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20대 국회에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
7억여 비자금 쓰임새는 여전히 알 수 없어
황창규 KT 회장이 18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의 사전 구속영장 신청으로 벼랑 끝에 섰다.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3년 5개월 동안 국회·정부 관계 업무 쪽 임직원과 주요 사장으로 하여금 비자금 11억5000만 원을 만든 뒤 제19, 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정치자금 4억4190만 원을 제공한 혐의를 샀다.
관련 자료가 없어 이번 경찰 수사에서 빠진, 나머지 비자금 7억810만 원 가운데 일부가 옛 새누리당 핵심 정치인에게 흘러갔을 의혹이 KT 안팎에서 불거지기도 했다. KT 관련 임직원들은 이 돈을 식사와 골프 접대 등에 썼다고 경찰에 진술했으나 입증 자료를 내놓지 못해 추가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김태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지금 KT 차원에서 7억 원 부분(쓰임새)을 입증하지 못한다. 관련 자료도 없는 상태라서 이번 비자금법 위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대장은 황 회장 구인 시점을 두고 “검사가 청구해야 하는데 단순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대장은 뉴스타파가 제기한 2017년 말 황창규 회장 비서실의 불법 정치자금 관련 증거 인멸 의혹을 두고는 “저희한테 확인된 게 없다”고 말했다.
국회 미방위원 모두에게 ‘불법 자금’ 제공 의혹
국회 보좌진과 KT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제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 20명에게 불법 정치자금이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KT 시아르(CR;Corporate Relations) 쪽 임직원 이름을 빌려 문제없는 정치후원금인 것처럼 국회의원 후원 계좌로 돈을 보냈다는 것. 20대 국회에 들어서도 거의 모든 미방위원의 후원 계좌로 돈을 보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제20대 국회의원이 된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과학기술 관련 단체와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지 말자”는 기준에 따라 KT로부터 들어온 돈을 되돌려 준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실에선 “2016년 국정감사 전에 (KT가 후원금을) 돌렸다고 하는데, 받은 적 없다”며 “혹시나 싶어 회계장부를 확인해 봤지만 들어온 (KT) 후원금이 없었고 따로 연락 온 적도 없었다”고 밝혔다.
“20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전체라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저희는 (KT가) 후원했는지도 몰랐다”는 의원실도 있었다.
불법 정치자금인 걸 알았음에도 돈을 받은 의원실과 후원금 대신 지역구 시설이나 단체에 기부·협찬을 요구한 곳이 있어 추가 수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의원이 KT에 채용 청탁을 한 정황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KT 새 노조는 18일 입장문을 내어 “황창규 회장 사퇴”와 “위법·적폐 경영 협력 임원도 수사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