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도시공원, 그 현실 - 1편] 공적 자금 투자, 적정 제도 마련나선 서울
위기의 도시공원, 그 현실
일몰 위기에 빠진 도시공원에 대해 중앙정부는 도시공원 관련 사무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책임이라며 일체의 재정 및 행정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도시공원 일몰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들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무방비 상태에 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일몰에서 공원을 지킬 수단으로 민간공원특례제도에 의존하고 있으나 이 제도는 아파트 개발이 목적인 사업자들에게 개발이익을 보장할 뿐 공원을 지킬 적절한 수단이라 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협력체계 구축’에 대단히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면서 일몰 관련 대응 정보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위기의 도시공원을 둘러싼 지역별 현실을 진단한다.
서울시 도시계획으로 결정된 공원은 2,162개소, 114.44㎢로 이는 서울시 행정구역 면적의 19.1%에 해당하며 서울 시민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11.04㎡이다. 이중 장기 미집행 공원은 136개소, 99.39㎢로, 공원 개소수로 보면 미집행 비율이 6.3%에 불과하지만 미집행 면적 비율은 86.8%에 이른다. 서울시민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을 보면 집행이 완료된 공원은 1.73㎡/인에 불과하고 미집행 공원이 9.57㎡/인이다.
이처럼 미집행 면적 비율이 높은 것은 도시외곽 산지 형태의 (기존)도시자연공원과 시가지 안에 위치한 구릉지 형태 대규모 근린공원의 집행이 완료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미집행 공원 중 55%(5.28㎡/인, 국유지 포함)는 집행되었으며, 미집행 사유지 약 45%(4.29㎡/인)가 도시공원 일몰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몰 전까지 미집행 사유지의 약 10%(0.95㎡/인)를 집행하고 나머지 미집행 사유지가 실효된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서울시민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7.7㎡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상의 기준인 6㎡/인을 상회한다. 또한 서울시에는 도시계획공원 이외에도 자연공원(국립공원, 3.63㎡/인), 강변공원이나 마을마당 등의 기타공원(1.53㎡/인)을 포함하면 12.86㎡/인으로 세계보건기구에서 제시하고 있는 녹지비율 9㎡/인을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caption id="attachment_188915" align="aligncenter" width="1040"] ⓒ환경운동연합[/caption]
미집행 도시공원 해소를 위한 시 재원투입계획
서울시는 2002년부터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매입에 연평균 1,250억 원을 투입하여 2014년 말까지 총 1조6200억 원의 재원을 투입하여 왔으며, 2022년까지 약 5,500억 원(공시지가 기준), 2023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재원을 투입하는 집행계획을 시의회에 보고한 바 있다. 현재 도시개발특별회계 내에서 공원보상비를 마련하고 있으나 장기적인 보상을 위해서 도시개발특별회계 내의 일정 부분을 공원사업비로 의무화, 확대하는 방안이나 지방채 발행 등 안정적 재원 확보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서울시는 미집행 공원용지 중 공원으로 이용되고 있거나 필요한 지역, 개발가능지 및 훼손지를 우선적으로 보상해 가고 있기 때문에, 2020년 이후에도 미집행인 사유지는 대부분 개발이 불가능한 임야 상태일 것으로 예측된다. 2020년까지 재원부족으로 도시계획시설로 유지하지 못하고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대체하는 지역이나 녹지활용계약 토지 등 ‘공원적’ 용도로 활용하는 사유지에 대한 간접적인(재산세 세수 감소분 고려) 보상혜택 범위를 점차 확대할 필요가 있다.
도시공원 일몰에 대응하는 정책방향
국유지를 활용한 공원존치
서울시 미집행 도시공원용지 중에는 국유지가 약 33% 포함되어 있으며, 소유별로 보면 산림청, 국방부, 문화재청, 교육부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국유지가 많은 것은 1962년 서울도시정비계획에서 국공유지 중 ‘실질적’으로 공원 기능을 발휘하는 곳을 공원용지로 결정(건설교통부 고시 제 187호)하는 등 총독부, 건설부 등 지방자치제 실시 이전부터 국유지를 공원으로 결정·이용하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장기 미집행시설 해제 가이드라인」에서도 ‘국공유지는 해제대상에서 제외하고 존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현재 공원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국유지는 가능한 도시공원으로 존치·관리하도록 한다. 미집행 도시공원 내 국유지는 대부분 행정재산으로 매각 대상이 아니므로, 기존처럼 도시공원으로 존치하더라도 ‘과도한’ 재산권 제한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도시자연공원구역 제도의 운영
서울의 미집행 도시공원은 대부분 관악산, 북한산, 남산 등 산지형 공원으로 도시기본계획이나 공원녹지기본계획, 기본경관계획 등의 상위계획에서 서울의 자연환경 및 경관보전, 정체성 확보를 위하여 보전해야할 공간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10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모여 사는 서울이니만큼 이들 산지 공간에 대한 여가·휴양적 수요도 매우 높다. 최근에는 걷기 열풍과 더불어 시 외곽의 도시자연공원을 잇는 둘레길뿐만 아니라 시가지 안의 구릉지형 근린공원을 잇는 둘레길 등 공원길이 연결돼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산지의 이용자가 증가하는 만큼 이용자들의 안전한 이용을 모색하고 환경 훼손, 이용시설의 설치 및 관리 등 체계적으로 산지의 보전 및 이용관리에 정부를 비롯한 공적기관이 개입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도시공원·도시공원구역·녹지의 구별
서울시는 기존의 도시자연공원 중 시민들에게 공원 형태로 이용되고 있는 부분은 도시공원으로 변경하고 나머지는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대체 관리하는 재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개발제한구역과 중복된 지역에 대해서는 공원 기능의 유지 방안과 연계 가능성 측면에서 공원 해제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에서도 도시민의 여가활용시설 및 등산로 등의 체력단련시설의 설치는 가능하지만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결정할 경우에는 시설이 공공시설물로 귀속되는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 또한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는 생태계의 학습 및 교육을 위한 이용 및 관리, 자연환경 및 경관을 보호·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단순히 개발을 제한하는 개발제한구역과는 달리 도시민이 ‘공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곳이어서 기존의 도시공원과 마찬가지로 사적 권리 제한에 따른 재산세 감면 50%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세금 감면이 가능해질 경우 ‘공원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개발제한구역의 토지 소유자들은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역차별 가능성도 존재한다.
