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경기 안산 단원고 시청각실에서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 구조된 단원고 3학년 이아무개양이 학교를 방문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주민에게 학생들이 쓴 감사 편지를 상자에 담아 전달하고 있다. 안산시 제공

세월호 생존학생 등과 만남
“밝은 모습으로 커달라” 당부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바다에 빠진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구하고 보살펴줬던 전남 진도군 조도면 주민들이 참사 11개월여 만에 생존 학생들을 다시 만났다. 생존 학생들은 ‘생명의 은인’인 주민들의 손을 꼭 잡은 채 고마워했고, 주민들은 학생들의 건강한 모습에 안도하면서도 “더 못 구조해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20일 오후 1시30분 안산 단원고 운동장에 버스 3대가 도착했다. 진도군 조도면 주민 80여명이 내리자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75명 등 이 학교 3학년 학생 88명이 노란 카네이션을 들고 다가갔다. 주민 중에는 사고 현장으로 어선을 끌고 가 학생 20명을 구한 ‘태선호’ 김준석(42) 선장도 있었다.

김 선장 등 조도면 주민들은 학생들과 한명씩 손을 잡고 학교 3층을 향했다. 학생들이 한때 공부했던 ‘2학년 교실’이 있는 곳이다. 지난해 4월에서 시간이 멈춘 교실을 돌아보던 주민들은 책상 위에 놓인 숨진 학생들의 사진을 어루만졌고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세월호 참사 당시 남편이 학생들을 구하러 나갔던 장혜숙(53)씨는 “애기들 얼굴 보니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파요. 그날 날씨가 오늘처럼 참 좋았는데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동거차도 산 위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침몰하는 배를 지켜봤던 소동례(66)씨는 “불쌍한 아이들, 부모 마음은 또 얼마나 아프겠어요. 다 내 자식 같은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들을 구하고 보살펴주었던 전남 진도군 조도면 주민들이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를 찾아 생존 학생들을 만나기 앞서 교실을 둘러보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산/이종근 기자 [email protected]

학교 지하 1층 시청각실에 마련된 ‘만남의 자리’에서 3학년 이아무개양과 김아무개군이 생존 학생들을 대표해 주민들에게 감사의 말과 함께 학생들이 일일이 쓴 손편지를 건넸다. 이양은 “조도에 도착했을 때 지치고 혼란스러움에 빠진 저희를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주셨습니다. 세상에 발을 내딛기 두렵지만 여러분들이 용기와 희망을 주셨습니다.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고 발생 직후인 4월16일 오전 10시 자신의 배로 학생들을 구한 태선호 김준석 선장은 주민들을 대표해 “친구들을 다 데려오지 못해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선장은

구조된 학생이 유리창을 깨면 친구들을 많이 구할 수 있다며 울먹이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다. 생존 학생들이 밝은 모습으로 컸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안산시의 초청으로 2박3일 일정으로 안산을 방문한 조도면 주민들은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이날 오후 진도로 돌아갔다.
안산/홍용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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