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하는 여자 불경하다고 제사 막는 게 제주의 현실”

[2018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①] 제주도지사 출마했던 고은영씨

 

작성 : 안현진

 

지난 10월 11일 여성과 자연에 가해지는 억압과 교차성에 대해 논의하고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상생과 공존의 가치를 전하는 2018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200명의 참가자와 함께했던 뜨거운 현장과 연사들의 강의를 가감없이 소개합니다 .

최근 제주의 비자림로의 공사 장면이 포털사이트 검색 1위에 올랐다. 도로 확장을 위해 벌목되는 숲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한 가지 물음을 떠올리게 했다. 안타깝게도 비자림로에 이어 금백조로도 도로 확포장 공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제주 제2공항을 위한 밑단추’, ‘예산을 쓰기 위한 토목공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제주 제2공항 백지화’, ‘개발예산을 도민들을 위해 사용하자’ 등의 공약을 들고 나선 도지사 후보가 있었다. 바로, ‘을’들의 정치를 말하며 난개발에 전선을 긋고 나선 제주 최초 여성 도지사 후보 고은영이다. 제주도지사 후보였던 고은영씨는 6.13 지방선거에서 1만2188표(3.5%)를 받으며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서는 희망적인 쾌보를 보이기도 했다.

 ▲ 2018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에서 강의 중인 고은영
▲  ▲ 2018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에서 강의 중인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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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이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난개발로 몸살을 앓는 제주도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고은영씨를 만나보았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지난 10월 30일, 제주신화역사 공원 내 카지노 이전과 관련해 현직 공무원과 업체 관계자 간의 대가성 채용비리로 현직 공무원 2명이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대규모 개발사업장 인허가와 관련해 특혜의혹들도 터져 나오고 있다. 올해 7월 4일부터 한 달여간 발생한 하수 역류사고로 인해 밝혀진 사실들이다.

“서귀포시 안덕면에는 ‘산방산’이 내다보이는 곶자왈 초지마을목장이 있었습니다. 마을 목장으로 이루어진 마을 공공의 재산이었습니다. 이 곳은 2000년대 중반에 팔려 축구장 14배 크기에 달하는 대규모 리조트 테마파크, 제주신화역사공원(신화월드)으로 개발됐습니다. 완공이 다가온 시점, 이 근방에 위치한 4개의 마을과 도로의 맨홀에서는 걸러지지 않은 똥물들이 역류하기 시작했습니다. 물 예상 사용치를 3배 이상 낮게 신고했는데도, 제주도청이 인허가를 받아준 사실이 발각됐습니다.

이 마을의 주민들은 상당수 이 대규모 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주민들이 세탁, 청소, 경비, 카페 사업 등에 종사하고 있고, 신화역사공원 내의 카지노 사업장에는 수 백 명의 제주 청년들이 고용되어 있습니다. 하수 역류사태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들은 신화역사공원의 방문후기 등 광고성, 이벤트성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제주 유일의 국립대학교이자 4년제 대학교인 제주대학교는 제주신화월드의 중국 개발 사업자에게 10억 원대 기부를 받고 흉상을 만들어줬습니다. 제주의 주인이 바뀌었단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전 지구적인 자본이 제주의 언론, 교육, 정치 등 모든 영역에 스며들고 고스란히 주인이 바뀌고 있습니다.”

 ▲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선 이후 생긴 나이트 클럽의 모습
▲  ▲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선 이후 생긴 나이트 클럽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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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은영씨는 제주도 주민들은 해군기지 개발과 함께 들어오는 대규모 나이트클럽을 보며 ‘기시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제주도에서 70~80년대 군사정권 주도 하에 이루어졌던 기생관광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 정치에 여성의 모습은 없다

제주도에서는 2014년 처음으로 비례대표가 아닌 여성 도의원이 선출되었다. 마을 이장 등 작은 단위의 정치영역에서부터 여성이 자리할 수 없는 구조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제주의 여성들이 집안의 경제력으로 대표되는 동안 사회적·정치적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제한되어 왔다.

