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숙 인권활동가가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언론의 무보도 경향을 지적했습니다. 국내 피해자가 최대 8만6,000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페이스북측 발표가 있었지만 언론은 외신보도 인용 정도로 취급합니다. 오늘 당신이 올리는 글과 사진 동영상 그리고 ‘좋아요’, 읽는 글들과 검색어, 관심사들 이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있습니다.

언론노보에서 매주 <‘언론 어때?’>라는 외부 칼럼을 연재합니다. 미디어에서 노동 인권 평등 민주주의 생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살피고 돌아봅니다. 박장준 희망연대 정책국장이 <노동>을 명숙 인권활동가가 <인권>을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황소연 활동가가 함께 <성평등>을 주제로 칼럼을 씁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디어 내용을 비평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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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개인정보 유출’ 사태, 어디까지 보도했나

명숙(인권활동가,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운영위원)

22억 명의 가입자를 자랑하는 페이스북(이하 페북)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유출됐다. 페북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최대 8,7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한국 내 피해자가 최대 8만6,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1) 페북은 10일 잠재적 피해자들에게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수도 있다는 안내문을 개별적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유출된 개인정보가 미국 대선 과정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과정에 사용된 혐의를 받고 수사 중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페북 경영자가 상하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하는 등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페북은 정보 유출 파문 대응책으로 개인정보 보안 조치를 업데이트하고 제3 개발자의 정보 접근을 차단했다고 한다. 광고주들이 데이터업체를 통해 페북 사용자 개인정보에 접근하도록 허용하는 프로그램을 삭제했다고 한다. 조사해보면 피해자 규모나 무단 사용 내역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움직임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실태점검이다.2) 방통위는 지난달 30일부터 페북을 포함한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메신저의 개인정보수집 관련 적정성에 관한 실태점검을 진행 중이다.
 

   
4.6 페이스북 ‘8,700만명 개인정보 제공’ 보도 관련 참고자료 방통위 참고 자료

 

한국에서 페북 파문이 약한 까닭

하지만 어째선지 한국에서는 이렇다 할 파장이 거의 없다. 시장조사기업인 랭키닷컴이 페북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2주전과 일주일 후의 국내 사용자 변동 추이와 사용 시간을 분석하니 큰 변동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전에 카카오톡의 국가정보기관에 개인정보를 유출했을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왜 그럴까? 아마도 미국에서 개인정보유출과 관련된 구체적 사건이 드러났지만 한국에서는 드러나지 않아서 내 문제라기보다는 딴나라 문제로 여기기 쉽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한국의 페북 사용자들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무감한 것일 수도 있고,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페북을 통한 사회관계망 서비스 이용의 장점이 크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피해의 내용이 무엇일지 체감하지 못해서는 아닐까. 그런 점에서 페북 사태와 관련된 보도는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미국에서의 진행경과를 인용한 외신보도 정도가 전부라는 점은 아쉽다.
 

   
KBS보도 캡쳐(4.11) 

이번 페북의 개인정보 유출은 미국과 영국의 정치에 이용됐기에 밝혀진 측면이 크다. 그걸 계기로 페북에서 연구자료로 수집된 개인정보가 광고회사로도 팔려나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데이터 분석업체 큐브유(CubeYou)가 2013년부터 페북 페이지에 성격분석 애플리케이션 ‘유 아 왓 유 라이크(You Are What You Like·당신이 좋아하는 것)’를 게시하고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수년간 제3자에 판매해왔다고 한다.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

우리는 국가의 개인정보 사용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기업의 개인정보 사용에 대해서는 무감하다. 국가가 개인정보로 우리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건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바로 체감하지만 기업이 내 개인 생활(음식취향, 정치적 입장, 교우관계 등)을 수집해서 ‘돈벌이’에 이용하는 건 통제라고 여기기 쉽지 않다. 개인정보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더 그렇다.

특히나 기술개발의 외피를 쓴 상품화에서 개인정보의 중요성과 문제점을 누가 짚어주지 않으면 쉽게 인지하기 어렵다. 기술을 개발해서 상품화하는 기업은 인권의 중요성보다는 편의성을 강조한다. 결국 사람들은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모른 채 해당 상품(인터넷 플랫폼 포함)을 이용할 것이다. 편의성 하나로 다른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당신이 편해지려면 당신의 개인정보는 줘야 한다’는 유혹어린 협박이 쉽게 통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사람들에게 구체적으로 개인정보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용될 경우에 벌어질 문제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 이게 정부와 언론의 역할이 아닐까.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페이스북은 4월5일 개인 정보 수집 내용 등을 알리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윤논리가 지상의 과제인 기업은 이윤을 위해서라면 뭐든 판다. 그것이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것일지라도 돈이 된다면 판다. 특히 페북처럼 당장 상품판매업체거나 유통업체가 아닌 경우 우리는 기업의 이윤논리를 쉽게 눈치 채기 어렵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내가 누구의 이야기를 주로 읽는지, 검색어는 누군지, 주로 올린 관심사는 무엇인지, 글의 정치적 경향성은 무엇인지가 몇 년 동안 축적되고 그 정보를 다른 이가 본다면, 기업에게 팔려 나간다면 어떨까. 나의 역사가 그대로 팔리는 것이다. 기업 담당자는 나와 일면식도 없는데 ‘사실상 나를 아는 사태’가 벌어진다. 기업은 정보를 바탕으로 상품을 생산하거나 적절한 유통업체나 의료상품을 소개한다. 끔찍하지 않는가.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는 기업들이 ‘최소 수집’의 원칙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도록 규제하고 감독해야 하며, 언론은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벌어질 사태에 대한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심층보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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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한국 피해자 최대 8만6천명"> 연합뉴스 2018/04/06 17:38

페이스북코리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국내에서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예상되는 총 이용자는 8만5천893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구멍인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thisisyourdigitallife)'라는 심리 상태 분석 앱을 설치한 한국 이용자 184명의 페이스북 친구 숫자를 근거로 계산된 것이다. 페이스북은 인터넷주소(IP)의 위치에 기반해 해당 기간에 한국에 있었던 이용자 수를 집계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가 최대 8천700만명에 달한다고 최근 페이스북은 밝힌 바 있다.

2)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는 주요 SNS 사업자들이 스마트폰에서 이용자의 통화 문자기록 등에 접근 가능하거나 수집해 왔다는 언론보도에 따라 국내·외 주요 SNS 사업자(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밴드)의 개인정보 수집 관련 적정성 등에 대한 실태점검에 착수하기로 하였다.

4.6 페이스북 ‘8,700만명 개인정보 제공’ 보도 관련 참고자료

□ 페이스북 진행사항 o 전 세계 8천700만명 해당 사용자에게 페이스북 뉴스피드 상단을 통해 정보 공유의 가능성에 대해 공지예정(4.9., 미국 서부시간 기준)이며,

- 페이스북 코리아, 국내 추정 인원 등에 대한 내용 보도자료 배포예정(4.6., 17:30)

□ 향후 계획 o SNS사업자 통화 문자기록 실태점검 시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제3자제공의 적절성등에 대해서도 검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