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8년 6월 22일
장소 서울혁신파크 상상청 2층 회의실
진행 전수경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대담 우다야 라이 /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박진우 /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사무차장
녹취 한지훈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는 2015년 8월 20일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2005년 4월, 100여명의 이주노동자가 모여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노동부는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는 조합원 자격이 없다’고 신고증을 내주지 않았다. 그 사이 초대위원장부터 여러 위원장이 강제추방을 당했다. 대법원의 최장기 계류사건으로 8년을 보내고, 2015년 6월 대법원이 이주노조 합법화 판결을 하고도 노동부는 두 달이 지나서야 신고증을 발급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이 25일 농성을 하고 나서였다. 이주노조는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며,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 향상을 꾀한다’ 고 노조 규약에서 밝히고 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1998년 산업연수생으로 네팔에서 한국으로 왔다. 인터뷰에 함께 나온 박진우 사무차장은 이주노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7년차 활동가다. 두 활동가는 5월 한달 간 ‘이주노동자 투쟁 투어버스’를 이끌고 전국의 이주노동자를 만나러 다녔다.
심각한 인권침해 실태가 있을 때 언론에 가끔 올라오는 기사를 보고 속상해하기만 했지, 이주노동자의 노동현장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지 못했다. 마음으로만 연대하는 것은 그 현장에 있는 이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으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인터뷰였다.
전수경] 집회에서 멀리서 뵙긴 했는데 직접 뵈니 반갑습니다. 투투버스는 5월 한 달 하고 오신 것인가요? 언론 인터뷰나 기사에 많이 나오셨죠?
박진우] 네. 5월 1일부터 31일까지 진행했습니다.
전수경] 이주노동자 투쟁투어 버스라고, TV뉴스에도 나오셨네요. 투투버스 후 제도 개선에 대해서 정부에서 연락 온 것이 좀 있나요? 이주노동자를 괴롭히는 3대악을 사업장 이동의 제한, 근로기준법 63조, 숙식비 강제징수 지침 등으로 꼽으셨는데 이 문제에 대해 정부에서 연락이 있는지 궁금해서요.
박진우] 5월 31일 세종시에 도착해서 노동부장관 면담을 요청했는데, 장관면담이 성사가 안 되고 과장을 만났어요. 투투버스 시작할 때 한 달 해서 지침이 바뀌는 것은 어려울 거라고 보았고, 당사자들 목소리를 외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어요. 향후에 교섭테이블 만드는 것까지 고민을 하고 31일 세종시 가서 이야기했어요. 매달은 힘들어도 세종에서 보는 교섭테이블을 정기적으로 갖추어 가자는 것이죠. 지난 주에 확인한 결과는 <고용허가제 업무편람> 이라고 업무 매뉴얼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이주노동자들 사업장변경, 계약 이런 것들이 포함된 400쪽 정도의 책자인데 모든 업무처리를 이 매뉴얼을 통해서 하고 있거든요.
저희가 변경할 것을 뽑고 요구나 대안을 정리해서 보냈고, 자기들도 8~90프로는 동의하고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뜯어 고치고 있다고 해서 7월 초에 올해 업무편람 개정안이 가안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그 때 다시 만나서 구체적인 질의를 같이 나누기로 했구요. 처음에 이야기 했듯이 당장 폐기하는 어렵지만. 정부도 당사자조직과 이주노동자를 만날 수 있는 테이블이 없어서 변호사, 전문가, 국회의원 이런 사람들과 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우리는 노동조합이 합법화 되었고 당사자 조직인 만큼 꼭 논의테이블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에 공감대를 만들었어요.
전수경] 노동부 안에 이주노동자를 담당하는 파트가 외국인력정책과, 국제협력과가 있네요. 법무부나 외교부 이런 곳과는 관계없이 노동부가 독자적으로 지금 다 하고 있는 것인가요? 국내에 이주노동 부분을?