“제주 마을 회 ‘향약(향촌사회의 자치규약)’에 따르면 대부분의 마을들이 마을 이장을 선출할 때 가구 당 1표를 행사한다. 가구 당 1표를 얻게 될 경우 대개 아빠(남편), 할아버지 등 집안의 가부장이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또, 마을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한 많은 제사에서 완경(폐경)하지 않은 여성은 ‘불경하다’는 이유로 출입이 불가하다. 이것이 2018년,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와 같은 관례와 구조들을 통해 지역의 토호세력과 남성 권력이 결탁한다’고 고은영씨는 설명했다. 나아가 토호세력과 다국적 자본이 만들어낸 카르텔이 ‘지금’의 제주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 제주 제2공항 반대 피켓팅을 하는 제주녹색당 당원들과 고은영
▲  ▲ 제주 제2공항 반대 피켓팅을 하는 제주녹색당 당원들과 고은영
ⓒ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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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들의 정치, 유령들의 캠프

고은영씨는 6.13 지방선거를 지역발전을 말하며 ‘개발’에만 돈을 쏟는 카르텔과 전선을 닦는 선거였다고 평가한다. 이에 개발 이슈가 한창인 제주에서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에 물음을 던지고 그 예산을 토목공사가 아닌 도민들의 삶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논리에 빠져있던 프레임을 전환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저희는 유령들의 틈새였습니다. 군사주의와 자본주의가 ‘아 쟤네, 저 눈엣가시들 없애 버리고 싶어’라고 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렇게 캠프를 진행했습니다. 카지노를 쫓아버리고 싶은 사람들, 신화역사공원이 쫓아내버리고 싶은 사람들, 강정활동과 세월호 활동과 먹거리 활동과 청년, 백수, 청소년, 여성. 그 모든 사람들이 질문을 던지고 전선을 닦는 캠프를 운영 했습니다.

저는 제주에서 벌어지는 일이 다른 지역에서 똑같이 일어나고 있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와 지역 정치가 부화뇌동 해 자본의 길을 열어주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갈아넣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 지점에 대해서 꼬집고, 사실을 이야기하는 그런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삶을 전환하는 스위치는 우리에게 한 번에 찾아올 수 있습니다. 10년 동안 시민 사회단체가 지쳤고, 기존의 정당들이 지쳤으면 새로운 물이 들어와서 판을 갈아줘야 하지 않습니까? 제가 그 역할을 이번 선거 때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선거 자체가 저희의 싸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선거에서 저는 단순히 여성 청년에서 머물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정치 관행과 자본주의와 군사주의라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그것’과 싸우려고 했습니다.

유령과 싸운 것이었고, 저희(녹색당) 자체가 유령이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녹생당도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중요한 건 이 이후라고 생각합니다.”

 ▲ 6.13 지방선거 당시 연설을 하고 있는 고은영 후보
▲  ▲ 6.13 지방선거 당시 연설을 하고 있는 고은영 후보
ⓒ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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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고은영’과 만나고 싶다

정치가 여성의 목소리,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요구는 많다. 하지만 여성 청년의 정치출마 자체가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다. 고은영씨는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출마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저는 컨퍼런스가 시작되기 전 강정에 있었습니다. 제주에서 활동가의 면목 뿐 아니라, 지역에서 행동하는 에코페미니스트로 그리고 빛 있는 정치를 하는 정치인으로 생존하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습니다. 제가 생존해야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4년 뒤 저의 목표는 수많은 ‘고은영’들, 균열을 알아채기 시작한 제2의 고은영들과 함께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입니다. 어느 곳도 아닌 제주에서 출마하는 것입니다.

이번 2018년이 게임을 시작하는, 질문을 던진 해였다면 앞으로도 저는 여러분과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공통의 질문은 오늘 우리가 가져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은 각자 찾아 나가서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