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탈탈 탈핵일기 2018년 6월 23일 토...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 일인이 되어 영광핵발전소를 출발 영광성당까지 약 22km를 걸은 첫 날이다. 밤 10시가 지났다. 간단 씻고 누웠다만 머리가 지끈거린다. 지끈거림를 가족들에게 이야기하는 순간 당장 '컴백홈' 노래를 부를 것 같은 예감. 뭐, 내가 서태지도 아니고 ㅎ 1번, 집 떠난 잠자리에 대한 불면. 2번 오후 조금 뜨거운 햇살. 때문으로 원인을 분석해본다. 이다지도 둥글하지 못한 내가 일단 30일을 계획하며 길 위에 집 떠나고 싶은 욕망. 관계를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뒤섞여 '탈핵'은 핑게. 새벽 일찍 벌떡 일어나 짐을 싸메고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길동무들이 모이길 기다렸다. 살구 주워 모았다. 콩나물국밥 묵고 영광핵발전소로 갔다. 허걱. 처음 그 놈?들을 보고 (그 년들일까) 깜짝 놀랐다. 돔들이 다다다닥 붙은 그 위용이 머리에 뿔난 거대 악마가 날카롭게 나를 째려보는 느낌이였다. 뜨악 팔을 들어 눈길을 피해보지만 영화 처럼 내가 해피엔딩 할 수 있을까. 입장이 다른 한수원 직원분이랑 짧게 실랑이. 가엾은 님들. 사람이 환경을 선택하는가? 환경이 사람을 결정하는가? 생명의 주체성을 자본이 결정하는.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분중 누구님은 무기 만드는 회사에서 일할 수 없다 결심하고 땅을 일구기위해 흙으로 돌아왔다란 사연이 문득 떠올랐다. '우리 엄마가 송전탑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왈칵 눈물을 흘리던 그 남자아이는 잘지내고 있을까! 영광군민, 고흥군민, 성남시민, 서울시민, 청주시민, 김해시민, 삼척시민 대한민국 국민이 '탈핵'하자 깃발을 꽂고 길을 걸었다. 송전탑과 전봇대로 전선은 어지럽게 전기를 태우고 뻗어 나갔지만 모가 넘실거리는 논위로 산들 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부풀하게도 했다. 영상으로 본 후쿠시마 지역의 주민분들, 가축들 들녘들이 캡쳐로 둥둥 떠오르기는 했지만. 아, 사고 안나겠지. 사고 안날꺼니까 배수 공사도 하고 양파도 수확하여 빨갛게 벽도 쌓고 트랙터로 밭도 갈았는데 그렇겠지. 라돈 침대가 어쩌구. 우라늄이 저쩌구. 어디에 무엇이 안전한지. 문재인 개인의 인품을 그래 인정한다. 그렇다고 문빠가 문재인은 아니다. 정부가 문재인은 아니다. 여당이 문재인은 아니다. 지속적인 탈핵 요구와 감시, 비판이 필요하다. 이야기 소리가 높아진다. 탈핵의 싯점을 2030년 정도 이해해야 한다. 2050년 아니다. 모두 틀렸다. 바로 지금, 탈핵이 안전이다. 당장 탈핵하라! 공감백배로 뜻을 모으며 생명의 안전을 미루며 행정이나 자본을 이해할 필요없다. 주고 받는 마음이 되어진다. 영광군민의 맛난 점심 화끈 쏘심으로 배를 채우고 두둥 오후길에 올랐다. 김광철샘의 민요가락이 구성지자 채봉정샘의 추임새가 매매 찰져진다. 그래도 탈핵희망 순례단인데 사람의 힘도 모으고 신의 힘도 모아본다. 세례 받은 흔적 있는 나로서 기억도 안나는 묵주기도를 5단 바쳤다. '탈핵으로 안전한 평화 되고 서로 사랑이 깊어지는 세상을 구합니다.' 주유소 휴식 후부터 종아리의 이상을 알아챘다. 울퉁불퉁 부풀어 빨갛게 달아 올랐다. 팔다리를 짧게 드러내놓고 썬크림이란 것을 도대체 바르지 않았던 나로서는 당황스럽다. 햇빛알러지 같다. 내 몸도 변하고 당신도 변한다. 지구 안은 세차게 요동치고 핵발전소는 즉각 터질 준비가 기세등등이다. 5시경 도착하여 다리를 살피니 허벅지까지 빨간 점들이 빡빡하게 박혔다. 알로에로 바르고 효능도 제대로 모르는 프로폴리스를 내 다리 전체로 문질렀다. 저녁 먹고 막걸리 두어잔 하니 머리가 깨어지는 기운 슬슬 올라왔다. 더위 먹었나. 열혈 애독했던 '야생초편지' 황대권샘께서 얼음녹차라떼까지 사주셨지만 오른 뒤통수가 찌릿해 오는 것이 서둘러 잠자리로 나를 인도했다. 내일은 늘씬 내 종아리 뽐냄을 포기하고 긴바지 입어야겠다. 물도 자주 마시고, 썬크림도 왕창바르자. 기도를 올리며. 진중하게 진심으로 정성을 쏟자. 핵발전소 너! 이제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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