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법원 판결도 무시하는 검찰의 불법파견 불기소 결정을 규탄한다. 검찰은 잘못된 불법파견 판단 지침을 즉각 폐기하라.

1. 전주지방검찰청은 2018. 1. 23. 배터리제조업체 아트라스비엑스(이하 ‘아트라스’)의 불법파견 혐의에 대하여 불기소 결정을 하고, 같은 해 2. 1. 그 이유를 통지하였다. 사내하청업체인 티엔에스의 실체가 인정되고, 아트라스가 개별적ㆍ구체적으로 티엔에스 노동자들의 작업을 배치ㆍ결정하거나 도급인으로서의 지시ㆍ감독권을 넘는 사용자로서의 업무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7다260926 판결은 다른 공정 하청노동자들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에 대한 아트라스 측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였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를 무시한 불기소 결정이 나온 것이다.

2. 한편,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은 2017, 12. 21. LCD용 유리제조업체 아사히초자화인테크노한국(이하 ‘아사히’의 불법파견 혐의에 대하여도 불기소 결정을 하였다. 그 주된 이유는 위 아트라스 사건과 거의 판박이이다. 참고로 아사히는 고용노동부 구미고용노동지청이 2017. 8. 31.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면서 사내하청업체 지티에스의 노동자 178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지시를 내리고 17억 8천만 원의 과태료까지 부과한 사업장이다.

3. 검찰이 불법파견 사업주들에게 불기소처분으로 면죄부를 주어 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4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들이 고소한 불법파견 사건에 대해 고용노동부 울산고용노동지청이 2004년과 2005년 세 차례에 걸쳐 불법파견으로 규정하고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울산지방검찰청은 2007년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심지어 2010년 대법원판결의 이후 고소ㆍ고발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의 태도는 일관되게 불기소였다. 이쯤 되면 담당 검사 개인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검찰의 불법파견 판단 지침 자체가 진정한 문제로 판단된다.

4. 검찰은 2007. 4. 19. 시행된 “근로자파견의 판단 기준에 관한 지침”을 근거로 불법파견 해당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위 지침은 파견법 상 ‘근로자파견’의 정의 규정이나 위 지침 제정 이후 쏟아진 법원의 ‘근로자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에 관한 법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판례는 간접적·포괄적·상당한 지휘감독이나 작업배치·변경 결정권의 행사를 근로자파견의 징표로 이해하나, 검찰은 구체적·개별적·직접적 작업배치 및 업무지시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또한 판례는 원청의 작업조직에의 실질적 편입이나 기능적 혼재도 근로자파견의 징표로 파악하나, 검찰은 장소적 혼재를 고집하거나 심지어 원·하청 노동자 사이의 협동작업까지도 사업의 특수성으로 면죄부를 주거나 부차적이라는 이유로 배제하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파견법 상 정의 규정과 판례 법리에 따를 경우 불법파견으로 인정되어야 함에도 잘못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불법파견의 범위가 매우 제한되고 있는 것이다.

5. 노동하는 자의 열등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이용하여 그 취업이나 노동관계의 존속에 개입함으로써 중간이득을 취하는 행태는 오래된 봉건적 악습에 해당한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노동 관계법은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근로자공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서의 이른바 사내하도급은, 도급계약의 외형을 빌어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서의 근로자 파견을 금지한 파견법의 적용을 잠탈하는 것일 뿐, 그 본질은 근로자공급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내하도급 문제를 바라보고 적절한 통제를 가하고 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국가기관으로서의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검찰은 2007년 제정된 잘못된 불법파견 판단 지침을 즉각 폐기하라.

2018. 2. 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김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