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왈 반민특위가 국론을 분열 했단다. 하지만 이 사태를 두고 나경원을 비난하는 사람들조차 소위 '국론'이란 것에 대해 분명한 생각은 없는 것 같다. 화를 내는 많은 사람들 중 다수는 반민특위가 '국론'을 분열시키지 않았다는 입장인듯 하다. 그리고 이런 사고의 배후에는 '국론'이란 분열되면 않되는 어떤 것인 것이란 생각이 자리잡아 있는 듯하다.… 아마도 '국론'이란 예전에 반공같은 것들 따위를 의미할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국론'이란 국가가 국민에게 요구하거나 강제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거꾸로 '국론'을 통해 실체인 국가가 확인되어지고 국민이란 것이 상상가능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는 국가 이전에 '국론'을 생산하는 어떤 것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여론을 조종하는 음모집단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론, 즉 국가적 담론을 생산하는 이들은 학자들, 전문가들, 지배자들 일 수도 있지만 바로 '국론'이란 분열되면 안 된다고 믿는 우리 자신 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국론'이란 분열되어서는 안되는 어떤 것이 맞을 것이다. 아니 분열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그래야만 단일한 국가와 국민이 표상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분열되어 있는 것은 '국론'이 될 수가 없고 '국론'은 분열될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국론의 분열 여부가 아니라 그런 '국론'의 존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일 것이다. 국론 이었던 것이 지위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또는 어떤 것이 국론의 지위를 얻기도 하지만 그것은 지위의 상실과 획득의 문제일 뿐 국론 자체는 분열의 상태로 표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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