.

팽목항 무지개

팽목항에 내리니 눈발은 비가 되어 내렸다. 멀리 등대길을 따라 걸려있는 노란 리본이 바람에 세차게 휘날리고 있었다. 바꿈세 회원들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9명의 아이들을 기다리는 실종자가족과 유가족을 찾아 준비해간 과일을 전달했다. 그리고 돌아서서 대회가 열리는 등대길로 향하는데, 거짓말처럼 해가 나더니 무지개가 뜨는 것이었다. 마치 찾아온 사람들에 대한 화답인 듯.

4시부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전국에서 참가한 600여명과 함께 세월호의 조속한 인양을 촉구하는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유가족 실종자가족 대책위 등은 ‘정부가 구조를 포기하더니 인양도 외면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세월호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결의했다. 추모문화제는 ‘통곡소리조차 끊긴 팽목항’에서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별이 된 아이들을 향해 ‘풍등’을 날리고, 마음을 적은 노란리본을 등대길 위에 묶고 대책위가 준비한 저녁밥상을 물린 뒤 ‘바꿈세’는 양평으로 돌아왔다.

팽목항 바꿈세

바다 속에는 세월호와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있지만, 바다의 얼굴은 너무도 태연했다. 그리고 파도 위로 솟아있는 섬들은 눈을 떼지 못하게 아름다웠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세월호를 잊으려 하고, 지우려 한다. ‘바꿈세’는 우리 사회가 누수된 평형수를 묻어둔 채 가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처음 조현초에서 시작된 모임은 이제 양평군 전체로 번져가고 있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 모인 그들은 서서히 그들의 정체성을 고민해가고 있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홀로- 가족동반이 아닌- 먼 길을 나섰다는 ‘언니’, 말문이 터졌다는 S, 낼 모레면 환갑이라는 청춘가수, 작은 몸에 지치지 않는 체력을 보여준 운짱, 바꿈세의 무게중심이라는 제안자 M, 종류와 시대를 망라하여 거의 모든 노랫말을 기억하고 있는 ‘가사도우미’ Y, 엽엽한 주부의 손길을 느끼게 한 모여사, 있는 듯 없는 듯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돕는 민자언니, 그리고 든든하게 한 축을 담당하는 H샘, 그리고 누구보다도 미래의 여행작가를 꿈꾸는 한재까지. 그들은 이제 바람개비들이 꿈꾸는 세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나가려 한다.

그들과 동행하면서 바꿈세의 꿈은 이미 ‘현재완료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붙이보다 끈끈한 그들의 정서와 밝은 웃음과 경계 없는 소통이 현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나라에는 막을 주체가 없다며 자탄하는 민영화의 파고와 식량자급률이 쌀을 빼면 1-2%에 불과한 우리 사회에서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그들의 희망처럼 30년을 살아도 양평 태생이 아니면 양평사람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지역정서를 극복하고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공동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바라는 마음이다.

팽목항 잊지 않을게

희망은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것일까? 팽목항에 묻은 아이들의 못 다한 꿈은 이제 살아있는 자들의 몫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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