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 짓는 사람들

하동 섬진강공동체 김환기 생산자

 

하동 악양면은 대봉감의 시배지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들여온 품종이라 처음에는 ‘왜감’이라 불렸는데, 악양면에서 처음 대봉이라는 우리말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일까, 지리산 골짜기 따라 자리한 작은 동네마다 아름드리 감나무가 흔하다.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악양면은 토지가 비옥하고 기온이 온화해 매실, 감, 배 등의 과실류가 많이 생산된다.

김환기 생산자의 고향도 이곳 악양면이다. 어릴 적부터 농사에 관심이 많아 농고에 진학했다. 잠깐 도시에 머무를 때도 주말이면 농사를 지으러 고향에 다녀갔다. 자연스레 부모님이 하시던 감농사를 이어 받았다.

 

 
 
 

농업을 사랑하는 생산자와 소비자

그는 그동안 온라인 직거래를 판로로 선택했다. “공판장에서는 생산량에 따라 가격이 널뛰어요. 작년에는 10kg 한 박스에 6천 원이었는데 올해는 3만 원이 되었죠. 이 폭을 좁히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할 텐데 정부에서는 보조금 조금 주고 입 다물라 하니 안타까워요. 생산자의 노동에 적당한 대가를 보상해 줘야 한국 농업이 발전하지 않을까요.”

  

한살림에도 수급 산지로서 매실과 대봉감을 7년 넘게 공급해 왔다. “품목별 교육과 한살림 자주인증 교육을 계속 받아왔지만 생산공동체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했어요. 올해 예비 생산자로 이름을 올렸으니 떳떳하게 한살림 생산자라고 할 수 있게 돼 좋아요. 지역 활동에도 더 열심히 참여해야죠.”

올해 처음 가을걷이에 가서 한살림 조합원을 만났다. 농산물을 사랑하는 온화한 한살림 조합원의 모습은 농부와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한다. “농업에 충실하고 농업을 사랑하는 생산자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조합원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생산자 가 되고 싶어요.”

 

 

 

 

 

 

 

느리게 완성되는 자연의 단맛

매년 가을이면 500그루 이상의 감나무에서 감이 익어간다. 한살림에 홍시용 감으로 약정된 생과 1,500개를 내고 나머지는 곶감으로 말려 1월 중에 공급한다. 3년 전 가을장마에 야외에서 자연 건조하던 곶감 2만 개를 잃고 지었다는 가공시설 2층이 곶감을 말리는 덕장이다. 이곳에는 주황빛의 속살을 드러낸 대봉감이 구슬처럼 꿰인 채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생과가 곶감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5일. 기상여건에 따라 기계로 곶감을 말릴 수도 있지만, 한살림 곶감은 기본적으로 자연 건조를 원칙으로 한다. “나란히 놓고 먹어보면 맛이 확실히 달라요. 건조기는 수분을 빨리 빼서 색은 노란데 천천히 홍시가 되는 과정이 없거든요.” 7일이면 완성되는 기계 건조보다 시간은 더 걸리지만 자연 건조한 곶감은 식감이 더 쫀득하고, 당도 20브릭스(Brix)를 넘는 대봉감 특유의 달콤함이 그대로 응축된다.

 

김환기 생산자가 작년 것이라며 하얗게 분이 핀 곶감을 건넨다. “1년 쯤 지나면 당분이 올라와 이처럼 분이 피어요. 모르는 이들은 곰팡이라 생각하지만, 알고 먹는 사람들은 이런 것만 찾죠.”

시중에서는 곶감의 변색을 막기 위해 유황을 태워 훈증 처리를 하기도 하지만 한살림 곶감은 인위적인 후처리를 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갈색빛을 띤다. “색이다르다고 맛이 다른 건 아녜요. 그래도 조합원들이 깨끗한 곶감을 원하니, 감을 걸기 전 매실추출액을 한 번 발라줘요. 손이 한 번 더 가니 아무래도 번거롭지만 조합원의 요구를 고려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그의 곶감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조합원의 클레임을 받은 적이 없단다. 맛있다는 칭찬만 많이 받았다는 곶감을 베어 무니 그 자부심에 수긍이 간다. 몰랑몰랑, 쫀득쫀득, 부드러운 식감과 다디단 맛. 몰랐던 한살림 곶감의 매력이 입 안에서 줄줄 꿰어진다.

인위적인 단맛 대신 자연의 시간이 깊게 밴 이 곶감이 올 겨울 추운 몸과 마음 녹이는 달달한 주전부리가 되면 좋겠다.

 

 


 

훈증처리 하지 않은 한살림 곶감

 

시중에서는 곶감의 변색과 곰팡이 등을 막기 위해 유황을 태워 나오는 아황산가스를 훈증처리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산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황 가루를 물에 타 곶감 표면에 도포하기도 합니다. 한살림 곶감은 인위적인 후처리를 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갈색빛을 띱니다.

 

 

대봉감은 크기가 크고 모양이 봉긋하다는 뜻으로, 갓 익었을 무렵에는 떫지만 홍시가 되면 단맛이 올라와 홍시와 곶감으로 즐겨 먹는 품종이다. 부드러운 홍시가 되기도 하고 쫀득한 곶감이 되기도 하는 감의 매력이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