박진우] 이주노동자 제도가 진짜 많은데 비자로 따지면 A1부터 G1까지에서 40~50개가 될 텐데요. 저희가 이야기 하는 건 E9 ‘고용허가제’에 대한 부분이구요 ‘고용허가제’는 노동부가 주관하고, E6 ‘예술흥행’비자는 법무부, E10 ‘선원’비자는 해양수산부 소속이에요. 노동부 ‘고용허가제’로 제일 많이 들어오는 것이죠.
전수경] 얼마 전에 뉴스타파에서 ‘어업노동자 르포’가 나온 적이 있는데요. 그 분들은 E10 비자로 들어오신 건가요?
박진우] E10도 있고, E9에도 ‘선원’비자가 있습니다. 선박이 20톤 이하는 E9이구요. 20톤 초과하는 경우는 E10입니다. 배의 크기에 따라, E9은 고용노동부가 관리하고 E10은 수협에서 관리합니다. 해양수산부가 수협에 위탁을 준 것입니다. E9 안에서는 1~4까지 업종이 일단 다르거든요, E9안에서 1은 제조업, 2는 건설업 종류, 3은 농업, 4가 어업이고 20톤 이하입니다.
전수경] 노동부는 이주노조 합법화되고 나서 만남이 박근혜 정부 때는 없다가 정부가 바뀌고 나서 생긴 것인가요? 이주노동자 당사자 조직과 정부의 만남이 없었다는 것이 새삼 놀랍네요.
박진우] 투투버스 전부터 일시적으로 항의면담, 집회를 하거나 했죠. 노동부도 한두 번 만나서 해결할 수 없고, 이주노동자는 늘어나고 있는데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숙식비 지침 같은 부분에 있어서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생각하겠죠. 형식적으로는 대화의 테이블을 만들었지만, 실행력이 생길 수 있는 것인지, 의견수렴만 하는 것인지. 오히려 만나서 면피용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인지, 저희도 고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다야 라이] 그렇게 인정하는 것 같지는 않고 우리가 밀어붙이니까 안 들어줄 수는 없고, 그랬다고 생각하고 아직까지는 그 사람들이 우리한테 어떤 것을 (인정할 지는 모르겠어요)...
전수경] ‘고용허가제’가 15년 됐다고 하고, 고용허가제에 대해 아주 대표적인 문제를 꼽으라면 사업장을 못 옮기는 게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는 거죠?
박진우] 그렇죠. 특히 최근에 미투 운동이 일어나서 농촌이주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심각하다는 것도 언론에 많이 나왔는데,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긴급하게 사업장 이동을 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하라고 요구하고 검토 중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수경] 이주노동자 운동이 지역의 센터들이나, 안산 ‘지구인의 정류장’ 같은 지원조직(?)도 이주노동자 운동이라고 볼 수 있는 건지요? 지역마다 교회에서 하는 곳도 있고 관에서 하는 곳도 있고 다양한데요, 센터에 오는 이주노동자들과 이주노조의 관계나 흐름이 궁금해서요, 너무 어려운 질문인가요?
박진우] 굉장히 어려운데요.
우다야 라이] 센터들은 서비스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고요, 노동조합은 현안이 있고, 당사자들이 직접적으로 보편적인 권리를 요구하고 노동 3권을 요구하고 있어요.
박진우] 이주노조 운동이 워낙 작고, 센터든 어디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기본적으로 많지가 않고 지역마다 편차가 심해요. 어디가 우선이냐 보다는. 너무 조직화도 안 되어 있고 결정적으로 우다야 위원장님 말씀처럼 당사자들이 만든 조직이고 노조는 유일하게 교섭을 할 수 있잖아요? 정부교섭, 회사교섭, 노조법상 노조만 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까요. 센터들은 대리적인 상담이나 투쟁을 할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한국인 활동가들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던 영향력이 세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맞다 틀리다고 얘기할 수는 없어요. 이주노조는 노조로서 노동자들 이야기를 하고 ‘고용허가제’ 폐기를 주장하고 노동자들이 당장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투투버스 같은 경우에도 동의하는 수원이주민센터나 안산 ‘지구인의 정류장‘ 같은 단체와 함께 했어요. 앞으로 당사자들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단체들과 연대를 넓혀갈 생각입니다.
