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장재연(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2018년 10월 28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15세 미만의 어린이 중 93%가 자신들의 미세먼지(PM2.5) 권고기준보다 오염된 공기를 숨 쉬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숫자로는 18억 명에 해당하며 이중 약 60만 명이 일반 대기 오염과 가정에서의 난방 및 취사 연료로 인한 실내 공기 오염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15세 미만 어린이의 약 3분의 1인 6억 3천만 명은 5세 미만 어린이들이다. 저소득 또는 중간소득 국가의 경우에는 98%, 고소득 국가의 경우에도 52%의 5세 미만 어린이들이 세계보건기구의 미세먼지 권고기준을 초과하는 공기에 노출되고 있다.

세계 거의 모든 국가와 도시가 크고 작은 차이는 있으나 미세먼지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어떤 나라나 도시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아래 그림은 각 국가별 5세 미만 어린이 10만 명 당 공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를 나타낸 것이다. 중아프리카, 인도 등이 가장 심각하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 중국, 동남아 등이 그 다음 수준이다.

[caption id="attachment_195568" align="aligncenter" width="640"] 5세 미만 어린이 10만 명 당 공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세계보건기구(WHO)[/caption]

우리나라는 다행히 미국, 유럽, 일본, 대양주 등과 함께 가장 양호한 영역인 10만 명당 3명 미만 그룹에 속했다. 일반 대기 환경의 미세먼지 오염은 이들 국가보다 높지만, 5세 미만 어린이 사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인 난방 및 취사로 인한 실내 공기 오염이 우리나라는 현저히 낮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로부터 어린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각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행동을 제시했다.

모든 국가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이행해야 하며,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기준을 맞추도록 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한다.

-에너지 공급 구조에서 과도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화석연료 비중을 낮춰야 하며, 에너지 효율 향상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재활용 등 쓰레기 처리 시스템 향상을 통해 지역사회에서의 쓰레기 소각을 줄여야 한다.

 

-가정의 취사 연료와 난방 및 조명 기구를 청정 기술에 의해 공급하면 가정과 주변 지역 공기의 질을 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어린이가 오염된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학교와 놀이터는 번잡한 도로나 공장 또는 발전소 등 주 오염원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caption id="attachment_195569" align="aligncenter" width="640"] WHO 캡처[/caption]

세계보건기구는 우리나라에서 부모들이 어린이를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하려고 주로 실행하고 있는 마스크 착용이나 공기청정기 설치 등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숨쉬기 힘들게 만드는 마스크 착용이나 공기가 탁한 공간의 창문을 닫고 공기 청정기를 트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 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다.

[caption id="attachment_195570" align="aligncenter" width="640"] 사진 중앙일보[/caption]

5백에서 1천 킬로미터 떨어진 중국에서 날라 온다는 미세먼지만 신경 쓰며, 정작 아이들에게 진짜로 직접적 피해를 주는 학교 주변 오염원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더구나 그것을 찾아내서 줄이려는 노력은 눈을 씻고 찾아보기 힘든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이런 태도와 방식은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현상이다.

과도한 아이들 걱정에 판단력을 잃고 마스크 회사와 공기청정기 회사 판촉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정부, 언론, 사이비 전문가들에게 현혹돼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 번쯤 의심을 해 보면 좋겠다.

학술적 근거나 출처도 알기 어려운 허무맹랑한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말고,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의 자료나 권고를 제대로 참고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것이 지구촌 사회의 공통적 인식이고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