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피해예방에 대한 정부당국과 지방자치 단체장들의 관심과 노력 필요
장재연(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심상치 않은 올해 폭염
7월 22일 서울의 최고 기온이 38도를 넘어섰다. 정말 기록적인 숫자다. 오늘까지 언론은 1994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의 더위라는 보도를 쏟아냈지만, 내일부터는 역대 최악이라는 보도를 해야 할 듯싶다.
[caption id="attachment_193346" align="aligncenter" width="400"] 7월 22일 전국에 내려진 폭염 특보 (기상청)[/caption]
올해 7월의 기온 추세를 1994년과 비교해 보면 서울의 경우 매우 흡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7월 20일부터는 1994년 해당 일에 비해 더 높은 기온을 보이다가 하루빨리 38도에 도달했다.
[caption id="attachment_193348" align="aligncenter" width="640"] 1994년과 2018년 서울시 최고기온 비교 ⓒ장재연[/caption]
1994년 폭염
1994년 당시 서울의 최고기온은 7월 10일과 11일에 34도를 넘는 것으로 시작해서, 잠시 주춤했다가 7월 18일부터 29일까지 무려 12일 동안 계속 34도를 넘었다. 특히 7월 23일과 24일에는 각각 38.2 도와 38.4도로 정점을 찍었다. 8월에도 최고기온이 3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이 며칠에 불과했고 34도를 넘는 날이 6일이나 됐었다.
이로 인한 피해도 컸다. 1990년대 서울시의 7, 8월 사망자 숫자는 하루 평균 약 80명이었는데, 1994년 7, 8월에는 거의 모든 날에 사망자 숫자가 이보다 훨씬 많았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사망자가 급증하는 현상도 뚜렷하였고, 38도를 넘은 다음 날은 약 170명으로 사망자가 평소에 비해 무려 두 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1994년 7, 8월에는 예년에 비해 서울 지역에서만 사망자가 무려 약 890명이 많았고 (장재연 등, 한반도 기후변화 영향평가 및 적응프로그램 마련, 환경부 2003년), 전국적으로는 4천여 명이 많았다.
폭염에 대한 사회적인 인지도가 매우 낮았고 행정기관의 대응 조치도 별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방비로 당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193349" align="aligncenter" width="640"] 1994년 7, 8월 서울시 일 사망자와 최고기온 ⓒ장재연[/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93350" align="aligncenter" width="640"] 1994년 7,8 월 일 사망자와 최고기온 상관관계 ⓒ장재연[/caption]
2016년 폭염
2년 전인 2016년에도 예년에 비해 더위가 매우 심했다. 7월에는 기온이 1994년에 비해 크게 낮았지만, 7월 말부터는 비슷한 수준이 되고 8월 중순에는 일시적으로 오히려 훨씬 높아져서 큰 피해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8월 하순부터 기온이 급속도로 낮아져 큰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다.
[caption id="attachment_193352" align="aligncenter" width="640"] 1994년과 2016년 서울시 최고기온 비교 ⓒ장재연[/caption]
또한 2016년에는 폭염이 심했던 기간에 사망자가 다소 증가하기는 하지만 1994년처럼 큰 폭으로 높아지지는 않았다. 인구 노령화가 진행돼서 최근 서울시 하루 평균 사망자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져서, 7, 8월에는 약 110명 수준이다.
2016년 7, 8월은 이보다 사망자가 많은 날이 36일로 적은 날 26일에 비해 다소 많지만, 1994년 당시처럼 사망자가 급증하는 현상은 크게 둔화됐다. 1994년과 같이 기온 상승 후 바로 다음 날 사망자가 급증하는 현상도 뚜렷하지 않았다.
이런 차이는 2016년에는 1994년에 비해 폭염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행정기관의 적절한 대응 등으로 인해 폭염 피해가 상당 부분 예방됐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폭염 피해는 예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caption id="attachment_193353" align="aligncenter" width="640"] 2016년 7, 8월 서울시 일 사망자와 최고기온ⓒ장재연[/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93354" align="aligncenter" width="640"] 2016년 7,8 월 일 사망자와 최고기온 상관관계. 1994년 당시 보다 기온 상승에 따른 사망자 증가율이 훨씬 낮다.ⓒ장재연[/caption]
폭염 적응 능력 신뢰 여부는 아직 미지수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2016년의 피해가 낮은 것은 사회의 적응 능력이 높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1994년과 올해에 비해서는 극단적 고온 현상과 장기적인 지속 현상의 규모가 작기 때문일 수 있다.
사회의 적응 능력은 어느 수준까지는 잘 작동해도, 그 이상의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올해에 1994년 이상의 폭염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증가가 크지 않은 것이 확인되어야만 비로소 우리 사회의 폭염에 대한 적응 능력 향상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다.
폭염 대책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폭염에 대한 경각심이 부각됐고, 정부에서도 폭염에 대한 대응 방안을 오랫동안 구축해 왔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러나 서류로만 갖춰진 대책들이 많기 때문에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독거노인 가구, 주거 환경 불량 저소득층, 농촌의 노인 농경인들, 야외 육체노동자들에 대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고, 또한 대책을 실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caption id="attachment_193355" align="aligncenter" width="600"] 2012년 여름 환경운동연합의 쪽방촌 폭염 위험 예방 캠페인(사진 연합뉴스)[/caption]
적응 대책 실행의 필수 요건, 사망자 감시체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효과를 모니터링하면서 진행되지 못하고 깜깜이 방식이나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정부 정책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폭염 대책의 경우에도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냥 열심히 진행하자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폭염 대응 정책은 사망자 등 피해 현황과 대응 정책 효과를 모니터링하면서 진행해야 효과적인데, 현재 대한민국은 폭염의 가장 큰 피해인 사망자를 감시하는 체계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매일매일의 사망자 숫자의 최단기간 내의 집계는 국가로서 마땅히 파악해야 할 기본적인 통계라고 수없이 주장을 해왔지만,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았다. 국민 건강 관리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할 사망자 통계가 여전히 상속 재산 관리 차원의 통계에 머물고 있어, 1년 이상 지나야 활용이 가능하다.
응급실 표본 조사를 통한 온열질환 감시체계라도 구축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폭염만이 아니라 국민 건강에 미치는 모든 위해 요소들의 영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사망자 감시체계와는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또한 온열질환 감시는 표본조사라는 한계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온열질환자와 초과 사망자 발생 양상은 크게 다르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하다. 과연 앞으로 어느 정부가 국가의 기본 통계라고 할 수 있는 사망자 감시체계를 구축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정부의 폭염 대응 정책 성과는 훗날 정확하게 평가된다
사망자 감시체계의 부재 때문에 폭염 대응 정책의 효과를 지금 바로 알 수 없다. 그러나 위에 그림에 표시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1, 2년의 시간이 지나면 정부나 각 지자체가 얼마나 잘 대응했는지는 통계에 의해 정량적 평가가 가능하다. 다른 지자체와의 상대적 비교가 전제되어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지만, 예를 들어 위의 2016년 서울시 사망자 통계를 근거로 박원순 서울시 장은 상당한 시민들의 피해 예방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해 줄 수 있다.
국민 생명을 지키는 1차 책임을 지고 있는 지방자치 단체장들의 폭염 피해 예방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대한다. 다만 앞에서도 지적한 대로 대책을 실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공무원 등 담당자들의 2차 피해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