전수경] 이주노동자가 100만 명이라고 하니까,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고 지원하는 네트워크도 풍부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네요, 제가. 이주노조가 힘든 상황에서 싸워 왔는데 최근에 조합원도 늘고 운동이 커지고 있다고 착각해나 봅니다.
박진우] 2~3년에 불과하고요, 십몇 년을 싸워서 노조 합법화를 만들어낸 거고, 조합원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사실 저희도 일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장벽들이 아직 많이 있죠.
우다야 라이] 지금 9개 나라 정도에서 조합원들이 가입해 있고 지부는 8개의 지부가 있습니다. 우리 노조는 전국노조이고 조합원은 500명 정도가 있고요.
전수경] 500명이면 적은 숫자는 아닌 걸로 보여요...
우다야 라이] 전체노동자들에 비해서는 적은 숫자죠.
박진우] 1퍼센트도 안 되죠. 한국에 일을 하러온 노동자들을 합법, 비합법 가리지 않고 봤을 때 100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수경] 조합원 500명은 주로 서울, 경기, 인천 같은 도시 지역인가요?
박진우] 그렇죠, 주로 제조업과 농축산에 남성이고요. 남성이 80퍼센트 이상이에요. 여성조합원이 없는 건 아닌데 농축산과 같은 경우 접근이 쉽지 않아요. 어디에 있는지 알기도 쉽지 않고, 계속 되는 곳만 되고, 안산도 많은데, 일요일에 쉴 수 있는 일을 하는 남성들이 노조가입이 쉬운 것 같아요.
전수경] 언론에 깻잎 따는 여성노동자 이런 식으로 나오는, 인권적으로 심각한 상황에 있다고 나오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접근이 어렵고, 조직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네요.
우다야 라이] 상당한 문제인 거죠. 어차피 쉬는 날도 없고 해서 접촉이 어려워요. 거리상 문제도 있고 어려워요.
전수경] 농촌여성 이주노동자 문제가 계속 나오는 거는 그 분들이 제일 열악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고...
박진우] 사각지대 같은 것이죠. 이주노동자 안에서도 더 을일 수밖에 없는 상황들, 저희가 고민하는 것 중에 실제로 하고 있는 하나는 지역 돌아다니면서도 말했는데요, 비슷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해서, 제가 처음 들어올 때 ‘노조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 무슨 일이 생겨도 명함이라도, 전화번호라도 있으면 연락을 할 수 있으니까’
원래는 산업인력공단이 3일 동안 입국 후 교육을 하는데, 그 교육이 사업주한테 인사 잘하는 법... 산재를 당했을 때, 월급 못 받을 때, 회사에서 맞았을 때, 해결할 수 있는 권리구제 방식을 알려주어야 하는데 안 하는 거죠. 투투버스 때도 노동권 교육시간을 배치하라, 강사도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사람을 하라, 이것도 하반기에 논의할 것 같아요.
작년부터는 인천공항에 가서 입국하는 노동자들에게 새벽에 공항 선전전을 하고 있어요. 각 나라 말로 된 선전물, 명함, 물 등을 준비해서 4월 달에도 70명 정도 만나서 알리고 문제가 생기면 연락 달라고 알리고 있어요. 100명 중 1명이 오더라도 일단 연락처를 알고 있기 때문에,말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죠. 오지에서 정말 극단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생기거든요. 도움을 요청할 곳이 전혀 없을 때, 그런 접근이 필요해요.
전수경] 산업인력공단에서 교육을 하는데, 고용허가제 15년인데 아직도 기본 노동권 교육이 없었다는 건가요?
박진우] 강사들이 중소기업협회, 농협중앙회, 사용자 측에서만 강사를 배치하고 있고요. 노동부도 거짓말 같긴 하지만 ‘그 정도 인지 몰랐다’ 고 하는 거예요. 산업인력공단이 산하기관이고 위탁을 준 것인데 모니터링이나 커리큘럼을 전혀 파악하지 않고 있어요.
