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혁신성장·일자리 창출 지원방안 
의료행위서 건강관리 구분해 서비스 시장 활성화
건강정보 수집 위험·불필요 지출증가 등 우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추진해 논란 일기도

 

정부가 의료행위와 건강관리 영역을 분리해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상 공공의료체계가 보장하도록 돼 있는 질병 예방 및 사후관리 등을 떼어내 시장에 맡기는 것은 혁신이 아닌 ‘의료 민영화’라는 비판이 나온다. 출처: www.flickr.com
정부가 의료행위와 건강관리 영역을 분리해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상 공공의료체계가 보장하도록 돼 있는 질병 예방 및 사후관리 등을 떼어내 시장에 맡기는 것은 혁신이 아닌 ‘의료 민영화’라는 비판이 나온다. 출처: www.flickr.com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구분이 쉽지않은 의료행위와 건강관리 영역을 분리해 민간기업이 제공하는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상 공공의료체계가 보장하도록 돼 있는 질병 예방 및 사후관리 등을 떼어내 시장에 맡기는 것은 혁신이 아닌 ‘의료 민영화’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민간기업이 건강관리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제정 및 가이드라인 마련 시도가 있었으나 반대 여론에 부딪혀 현실화되지 못했다.

24일 정부가 내놓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보면,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가 무엇인지 유권해석을 강화해, 휴대전화와 웨어러블 기기(몸에 착용하는 컴퓨터) 등을 활용한 건강관리시장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는 민간기업의 의뢰를 받아 제공 서비스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판별해주기 위한 ‘민관합동법령해석위원회’를 구성했다. 김국일 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환자 개인이 하는 혈압측정 등은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 영양관리나 운동 같은 경우 치료 목적이 아닐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의료단체 인사들은 의료행위와 건강관리 영역 구분이 어려우며,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을 확대할 경우 시민들의 불필요한 지출을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변혜진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위원은 “몸이 불편해 병원을 가면 혈압·혈당 수치 등을 체크하지 않나. 공중보건체계에서 기본적으로 이뤄지는 행위에 대해 별도로 돈을 쓰게 하면서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라며 “건강관리서비스 기관과 대형 병원이 연계될 경우 환자 유치나 알선 행위도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군다나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민간기업들이 민감한 건강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보험 계약자의 건강관리 노력에 따라 보험료 할인을 해주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 기준을 마련했고, 실제 상품이 출시됐다. 변혜진 연구위원은 “건강상태엔 사회경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이 보험 상품은 건강관리를 개인 책임으로만 지우는 것”이라며 “보험료 할인 같은 소비자 혜택을 내세웠으나 이러한 상품 판매를 통해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 거절이나 보험료 인상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질병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고 짚었다.

이날 정부는 도서벽지에 살고 거동이 불편한 까닭에 치료·진단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사-의료진(재활·방문간호사) 간’ 원격협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의료정보가 담긴 자료 등을 주고 받는 협진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결국 환자 상태를 해석하고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인력이 확보되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정부는 의료법상 허용되지 않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을 위해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복지부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포함해, 원격의료 효용성을 검증하는 시범사업을 한 뒤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박현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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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7211.html#csidx8453228004921669eb645f5677d411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