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시원한 바람이 부는 상당도서관에서 7월 18일(수) 4번째 풀꿈환경강좌가 있었습니다!
나무 앞에만 서면 가슴이 설렌다는 고규홍 나무칼럼리스트를 모셨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궁금하네요!^^

공동주최인 충북숲해설가협회 이철우 대표님께서 인사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초록생활이야기에는 충북숲해설가협회 정인숙회원이 종이컵 대신 머그컵을 쓰자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강의를 듣기위해 오셨습니다~~

 

한 송이 꽃을 만나기 위하여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회원 연규민

연꽃이 피면 달도 별도 새도 연꽃 구경을 왔다가 그만 자기들도 연꽃이 되어 활짝 피어나는데 유독 연꽃 구경 온 사람들만이 연꽃이 되지 못하고 받아야 할 돈 생각이나 한다는 정호승시인의 ‘연꽃구경’으로 풀꿈환경강좌 4번째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의 강의는 시작되었다. 제목은 ‘나무에 담긴 사람살이의 항기를 찾다’이지만 부제 ‘한 송이 꽃을 만나기 위하여’가 더 마음을 잡는다.

강좌에 앞서 참여단체 대표인사말 순서가 있다. 오늘은 충북숲해설가협회 이철우대표가 나와 “풀의 꿈은 꽃이다.”라며 인사말을 했다. 나의 환경이야기는 충북숲해설가협회 정인숙 회원이 “종이컵 하나를 만들기 위해 200리터의 물이 소요되니 머그컵을 씻는데 물이 소비되니 종이컵을 쓴다는 건 핑계다.”라고 해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하나의 생명체는 그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함안산성 발굴 과정에서 나온 연자는 탄소연대측정결과 700년 전 것으로 밝혀졌다. 아라가야 땅에서 나왔으므로 이 연꽃의 이름을 아라연이라 부른다. 일본에선 오가 이치로 박사가 2천 년 전 연자를 발견해 싹을 틔웠다. 바로 오가연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러시아 툰드라지대 다람쥐 굴에서 발견된 패랭이 씨였다. 3만 년 전 씨앗이 온전하게 보존된 채로 대량으로 발굴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연꽃은 성리학자들의 상징이었다. 북송의 주돈이(周敦頤, 周濂溪)는 애련설(愛蓮說)에서 “나는 오로지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으며, 속은 비었고 밖은 곧으며, 덩굴을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아니하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꼿꼿하고 깨끗이 서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는 연꽃을 사랑한다.”며 연꽃은 꽃 중의 군자라 하였다. 선비들이 성리학의 정신을 따른다는 의미로 정자를 짓고 연못을 만들어 애련정이라 하고 애련지라 부른 이유가 여기서 유래한다. 영조 때의 김종후는 경련설(敬蓮說)에서 연꽃을 볼 때는 의관을 정제하고 낯빛을 바로 했다고 썼다.

작가는 김종후가 연꽃을 볼 때 의관을 정제하고 낯빛을 바로 한 것처럼 빅토리아 수련을 보기 위해 20일을 금주한다고 했다. 1년에 사흘만 꽃을 피우는 빅토리아 수련은 밤에만 핀다. 원산지에선 잎이 지름 3미터까지 자란다. 국내에선 2미터까지 자란다. 아이들이 위에 올라가 앉아도 될 정도다. 저녁에 꽃봉오리가 열려 새벽 3시 경 절정을 이룬다. 첫날은 흰 꽃을 탐스레 피우고 다음날 밤에는 붉은 잎을 낸다. 그 잎은 점차 보라색으로 변하고 새벽에는 물속으로 사라지기에 신비감을 자아낸다. 작가는 이 꽃이 언제 꽃을 피울지 몰라 이 맘 때면 늘 술도 마시지 못한 채 꽃 소식에 애를 태운다.

본격적인 나무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무가 사람을 치유한 이야기, 사람이 나무를 지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울릉도 도동 절벽에 자생하는 솔송나무가 소록도에 잘 가꾸어진 채 보존되어 있다. 아무도 곁에 오지 않는 한센인들에게 늘 곁에서 피하지 않고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나무였단다. 그래서 애정을 쏟으며 가꾸고 보살펴 온 나무란다. 그래서 나무는 치유의 다른 이름이다.

두 번째는 사람과 나무가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다. 사람 사는 곳 어디에나 나무가 있다. 물푸레나무는 북유럽신화에 우주목으로 등장한다. 세상이 창조될 때 땅에서 나무 한 그루가 나와 하늘을 떠받친다. 이 나무 가지로 인간을 만든다. 바로 이 나무가 물푸레나무다. 쓰임새가 많아 다 잘라 쓰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150년 된 물푸레나무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었다. 작가는 전국을 답사하며 더 오랜 물푸레나무를 찾아다녔다. 드디어 화성 전곡리에서 350년 된 물푸레나무를 찾아냈다. 각고의 노력 끝에 2006년 천연기념물 470호로 지정될 수 있었다. 이 나무를 바로 곁에서 평생 바라보던 어르신은 평생 이 나무의 꽃을 2번 보았단다. 작가가 처음 찾아오던 해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던 해였단다. 바로 사람들이 나무에 관심을 보여줄 때였다. 생명이 보여주는 신비한 이야기다. 나무는 아낌없이 사람에게 모든 걸 내어주는 존재다.

“나무가 아름다운 곳에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간다. 나무가 죽어가는 곳에서는 사람도 살 수 없다.”는 말로 강연은 마무리 되었다. 어느새 밤이 깊었다. 어디선가 빅토리아 수련이 꽃을 피울 것만 같은 시간이다. 한 송이 꽃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그리움을 안고 또 1년을 살아간다. 아니 그렇게 한 해 한 해 평생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