전수경] 계속 정부이야기를 물어보는 것은 정부가 가장 돈이 많고 사람이 제일 많기 때문에 정부에서 하면 빨리 할 수 있어서예요.
박진우] 하려면 정부가 해야죠.
전수경] 정부가 그 정도였다는 것이 노동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이 놀랍기는 한데, 왜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면서 있었는지 들을 때마다 놀랍네요. 지금 인천공항에 나가는 것처럼 이주노조가 자체적으로 아주 수공업적으로 하는 것 이상 정부가 다른 활동이 없었다는 것인가요? 사장들이 지켜야 할 것이라든지.
박진우] 하반기 교육은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노동권 교육을 배치한다는 것은 반대를 못하고 있으니 어떻게든 변경될 것 같아요.
전수경]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이주노동자 관련 활동이 있던 걸로 아는데.
박진우] 권고안 같은 것이 나오기는 했지만 국가인권위가 거의 ‘식물’처럼 운영됐으니까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죠. 그래서 저희가 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위원장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전수경] 몇 해 전에 안산 ‘지구인의 정류장’ 에 갔을 때 전라도 익산 비닐하우스에서 도망 나온 여성이주노동자들이 안산까지 찾아오신 걸 봤어요. 정부가 바뀌면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 신경을 쓸까 했는데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던 건데, 제 생각이 잘못된 것 같아요.
전수경] 사실 이주노동자들이 산재도 심각하고, 이주노동자 가운데 사망자가 많다고 언론에 나오는데 그게 맞나요? 자살이나 사인불명 죽음에 대한 기사도 나오고요. 몇 해 전에는 ‘한 해 이주노동자 100명 정도가 교통사고 우울증 산재 등으로 사망한다고 국정감사 결과 나오기도 했죠.
우다야 라이] 제가 네팔공동체 소식을 매일 보는데 죽는 사람이 많아요. 과로사도 있고, 산재도 있고, 교통사고도 있어요. 자살하는 것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다른 나라들도, 태국 이런 나라의 경우 사망을 많이 한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죽는 원인도 산재로 죽을 때도 일단 인정을 잘 안하고 있는 상황이죠. 의사들도 산재보다 다른 판정을 하려고 해요. 보통 공동체에서 노동자가 죽었다는 소식이 오면 그런 분위기가 퍼지는 것 같아요. 더 우울해 하고. SNS에서 죽었다는 소식이 바로 올라오니까요.
박진우] 저희가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네팔은 위원장님 중심으로 파악을 할 수가 있는데, 대사관, SNS를 통해 제보가 들어오기는 하는데 그 나라 전체통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산재로 사망해도 지역신문이든 기사로 사망사고가 나와야 하는데, 사망을 해도 최근 김해에서 난 사망이 있는데 기사화가 안 되었어요. 산재로 안 하면 보상금을 산재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 식으로, 돈으로 무마시키는 일이 많이 일어나죠. 산재로 죽어도 은폐될 수밖에 없고, 전체 산재를 포함한 교통사고, 사망자통계는 법무부, 노동부 어디에도 없는 상황이에요.
기자들도 취재하는 사람이 없고, 정부 어느 부서도 이주노동자 사망통계를 남성, 여성, 국적별로 통계를 내는 곳이 없어요..
전수경] 과로사가 내국인도 산재인정을 받기가 어려운데, 운이 없어서 죽거나 우울해서 죽었다, 개인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죠. 조합원 수가 적은 나라 실정을 더 모르는 상황이네요?
박진우] 개별적인 케이스는 알아도 전체가 얼마나 되는지 저희도 알지 못하죠. 이주농자는 죽지는 않아도 다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본국에서 아파서 온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여기 와서 얻은 것인데 한두 달 만에 디스크가 생겨도, 산재가 2년 동안 계속 같은 작업을 하지 않으면 인정받기 어려워요. 한 번도 안 해 본 일을 하다가 몇 달 만에 근골격계 질환을 얻고, 통증으로 일을 못하는 상황인데 ‘그 나라에서 아파서 오지 않았느냐’ 고 하는 거죠. 건강검진 받고 합격해서 들어오는 건데요.
