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의 기운을 마신다는 마음으로십 년도 훨씬 지난 일이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얼굴이 벌게 지던 여름날. 엄마는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두 개의 냄비를 살피곤 했다. 행여 불 조절이라도 맡길까 봐 나는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은은하게 구수한 향을 퍼뜨리는 현미차와 너무 오묘한 냄새라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야채수프였다. 모두 아토피로 휴학 중인 언니를 위한 것이었다. 명현반응으로 고생하긴 했지만, 언니의 피부는 조금씩 회복되었다. 다시 복학을 했고, 나는 그 사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백일 무렵부터 아이의 머릿속이 하얘지더니, 점점 피부가 짓무르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