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동~일동까지 그해 겨울이야기 ‘상처에 꽃은 피어나리’ 열려

그해 겨울의 끝자락에 촛불을 든 사람들이 모였다. 들녘은 칼바람 속에 침묵하고 있지만 결코 촛불을 꺼트린 적이 없었던 그이들이다. 누구는 이 풍진 세상이라고 한탄했지만 나와 ‘촛불을 든 사람’이 있었기에 그이들의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고 했다.
와동·선부동·고잔동·상록수·일동에서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과 나무움직임연구소, 민주노총 안산지부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딛고 안전한 새해의 염원을 담은 겨울이야기 ‘상처에 꽃은 피어나리’를 31일 오후 7시 20분 안산 합동분향소 앞마당에서 열었다.

지난 6월 24일 와동에서 처음으로 불을 밝힌 동네촛불은 이후 고잔동과 일동, 상록수 등에서 한 주도 빠트리지 않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마음과 마음을 다잡아 왔다.

북풍설한의 모진 추위 속 불 밝힌 ‘세월호 동네촛불’

그 동네촛불이 세월호 참사 260일이자 2014년의 마지막 날을 맞아 합동분향소 곁으로 날아와 하얀 눈꽃이 된 잔설을 조명삼아 뜨겁고 가슴 아렸던 자신들의 겨울이야기 한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100여명 참가자들의 묵상에 이어 풍물놀이의 기운찬 신명이 매서운 겨울바람을 뚫고 분향소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강화도의 대안학교인 마리학교 성공모 교장은 쑥을 피워 놓고 시작한 ‘도결 비나리’ 공연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구천을 맴돌고 있는 영혼을 달랬다.

와동·선부동 촛불지킴이 오정숙씨는 하늘나라 단원고 아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이야기를 낭독했다.

“계절이 세 번 바뀌고 아직도 우리는 4월 16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오늘, 12월 31일이란다. 얘들아~ 그래도 다시 시작하려고 해. 미안하다는 말, 잊지 않겠다는 약속, 끝까지 밝히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도 될까?… 우리 앞에 펼쳐질 또 다른 시련과 난관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얘들아~ 지켜봐 줄 수 있지? 4월 16일 우리 가슴 속 깊이 들어와 촛불하나 밝히고 하늘에 잠든 사랑하는 아이들아, 우리 가슴 속 촛불하나 들고 또 다른 시작을 위해 오늘도 내일도 뚜벅뚜벅 걸어갈 거야.”

2015년 동행과 다짐, 한 사람이 남아도 촛불은 밝힌다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영호 민주노총 안산지부장은 ‘2015년 함께 가는 이 길’에서 “유가족의 원통함은 반드시 풀어야한다”며 “2015년은 세월호의 진실에 한 발 다가서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안산고교회장단연합(Chairman Of Ansan·COA) 의장과 부의장에게 세월호 노란배지를 전달했다. 배지를 받은 김도윤 의장(부곡고 부회장)은 단원고 친구들에게 띄우는 편지를 낭독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잘 지내? 너희들에게 하고픈 말이 참 많았어… 왜 97년생들에게 수학여행은 이다지도 힘들었을까. 우리학교 보다 너희가 먼저 제주도로 떠난다고 자랑하던 게 아직도 기억나. 이제는 카톡에 ‘1’도 사라지지 않고 페이스북에 ‘좋아요’도 안 올라와. 그제야 조금씩, 이제야 조금씩 실감이 난다. 나 이제 육개장 안 먹어, 질리게 먹었다. 내가 너희 몫까지 살게. 더 노력할게. 지켜봐줘. 미안해, 사랑해, 고마웠어. 또 만나자 우리. 너희보다 먼저 어른이 된 도윤이가.”

와동·선부동·고잔동·일동·상록수에서 동네촛불을 밝혀 온 지킴이들은 ‘2015년 동행과 다짐’에서 참가자들에게 단단한 약속을 했다.

“동네에서 화, 수, 목, 금 계속 촛불을 꺼트리지 않고 있답니다… 한 사람이라도 참여하면 촛불을 밝히자고 약속 했어요. 또 진정한 이웃과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어요. 사연을 공유하는 이웃, 마음을 나누는 이웃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동네촛불을 하다보면 많이 모이기도 하고 적게 모이기도 하는데, 적게 모였다고 실망하지 말고 많이 모였다고 안심하지 말자고 했어요. 힘들기도 했지만 내년에는 새로운 각오로 아이들 생각하면서 유가족의 마음을 담아 촛불을 밝히겠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상처에 꽃은 피어나리’가 무대에 올랐다. 이 연극은 단원고 아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한판 굿을 벌인 집단창작극이다. 참가자들까지 함께한 가운데 단원고 아이들을 상징하는 ‘세월이’가 무사히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것으로 극은 막을 내렸다.

이날 겨울이야기는 참가자들이 합동분향소에서 분향하는 것으로 오후 9시경 끝났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서도 보도할 예정입니다.

박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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