전수경] 사망자 통계가 없고 책임지고 집계하는 기관도 없는 상황이라는 건데요, 산재에 국한해서 보면 어떤가요? 산재는 한국인도 받기가 어려우니까, 비율이 낮을 것 같기는 한데요, 의사소통이 잘 안 돼서 사고 나는 경우가 많고, 초기에 사고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요.
박 : 산업인력공단에서 산재를 막으려고 매뉴얼을 만들기는 했는데, 16개 나라 별로 만들어 놨지만 배포하지는 않았대요. 공단에는 꽂아 놨는데 현장에는 전혀 없어요. 현장을 찾아가서 교육하고, 사업주 불러서 주기적으로 교육해라. 일단은 알겠다고 했는데, 교육이나 법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규정에는 있지만 위험물질에 마스크 하나만 쓰고 일하는데, 통역이나 번역도 잘 안 되어 있어요.
우다야 라이] 교육 내용이 ‘사업주에게 잘 보여라. 사업장 변경하면 안 된다’ 이런 거예요.
전수경] 교육이 ‘사업주에게 잘하는 거. 인사하는 거. 말 잘 듣는 거’ 이런 식으로만.
박진우] 노동자를 위한 거라기보다는 잘 써먹기 위한 것이죠. 개인이 간혹 산재 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주변에 한국말 잘하는 분, 노무사, 민주노총 법률원 등 도움을 받아야 가능하죠. 대부분은 공상 처리가 압도적으로 많고, 장애가 생길 경우에 산재로 할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법적으로는 어느 비자든 상관없이 산재를 받을 수 있다고 나와 있는데, 끝까지 밀어붙여서 인정받을 수 있기는 해요. 그런데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소송하고 이러다 돈을 못 벌기 때문에, 법과 현실은 다르다고 밖에 말 할 수 없죠.
산재를 하면 사업주 보험료가 상승하는 것도 있지만, 나중에 고용허가제 배정에서 점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록을 안 남기고 덮으려고 하죠. 고용 ‘허가제’잖아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고용센터를 통해 허락 받아서 운영하는 것이니까, 공적인 시스템에 걸리는 걸 굉장히 싫어하죠. 임금체불도 그렇구요.
전수경] 정부가 안전이나 임금문제에 대해 평가를 한다는 말이 되는 거네요?
박진우] 이주노동자에 대한 근로감독이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나갈 때 같이 나가는 거예요. 5인 미만 사업장 같은 데는 특별감독이 들어가야죠.
전수경] 고용허가제가 5인 미만 사업장도 다 해당되는 것인가요?
박진우] 네. 그런 경우도 있어요. 5인 미만 사업장이 아닌데 5인 미만 사업장인 것처럼 한 공장에 라인 세 개가 있다면 라인마다 페이퍼 회사를 만들어서 5인 미만이라고 해 놓고 연장근로수당 같은 거 제외하는 거죠. 농장은 더 심하고요. 같은 농장에서 어머니 따로 아버지 따로 아들 따로 신고해 놓고, 같은 논에서 일 시키고, 다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려는 방식이죠. 불법파견이죠. 부당해고 구제신청 안 되고 전에는 퇴직금도 그랬고, 편법으로 사용하려고 하는 건데, 고용주 개인들이 하는 것보다는 서로 공유하는 방식이죠, 특히 농장은 더 그래요. 그러니까, 산재가 쉽지 않죠.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놓고 눈에 보이는 다친 것은 되지만 보이지 않는 것, 우울, 두통, 심리적인 문제, 이런 건 ‘원래 그 나라에서 아팠던 거 아냐’ 이런 식이죠.
