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와 경총팥쥐 모녀는 콩쥐 그만 괴롭혀라

 

 

임금피크제 도입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조건 완화를 위한 공청회가 무산되자지난 금요일(29)과 오늘(31노동부장관과 경총은 노동계를 비난하며 거듭 제도 도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저들의 한 통속 행태를 보면 콩쥐팥쥐 전례동화가 떠오른다.

 

박근혜 정부와 경총이들 팥쥐 모녀는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라거나 걸핏하면 거리로 내쫓는(명퇴정리해고등 늘 콩쥐를 들들볶으며 괴롭힌다이런 사정이 전혀 나아지지 않은 요즘팥쥐모녀는 언젠가 집안에 손님을 맞이하려면(청년고용의 방문은 기약도 없다돈이 필요하니 일이 과중한 콩쥐에게 아침은 조금 먹고(낮은 초임초임 삭감), 점심은 몰라도 일을 적게 하는 저녁에도 조금만 먹으라며(임금피크제세끼 밥조차 줄이라고 한다참다못한 콩쥐가 억울하다며 동네방네 하소연하니계모는 자신과 밀월관계인 훈장들을 앞세워 저잣거리에서 팥쥐 모녀를 편들게 하고이들과 자신들의 생각이 사회통념이라며 더욱 콩쥐를 쥐어짤 계책을 세우고 있다.

 

작금의 임금피크제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논란이 딱 그 모양새다명예퇴직희망퇴직정리해고 등 만연한 수시해고로 인해 정년연장이 지켜지리라는 보장도 없으면서 임금만 깎고 보자는 것이다이기권 장관은 정년연장은 오히려 희망퇴직이나 명퇴를 가속화 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그러면 그에 대한 직접적 대책을 세우는 게 우선이다그러나 정부는 임금을 깎아 기업들에게 돈을 더 쥐어주면 나아질 거라는 발상을 한다일을 더 하려면 임금 깎자는 정부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협박논리다설령 정부 주장대로 저임금이라도 더 일하는 게 평생 소득에 도움이 된다고 치자이것조차 일부 대기업에나 통용될 얘기다노조조차 없는 90% 일터와 이미 저임금에 머물고 있는 700만 명 이상의 노동자에게 할 소리는 아니다.

 

이 협박논리가 거센 반발을 사자 이제 정부와 경영계는 다른 핑계를 댄다청년고용 증대다이는 최근 갖다 붙인 명분이다작년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의 목적은 기업부담 줄이기라며 달리 설명했다. 60세 정년을 실시하는 대신 임금을 깎아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솔직한 얘기다올해 상반기를 넘기지 않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결정하려고 서두르는 이유도 내년 정년제 실시를 앞두고 올해 각 사업장 노사협상에서 임금피크제를 반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의도였다또한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이 늘어난다는 주장의 기대효과도 없다과거에도 정부와 기업들은 신입사원 초임을 깎으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역시나 임금만 빼먹고 말았다.

 

경총은 더 노골적으로 본질적인 욕심을 드러낸다경총은 취업규칙 개악 과정에서 노조의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은 지나친 경직성이라고 주장한다사실 이 논란이 임금피크제보다 더 심각하다취업규칙 개악이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면 절대적인 힘의 우위를 가진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임금고용복지노동강도 등 온갖 노동조건을 후퇴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린다비록 사회통념이라는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지만사회통념이란 무엇인가실체도 모호하고 대개는 정부와 사용자들이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나 선전프레임의 다른 이름에 불과하고들이 막강한 힘으로 여론을 호도하면 그게 사회통념이돼 온 현실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가령 정부가 생각하는 사회 통념이 이런 식이다. “50세가 넘으면 업무능력이 떨어진다.” 이기권 장관의 말이다그럼 높으신 정부 관료와 경영인들이 죄다 50세 이상이라 나라가 이 모양인가.

 

콩쥐가 죽임을 당하고 팥쥐가 제 어미에게 젓갈로 제공되는 잔혹 동화의 결말을 누구도 원하진 않는다.정부와 경총은 노동자를 괴롭혀 원한을 살 일은 이제 그만 중단하길 바란다.

 

 

2015. 5. 3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