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흙

소와 흙 – 후쿠시마, 죽음의 땅에서 살아가다
신나미 쿄스케 지음, 우상규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3월

아직 후쿠시마에 가보지 못했다. 특별히 피했다기보다는 가봐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후쿠시마에 간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뭐라고 할까? 방사능으로 가득한 그곳에 왜 가느냐며 다시 생각해보라는 이야기가 많을 듯하다. 내 주변에서 누가 그곳에 간다고 하면 나도 비슷하게 말할 것 같다. 후쿠시마는 2011년 3월 11일 원전 사고 이후에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지명이 되었지만, 동시에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지역이 되어버렸다.

 

그곳에는 여전히 무엇이 살아간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을 바깥으로 내보내고, 남아 있는 동물들을 죽였지만, 여전히 어떤 사람과 어떤 동물은 그곳에서 살아간다. 그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죽음의 땅이라고 여겨지는 곳에서 각자의 생명을 이어가고 서로 보듬으며 땅과 생명을 살리고 있다. 이 책은 이렇듯 피폭된 대지에서 사라진 인간, 그곳에서 계속 살아가는 소, 그렇기에 다시 그곳에 들어가 소와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전한다.

 

이 책은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원전 사고 이후 그곳을 둘러싼 이야기는 모두 인간뿐이었다. 인간만 돌보기에도 여력이 없었겠지만, 함께 살던 다른 생명들은 인간이 모두 사라진 그곳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었다. 이제 시선의 환기를 넘어 앞으로 다가올 물음을 던져야 할 때다. 후쿠시마에서 “어떻게든 피폭한 소가 살아가는 이유, 살아가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들은 “안락사를 당할 것인가, 굶어 죽을 것인가, 야생동물의 길을 걸을 것인가. 혹은 그 이외에 다른 길이 있는 것인가.” 그곳에서 소를 살리려는 인간의 노력과 마음은 무엇을 위해 어디로 향하는 걸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물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간 무지했거나 외면했던 진실 말이다.

박태근
알라딘 인문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