우다야 라이] 건강은 안 좋다고 느끼는 노동자들이 많아요, 힘들다고 느끼는 노동자들이 서로 빠르게 상태가 옮아가요, 건설업도 규모가 작은 데는 산재를 못 받고, 제때 치료 받지 못하는 것, 산재를 못 받는 경우가 있어요. 우리 네팔 노동자들 보면 내가 보기에는 거의 70프로가 우울증, 심각해요, 근로조건이 안 좋아요, 네팔 노동자들이 사우디 쪽에선 머리 아프다고 하면 쉬게 해 주는데, 여기는 죽기 직전인데도 안 보내줘요. 한국이 근로조건이 가장 안 좋아요. 건강은 다 다르고 돈을 적게 주고 많이 주고가 다르겠지만, 월급을 적게 받아도 이런 것을 해주는 게 더 필요해요. 그래서 네팔 사람들이 실망하고, 돌아갈 수도 없고, 우울증에 걸리는 것 같아요.
박진우] 마음대로 사업장을 바꾸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박탈감이 어마어마합니다.
저희가 개별적인 심리상담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통역이 어렵고, 대사관에서 교육을 한다고 해도, 정보를 알고 일요일에 쉴 수 있는 사람이 오고, 한 달에 한 번도 쉬기 어렵고 정보도 알기 어려운 사람들은 고립될 수밖에 없어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허가제를 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사망이나 자살이 낮아질 수 있는데, 미시적인 처방, ‘그 정도면 바꿔줄게’ 하는, 이 죽음이 구조적인 죽음이라는 것을 인식을 못하고 있다고 봐요.
한두 명이면 이렇게 말 못하는데 한 해에 몇 십 명씩 자살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수잖아요, 계속 늘어나고요, 죽음은 전염되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SNS에 ‘밀양에서 xx가 자살했대, 어디서 떨어져 죽었대’ 실시간으로 보는 상황인데, 분노도 하지만 불안, 우울이 심해질 수밖에 없어요. 충주에서 네팔 노동자가 사업장을 바꾸지 못해서 죽었다고 JTBC 뉴스에 나왔는데 네팔 노동자들이 집단 우울이 생기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저희가 집회를 했는데요, ‘우리는 동물이 아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이런 말이 나왔어요. ‘죽음이 아니면 해결하지 못한다’는 단계까지, 고용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무기력증이 오는 것 같아요. 최소한 이런 죽음은 막을 수 있죠. 여지는 만들어 줘야죠. 숨통은 트이게, 출구전략은 있어야죠. 회사를 바꾸지 못해서 죽는 것이 말이 되? 고용허가제는 도망가거나 그게 안 된다는 거죠. 어마어마한 기대를 하고 오고, 실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누구는 큰 돈을 벌고 자기도 그럴 줄 알고 왔는데, ‘도망칠 수도 없고 계속 하기도 힘든 어쩔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거죠.
투투버스도 서울에서 집회하고 청와대 앞도 중요하지만, 직접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만나기 위해 논산, 여주, 충주... 직접 찾아간 거예요. ‘당장 돈을 받아줄 수는 없어, 대신 당신 사업장 앞에서 집회를 할께, 함께 외치자’고, 그 노동자들하고 미리 이야기하고 갔어요. 도착해서 집회하면서 갈 때 손 흔들어주고 페이스북으로 ‘사장이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하는, 희망을 현장에서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했죠, 그래서 순회 집회를 한 것이거든요. 파장이 컸다고 보구요. ‘이주노동자도 집회를 할 수 있구나. 사장이 아무 말 못하는구나. 기자들이 오는구나. 노동부 가서 면담했대’ 이주노동자들이 자기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이주노조가 있고, 같이 해서 바꿀 거야 함께 가 보자, 숨통을 조금 트이게 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전수경] 몇 백, 몇 천 명 집회를 해야 하는데 버스가 동네에 와서 당사자가 있는 곳에서 데모를 해줬다, 데모하러 왔다. 친구들이 왔다...