[caption id="attachment_188917" align="aligncenter" width="1093"] ⓒ환경운동연합[/caption]
비재정사업의 확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민간공원 추진자의 도시공원 및 공원시설의 설치·관리)에 의하면 공원 안의 사유지 토지 소유자들은 실시계획인가를 받아 도시공원이나 공원시설을 설치할 수 있으며, 21조 2(도시공원부지에서의 개발행위 등에 관한 특례)의 특례를 적용받는 민간공원특례사업에 의해서도 공원시설 설치가 가능하다. 위 경우에 도시공원 또는 시설사업에 대한 실시계획인가를 받으면 비재정사업으로 분류되어 집행 중인 시설로 간주(미집행에서 제외)된다. 서울시의 미집행공원은 개발행위허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임야가 대부분으로, 수 개의 공원에 대한 민간특례공원사업 제안이 있었으나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모두 부결된 바 있다. 그러나 개발행위특례를 적용받지 않은 민간 추진자에 의한 공원시설사업이 추진된 비재정사업의 사례는 다수 존재한다.
일례로 종교시설이나 종중 등의 법인, 개인 등 토지 소유자가 민간공원 추진자가 되어 박물관 등의 교양시설이나 문화체육시설, 유희시설, 체육시설 등의 공원시설을 설치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토지 소유자는 소유권의 변동 없이 어느 정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고, 실시계획인가를 받은 부분은 미집행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이를 비재정사업 수단으로 확대, 활용할 필요가 있다.
빌려 쓰는 공원제도(녹지활용계약)의 확대
서울시는 2007년 「서울시 도시녹화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지난해까지 30개소 1,308,429㎡의 도시계획시설 공원부지 등 임상이 양호한 사유지 등을 대상으로 장기 임대계약인 녹지활용계약을 추진하여 왔다. 산지에 산책로를 개설할 경우에 산책로 부분만 공용사용으로 인하여 비과세 대상이 되지만, 녹지활용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체결 필지 전체 면적에 대해 체결 기간(5년 이상, 10년)동안 재산세 비과세 혜택이 있다. 서울시의 도시공원은 대부분 산지 형태여서 도시공원으로서 기능을 수행한다 할지라도 임상이 양호한 임야를 포함한 ‘모든’ 토지를 매수하여 공원으로 집행하는 것은 사실상 곤란하다. 따라서 도시공원 일몰 후 해제되는 임상이 양호한 사유지에 대하여 토지 소유자들에게 최소한의 보상을 하면서 공원으로 빌려 쓰는 녹지활용계약을 확대해 가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난개발 방지를 위한 보전용 용도지역의 변경
서울시의 미집행 도시공원은 대부분 임상이 양호하여 보전이 필요한 임야 상태인데, 녹지지역이 73.7%(자연녹지지역 73.6%, 보전녹지지역 0.1%)이고 주거지역이 26.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시가지 안의 녹지거점인 근린공원의 경우에는 주거지역이 51.1%이고 녹지지역이 48.8%로, 토지의 형상(임야 등)과 용도지역이 불일치한다.
그동안은 도시공원으로 결정되어 용도지역에 관계없이 개발이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용도지역 불일치가 문제화되지 않았지만, 도시공원 결정이 실효되면 토지형상에 적합한 보전용 용도지역으로의 변경이 필요하다. ‘장기미집행된 도시자연공원 및 근린공원 중 해제되는 공원은 가급적 보전녹지지역으로 지정한다.’는 「도시·군 관리계획 수립지침」에 따라 보전녹지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caption id="attachment_188918" align="aligncenter" width="778"] ⓒ환경운동연합[/ca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