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는 <‘돌아온’ 온갖문제연구 프로젝트>로 독립연구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정된 3팀의 독립연구자(팀)를 소개합니다. 진행 중반에 접어든 지금,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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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이랩(4.2LAB)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혜민입니다. 사이랩은 스스로 길을 찾으면서 청년의 길 찾기도 함께 고민하는 청년 모임입니다. 교육공간 민들레에서 인큐베이팅한 팀이고요. 청년이 자기 삶의 방향을 찾아 힘을 얻고, 그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해 2015년에 만들어졌습니다. 2018년 현재까지 5명~10명의 청년이 모여 운영진・연구원・소모임 참여자 등의 다양한 멤버십으로 활동 중입니다. 요즘에는 다양한 청년들의 다양한 삶의 형태를 만나고 싶어서 이런저런 작당을 하고 있어요.

<‘돌아온’ 온갖문제연구 프로젝트>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나요?
‘청년 라이프스타일 설계 교육과정 연구’ 인데요. 한국과 일본의 청년이 교류하여, 청년을 위해 만들어졌던 진로 설계 과정을 함께 연구하고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일본 도쿄의 대안대학인 슈레대학의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연구 강좌’, 사이랩이 하고 있는 ‘청년 길 찾기 과정’을 연구해볼 예정입니다.

“청년들이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삶의 형태를 스스로 만들고 존중하며 살길 바랍니다”

주제를 선정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도 그렇고 교육공간 민들레에서도,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자기 인생을 기획하는 데에 쓸 시간과 방법을 충분히 가지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사이랩이 만들어졌고,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그러다 슈레대학의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연구 강좌’를 알게 되었습니다. 삶을 구성하는 요소(가정, 돈, 직업, 집 등)를 구체적이면서도 집요하게 분석하고, 이 분석을 토대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는 강좌인데요. 커뮤니티 구성원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설계도의 구조와 내용을 업그레이드하는 점이 특이하더라고요. 필요한 다른 강의나 세미나가 있으면 강좌 안에 포함하기도 하고요. 이것을 한번 배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이랩과 슈레대학의 경험을 토대로 새롭게 ‘청년 라이프스타일 설계 교육 과정’을 만들어보는 게 목표입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어요. 청년들의 삶의 형태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변수도 많아지고요. 저희가 만들 교육 과정이, 청년들이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삶의 형태를 스스로 만들고 존중하며 살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연구 잘 진행되고 있나요?
더디지만 순탄히 진행 중입니다. 한・일 청년 교류 워크숍과 전・후 세미나를 진행하는 형태로 연구를 할 것 같은데, 날짜를 확정했고요. 한국과 일본에서 연구를 함께할 동료를 모으는 작업도 진행했어요. 동료들이 있다는 것이 든든하고, 연구가 풍성하게 진행될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우리 사회 청년의 삶은 스펙트럼이 넓어요.
실제 청년들의 삶의 구석구석을 긁어주고 싶습니다”

이 연구를 ‘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면?
한국의 주류 미디어와 행정, 정치는 청년을 유형화하고 일반화하며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특히 경제적 빈곤에 초점을 맞췄죠. 88만 원 세대, 금수저・흙수저론 처럼요. ‘담론’이니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항상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청년 당사자인 제가 겪는 삶은 스펙트럼이 꽤 넓었거든요. 시기에 따라 필요한 것이 다르고, 해외여행이나 인터넷 등으로 가치관의 전환도 많이 일어나고, 직업 선택 기준도 가지각색이고요. 하지만 청년의 가장 큰 고민이 일자리라는 고착화된 프레임으로 판단하니, 쏟아지는 청년 정책도 대부분 대동소이하고, 실제 청년의 삶을 구석구석 긁어주진 못했던 것 같아요.
저희는 각자의 삶에 필요한 요소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고,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 내가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코스를 만들려 합니다. 청년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연구 주제를 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돼요.

“연구는 거창하고 심오한 것이 아닙니다
생활 속 일을 한 번 두 번 다시 생각하는 일,”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게 연구라고 생각해요”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연구’라는 단어 자체가 진입장벽이 높은 것 같아요. 학계, 즉 전문가 집단에서 하는 연구의 이미지를 상상하게 되고, 그 방식을 따라가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하게 됩니다.
고민하다가 저희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분석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에 ‘가능한 해결방안을 찾고 실천해보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로 했습니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표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두 번 다시 생각하며,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에 대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여기는 것이죠. 지금 연구를 하고 계시는 분들 모두가 이 사회의 인식과 구조를 전환하고 확장하는 것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잘 마무리 해 주실 거죠?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슈레대학의 스태프,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연구 강좌’에 현재 참여하고 있는 청년, 강좌를 경험한 뒤 본인의 설계도로 살아가고 있는 청년을 초청해 워크숍을 열 예정입니다. 이후에는 한국 청년 문제에 관심 많고 해결 의지를 가진 동료들과 함께 세미나를 열고 한국 청년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설계 과정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미래가 두렵고 막막하다고 호소하는 제 친구들과 그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래 청년들에게 당당하게 제안할 수 있는 무언가를 꼭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정리 : 최은영 | 이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그래픽 : 조현상 | 이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