박진우] 누가 온대, 기자들하고 온대, 인권단체도 오고, 사람들이 연대해서 오고. 의미를 붙여보는 거죠. KBS, MBC 뉴스에 다 나갔어요. 논산 찾아간 이후로 개별 후원이 확 늘어났고요. 언론의 힘을 보고 이런 것이 필요하구나 생각도 했죠. 민주노총 지역본부들이 가는 곳마다 투쟁후원금도 모아주셨어요. 좋았던 것은 조합원들이 10년 넘게 자기가 노동조합 생활하면서 이주노동자 집회를 처음 보고 이주노조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던 거죠. 계속 이야기가 되어 왔지만 많은 분들이 모르던 거죠. 지역에서 ‘한국의 노동자 문제와 이주노동자 문제가 다른 것이 아니구나, 같이 해야겠다’는 연대의 고리를 만든 것이 성과라고 보구요. 오늘도 작은 앰프랑 발전기를 싣고 파주에 집회를 가려고 하고 있어요.
우다야 라이] 사업주가 기숙사도 안 주고 돈도 제대로 안 주고, 자는 시간도 안 주고. 기숙사가가 서류에 나와 있다고 해서 (정부가) 검사를 하는 것도 아니에요. 5인 미만도 있고 10인 이상도 있고 다양한데 사장이 어떤 마음을 가졌냐가 중요해요. 법보다 사람의 마음이 중요해요.
박진우] ‘좋은 사장 나쁜 사장’이 아니라 제가 사장이면 얼마든지, 처음에는 기숙사도 그렇고 잘 해줘야겠다고 하겠지만 쓰다 보면 계속, 무한리필 할 수 있는 제도거든요. 쫓아내고 다른 사람 받고, 사업장 자체가 영업 취소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사람이 죽어도 이름만 바꿔서 재신고하고.
2013년 화성에서, 양초 만드는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5명이 사망한 적이 있어요, 큰 사고였는데, 2003~4년부터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2~3년에 한 번씩 같은 자리에서 이름만 바꾼 상태로, 2013년에 사람이 엄청 죽고 나서야 영업취소가 되었는데, 다른 사업장 같은 경우에도 사람이 죽고 다쳐도 점수제로 운영 되거든요. 점수가 깎이면 후순위로 밀려나는 거지 못 받는다는 것은 아니거든요.
전수경] 노동자가 사망하면 고용허가제 사업장이 취소되거나 그런 것이 아니네요?
박진우] 직권으로 안 돼요. 죽으면 1년 동안 정지 이런 것이 아니라, 영업정지가 돼도 어떻게든 1년 동안 일 시키고 바꾸는 거죠. 임금체불, 산재, 사망,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이런 사업장은 노동자를 못 받도록 해야 하는데... 이주노동자는 회사를 바꾸려면 3달 안에 무조건 바꿔야 해요. 남은 1달 동안 대부분 이런 사업장에 가게 돼요. 남들이 안 가려는 사업장. 비자 연장을 하려면 어떻게든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장 누군가는 안 죽더라도 계속 반복, 시한폭탄을 돌리는 것 같아요. 힘들게 사업장을 바꿀 이유가 없는 거죠. 그래서 고용허가제가 무서운 거죠.
전수경] 처음에 이야기한 매뉴얼, 매뉴얼을 바꾸는 것으로 해결이 되는 건가요? 정부 차원에서 노동허가제 이야기는 없나요?
박진우]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어요. 고용허가제를 이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정부도, 기숙사문제도 그렇고 자살 문제도 부담을 느끼는 것 같은데, 저희가 개별 조항에 독소 조항이 있어서가 아니라 근본적인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노동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야기를 했더니 ‘지금 수준에서는 답을 하기 어렵다’ 이야기하더라고요.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전수경] 투표권이 사장들에게 있고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없어서 그런가...
박진우] 모든 부분에서, 이주 안에서도 결혼이주여성에 비해서 이주노동자들은 훨씬 후순위에 놓여 있긴 하죠. 법에서 배제되어 있거나. 물론 나누기도 그런 게, 예산이 워낙 작아서 거의 의미가 없다고 봐야죠.
우다야 라이] 국가에 손해가 안 나잖아요. 고용시장에서, 하나도 손해가 없어요. 인권은 뒷전이에요. 같은 공무원, 같은 사업주, 위반하는 쪽 처벌 안 하는 거예요. 공무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요. ‘어렵고 힘든 일 시키려고 데려가는 건데 왜 변경하려 하는가?‘
전수경] 힘든 일 시키려고 하는 건데 왜 변경하려 하는가?
