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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축하할 일이 있을 때 꽃을 보낸다. 급한 서류나 물건을 보내고 받을 때 퀵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하고 늦은 밤 안전을 위하여 종종 대리운전을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소비를 할 때 내가 지불한 금액의 일정 금액이 자동으로 좋은 단체에 기부된다면 어떨까? 평소에 마음은 있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후원하지 못했던 마음에 위안이 될 듯하다. 이른바 ‘착한 소비’다.
‘기부금 확산을 위한 착한 소비, 마음까지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모토로 150여 개 단체에 기부하고 있는 〈착한콜〉의 정한섭 대표와 연구소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마트폰 앱, 웹사이트, 전화를 통해 꽃배달, 퀵서비스, 대리운전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착한콜〉은 이용금액의 5%를 고객이 원하는 단체를 직접 지정하여 기부할 수 있고 고객이 지정 하지 않는 경우에는 〈착한콜〉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기부한다. 〈착한콜〉은 연구소와 2017년 1월에 협약을 맺었으며 작년 한 해 동안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기금 약 960만 원을 기부했다. ‘촛불혁명’이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과 함께 ‘세계 3대 혁명’이라고 생각한다는 여대생 쌍둥이 아빠, 정한섭 회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문 : 연구소에 회원가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답 : 대학시절 역사연구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기부 문화에 관심이 생겨서 직접 기부를 시작했고 결국 사업도 하고 기부문화 확산에도 기여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창업 초기에 일부 이용객이 연구소에 기부해 달라고 해서 처음에는 2~3만 원을 기부했는데 연구소로부터 “고맙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보통 그 정도 액수를 가지고 직접 연락하는 단체가 없는데 그런 연락을 받아서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2016년 11월 뉴스를 통해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 소식을 보고 꼭 기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100만 원을 기부했고 작년 1월에는 연구소와 협약도 맺게 되었습니다.

 

문 : 기부하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답 : 저는 87학번이라 뜨거운 여름을 보낸 시대입니다. 그때부터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까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1992년까지는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다가 1995년 졸업 후 일반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04년부터 5년간 부산 민주공원에서 시민사업팀장을 역임했습니다. 민주공원 회원사업을 경험하면서 우리나라 시민사회단체에서 회원관리 사업을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회원을 모으고 회비를 받는 것이 조심스러웠나 봅니다.
2010년부터는 다시 일반 사회생활을 하다가 2014년 9월에 〈착한콜〉을 설립하였습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근무여건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생각에 소비도 하고 기부도 할 수 있는 회사를 기획했습니다.

 

문 : <착한콜> 로고의 글씨체가 익숙한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답 : 〈착한콜〉의 로고는 고 신영복 선생의 글씨입니다. 선생이 돌아가시기 1년 전 즈음에 찾아뵙고 글씨를 받아왔습니다. 기존에 쓰던 로고가 있었지만 선생의 글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여 로고를 바꾸었습니다.

 

문 : <착한콜> 사업의 홍보는 어떻게 하시나요?

답 : 사업 초창기에는 라디오와 신문 광고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비싼 홍보비에 비해 효과는 미비했고 경쟁업체도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당시 대안언론으로 유행을 타기 시작했던 팟캐스트를 보고 마케팅 타깃도 정확하고 팟캐스트 제작에도 서로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여 팟캐스트를 통한 광고를 시작했는데 그게 〈착한콜〉이 알려지게 된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문 : 꽃배달, 퀵서비스 그리고 대리운전 업계 상황은 어떤가요?

답 : 사실 업계는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꽃배달은 최근 합리적인 소비와 ‘김영란법’을 계기로 화환 배달이 줄었고 대리운전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2차, 3차 음주문화가 줄어들고 역시 ‘김영란법’ 이후로 접대문화가 사라지면서 많이 줄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율주행차량이 상용화되면 대리운전은 완전히 사라질 테고 시대가 지나면서 아마 화환 배달도 더 줄어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월호, 최순실 국정농단,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이슈와 함께 팟캐스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착한콜〉의 영업이익은 상승했습니다. 마케팅 타깃을 잘 잡기도 했지만 촛불시민들의 도움도 컸다고 생각합니다.

 

문 : 기부하는 단체들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답 : 현재 기부처는 150여 개 정도 되고 한 달에 약 700~800만 원을 기부합니다. 창업 후 3년 반 동안 누적 기부금은 약 2억 2천만 원 정도입니다. 반 정도는 고객 지정 기부금이고 나머지 반 정도는 고객 미지정 기부금입니다. 고객 미지정 기부금의 경우 〈착한콜〉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기부하는데 주로 시민사회단체에 기부합니다. 기부시장도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기부금이 복지단체에 할당되고 시민사회단체는 배제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단체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정작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박봉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문 : 연구소 외에 기억에 남는 기부단체가 있나요?

답 : 〈공익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이라는 공제조합은 사회에 기여하는 것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돕는 단체입니다. 선진 국가들에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공제조합이 많은데 우리나라엔 별로 없습니다. 〈마당극단 큰들〉이라는 단체도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마당극이 운영이 어려워 점차 쇠퇴하고 있는데 이 극단은 단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동체 운영을 하면서 단원들은 연극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삶을 책임져 주고 회원사업도 참 잘하고 있습니다.

 

문 : 큰들은 연구소와 인연이 깊은 단체인데 도움을 주신다니 더욱 고맙네요.

답 : 기부 외에 다른 사업 아이템이 있나요? 저희 말고도 기부를 내세우는 회사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 회사들을 하나로 모아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또 ‘사랑의 열매’와 같이 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시민사회단체 대상의 모금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아름다운 재단이 일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촛불시민을 중심으로 더 창조적인 일을 하는 모금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문 : 최근 시민사회단체의 회원 수가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견해를 부탁드립니다.

답 : 1987년 6월 항쟁에는 학생운동이 밑바탕이 되었고 이번 촛불혁명은 SNS, 팟캐스트 등을 통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밑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시대에 맞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해서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민주시민의 자체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와 시민사회단체의 유기적인 협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가 하는 일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들러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으로 시민사회단체의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문 : 작년에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기금으로 큰 액수를 기부하셨는데 박물관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답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전 당시 양민학살에 대해 사과하니 고엽제전우회 등에서 반발하였는데 그런 식이라면 우리가 일본과 다를 게 없지 않나요? 민족의 역사가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픈 과거를 잘 알아야만 미래를 준비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근대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항일운동과 관련된 식민지 역사를 고스란히 기록하는 박물관이 꼭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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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 다른 회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답 : 우리나라 민족해방운동의 역사에서 연구소가 차지하는 역할은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학술단체를 총망라하더라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이정표를 남길 만큼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소는 민족의 명운을 걸고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단체에 기부하게 된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위에 많이 알려주시고 사명감을 가지고 기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진정한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