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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짜

2014.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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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민주주의 압살이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압도적 다수로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의 해산을 결정했다. 이는 헌재가 현 정권의 종북몰이에 충실한 하수인으로 전락했음을 의미한다. 헌재가 통진당을 해산하면서 내세운 이유를 따져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의 근거는 이석기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석기 사건이 내란음모라고 하는 것은 고등법원 판결에 의해 부인되었다. 그런데도 이 사건을 근거로 통진당 전체가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정당이라고 규정한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헌재는 통진당 전체 구성원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엄밀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막연히 추정 내지 전제하고 있을 뿐이다.

둘째, 헌재는 통진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단순히 위반하거나 저촉한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인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역시 이석기 사건이 근거로 제시되는데 이 또한 지나친 확대 해석이고 침소봉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구체적 위험성이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어야 하는데 그러한 위험성에 대한 증명 역시 지극히 막연한 추정에 지나지 않는다.

셋째, 헌재는 통진당을 해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정당해산결정으로 초래되는 정당 활동 자유의 근본적 제약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일부 제한이라는 불이익에 비하여 월등히 크고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이야말로 이 판결이 시대착오적이고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헌재가 옹호하고자 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사상의 자유와 다양성, 소수자의 자유를 보장하는 체제인데 이 판결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있지 않은가?

넷째, 이러한 헌재 판결의 숨어있는(?) 결정적 이유는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려는 북한이라는 반국가단체와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도 고려하여야 한다.”라는 점이다. 헌재의 논리대로라면 한반도가 통일되지 못하고 분단 상태에 있는 한 대한민국은 절대로 자유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논리는 이승만부터 박정희, 전두환 정권 등 역대 독재정권이 국민의 인권을 억압하고 영구집권을 도모할 때 항상 내세워온 논리다. 헌재의 이런 논리는 오랜 세월 우리 국민들이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쟁취한 민주주의의 결과로 얻어진 그나마의 정치적 자유와 정당정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극우냉전주의 논리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이번 헌재의 결정은 단지 통진당 이라는 한 정당의 존폐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헌재는 통진당에 대한 해산을 결정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정당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해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자유민주주의를 압살한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헌재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힘으로 쟁취한 19876월 항쟁의 산물로 탄생한 헌재는 오랜 기간 동안 독재자들의 자의에 의해 짓밟히고 만신창이가 되어 온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 시기 헌재는 어떤 일들을 했는가? 지난 20여 년간 헌재가 내린 중요한 결정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 다수 국민들의 이익을 저버리고 소수 특권 기득권 집단의 이익을 옹호해 왔다. 국가보안법, 교원노동조합의 구성 제한, 사형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처벌을 모두 합헌으로 판결했고, 토지초과이득세제, 부부 자산소득합산과세,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 종합부동산세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그 중에서도 여야가 합의한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판결은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관습법에 의해 인정된다는 해괴망측한 논리까지 만들어냈다. 지난 20여 년 간 헌재가 보여준 것은 헌재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 외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급기야 통진당 해산 심판 청구에 이르러서는 자유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짓밟는 지경에 이르렀다. 헌재가 이토록 막장에 이른 데는 갈수록 극심해진 극우주의의 준동을 방조, 후원하면서 헌재의 보수성을 끊임없이 강화해 온 보수정권의 행태가 자리 잡고 있다. 이석기 사건을 빌미로 통진당의 해산 심판을 청구하는 행태 자체가 그러하고 집권 이후 끊임없는 종북몰이로 반대세력과 국민을 탄압해 온 매카시즘이 그러하다. 또한 이번 판결이 나온 시기가 현 정권의 측근 비선 실세들의 국정농단사건이 터져 나온 시점이란 점에서 이 판결이 노린 정치적 의도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난 독재정권 시대에도 볼 수 없었던 권력에 의한 정당 해산 사태를 보면서 한국 민주주의가 벼랑 끝에 내몰려 있음을 개탄한다. 그리고 헌재가 다수 국민의 이익을 저버리고 정권의 하수인이자 소수 특권기득권층의 대변자가 되어버린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헌재가 근본적으로 재구성돼야 함을 절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