박진우] 고용허가제는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진 것이에요. 이주노동자 문제에선 민주당, 자유한국당에서도, 한국 사회운동 전체에서도 소수. 인권이나 종교 쪽에 맡겨 왔어요. 이주노조가 이제 운동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고요, 오랫동안 외주처럼 다루어져 왔어요. 이주노동자 문제에 한해서는 통제 관리 일변도이고 해결책은 없었다고 볼 수 있어요.
전수경] 민주노총, 한국노총 같은 조직은 어떤가요?
우다야 라이] 퇴직금 제도가 있었어요. 저희가 이제는 받아요. 퇴직금이 김성태 자유한국당, 그 사람이 한국노총 사무총장 할 때, 그 사람이 사업장에서 일하고 퇴직 후에 14일 이내에 받아야 한다, 이것을 만들었는데 이주노동자는 출국을 해야 준다, 이렇게 제도를 만들었어요.
이 사람이 발의해서 만들어졌어요, 이런 것을 보면 알아요. 한국노총이 이주노동자에 대해 연대, 배려를 하는가 알 수 있구요. 민주노총도 절반은, 지도부는 긍정적이지만, 건설은 현장 조합원들이 갈등이 엄청나요.
전수경] 이주민이든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최근 제주도 예맨 난민에 대해 보이는 것처럼 다른 흐름이 있어 보여요. 연대하자, 난민을 막자, 한국에 오래계셨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우다야 라이] 한국인들이 약한 것에는 강하고 강한 것에는 약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동남아시아나 이런 쪽은 무시하고. 오래 있어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전수경] 변하지 않았다고 느끼세요?
우다야 라이] 제도는 몇 개 바뀌었지만 그마저도 과거와 다른 바 없음을 느끼고 한국 사람들이 인간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안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진우] 한국 사람으로서 이주노조에서 6년 넘게 일했는데 이런 말들 많이 들었거든요, ‘한국 사람 맞냐 너, 이주노동자 좋냐?’ 최근 예맨 난민 사태를 보면 더욱 국가의 반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주노동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생산인구가 줄고, 1차 경제를 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우리가 먹는 미나리, 고추, 그리고 입는 옷, 자동차, 아파트, 이주노동자가 일해서 한국이 지탱되고, 더 늘어날 것인데.
다행히 이주노동자 안에서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생겨나고, 반대로 늘어난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감도 일어나요. 난민 사태가 처음 일어난 것은 아니고 작년 시리아 난민들이 인천공항에 있었던 일도 있었고요. 예맨 난민사태가 터진 이유는 사회에 잠복해 있던 혐오가 드러난 것이죠. 한국 사회가 2~30년 뒤에 유럽이나 미국이 겪은 이민위기를 겪게 될 것인데 500만 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더라고요. 현재 207만 명, 2010년도에 100만 명이었는데, 10년도 안 되서 200만 명을 돌파한 거예요. 300만 명, 400만 명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노조 합법화가 된 것은 중요한 일이죠.
노동자들이 자살하고 죽고 있는데 최소한 사회적 통로로서 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는 노동조합이 있다, 조직화를 확대해 가는 것, 이주민 정당, 정치세력화가 이주민 안에서 만들어지고 이것이 한국사회에서 통합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될 것인가.
제주 예맨 난민 사태는, 이미 200만 명이 들어와 있는데 난민을 쫓아내라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거잖아요. 정부는 방관하고 있고, 있는데도 부정하고 있는 거죠,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상황이 촉발된 마당에 영국의 브렉시트, 트럼프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도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한 거예요.
예맨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 어떤 난민이 들어올지 모르는데 사회가 제도가 안 되어 있어서, 일상적으로 20년 넘게 살고 있었는데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시기가 지금이 아닌가요. 지금 재대로 바꿔나가지 않으면 30년 후에 훨씬 더 헬조선이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전수경]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없었던 것처럼 이야기하는 우리 사회네요.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오늘은 우다야 위원장님 다음 일정이 있어서 아쉽게 마치게 되었네요.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