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교회 또래 학생들 열연
객석 유가족들 ‘웃다 울다’ 공연 뒤엔 “위안 주어 감사”

환호로 시작한 연극은 눈물로 막을 내렸다. 25일 서울 영등포구 두레교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연극 이 끝난 뒤 유족과 배우들은 울음을 참지 못했다. 연극 도중에도 객석 곳곳에서 흐느낌이 터져나왔다.

오후 6시 시작된 연극은 희생자 동혁군 가족의 식사 장면으로 시작됐다. “엄마 만나기 전까진 아침밥을 제대로 먹어본 적 없어요.” 극 중 동혁이는 인스턴트 음식을 즐겨 먹는 동생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어했다. 아버지 김영래씨는 극 중 동혁이가 “요리사가 되겠다”며 일어서는 장면을 보다 고개를 떨궜다.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 역을 맡은 두레교회 드라마팀 학생들이 25일 오후 서울 당산동 두레교회 본당에서 공연한 연극 도중 수학여행 전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연기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email protected]이날 오후 2시30분, 6시 두 차례 열린 공연엔 단원고 희생자 홍종영군 아버지 홍원표씨, 양온유양 어머니 백영란씨와 관객 500여명이 참석했다. 희생자 동혁이, 온유, 홍래, 종영이, 혜선이, 수정이로는 또래인 두레교회 드라마팀 학생들이 분장했다. 극 중 온유는 를 읽으며 구호활동가를 꿈꿨고, 홍래는 ‘영혼 있는’ 격투기 선수가 되고 싶어했다. 노래방에서도 찬송가를 부른다는 종영이는 목사를, 틈날 때마다 거울을 꺼내보는 혜선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예쁘고 착하고 공부 잘하고 노래 잘하는” 수정이는 선생님이 되겠다고 했다. 수학여행 장기자랑을 준비하며 아이들은 저마다의 꿈을 말했다. 연극으로 다시 태어난 아이들의 농담과 재롱을 바라보던 부모들은 웃다 울다 했다.

4월16일 참사 당일은 대사도 연기도 없었다. 뱃머리만 떠오른 세월호 사진 한 장이 스크린에 떠올랐다. 이어 사고 당일 아이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이어졌다. “누나. 그동안 못해줘서 미안해.” “엄마 내가 말 못할까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백영란씨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닦았다. 역할을 마친 배우들은 막 뒤에서 숨죽여 울었다.

아이들이 떠난 무대에 부모들이 나왔다. “언제까지 슬퍼만 할 수는 없잖아요”라는 이에게 극 중 온유 엄마는 “왜 우리 아이들을 아무도 구하지 않았나요,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나요”라고 되묻는다. 극 중 동혁이 엄마는 새엄마라는 이유로 남들이 수군거릴까 두려워하다 “혁이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데 나선다.

극 중 담임선생님은 “왕따가 있다는 건 많은 이들이 강자에게 굴복했다는 것을 뜻하고, 사회가 힘 있는 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사회가 정의로부터 멀어졌다는 증거야”라고 말한다.

두레교회 오세택 목사는 ” ‘교회다운’ 교회는 하나님 말씀대로 정의와 공의를 따르는 것이니 세월호 유족의 아픔을 얘기하는 게 당연했다”며 “부족하나마 유족의 아픔을 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연 뒤 김성실씨는 “아이들이 연극 속에서처럼 천국에서 잘 지낼 것이라는 위안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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