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으로 가는 길
김은희 박사(시민환경연구소 연구위원)
2014년 시민환경연구소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남극해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캠페인을 맡게 되었고 덕분에 남극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는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 남극 캠페인을 하다 보니 그 동안의 전공과 연계할 수 있도록 연구 과제를 지원했는데 운 좋게 선정되어 올해 처음으로 남극으로 시료 채취를 위해 떠나게 되었다. 항공편 예약을 할 때는 언제 출발 날짜가 올까 싶었는데 어느새 미국 엘에이, 페루의 리마, 칠레의 산티아고를 거치는 36시간여의 여정 끝에 남미 대륙의 최남단 도시이자 남극으로 가는 관문인 푼타 아레나스에 도착했다.
[caption id="attachment_186575" align="aligncenter" width="640"] 장보고 기지에서 보내 온 웨델해 물범 사진 (사진 제공: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부 김정훈 박사). 세종 기지에서는 어떤 생물들과 만나게 될지 무척 기대가 된다. 장보고 기지는 작년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에서 지정된 로스해 해양보호구역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어 앞으로 이 지역의 생태계 연구가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한국 연구자들의 과학적 기여도가 더욱 중요하게 된 시점이다. 앞으로의 남극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caption]
푼타 아레나스에서 민간 항공기편을 이용해서 남극 대륙으로 가야 하는데 16일 새벽 출발이던 일정이 도착지인 킹조지 섬 비행장의 활주로에 눈이 많이 쌓인 관계로 일단 하루가 연기되었다가 또 하루가 연기되었다. 한국시간으로 18일 정오에 출발하기로 일단 확정이 되긴 했는데 오늘 푼타 아레나스에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어 정말 비행기가 이륙을 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경험자들의 얘기로는 심지어 비행기가 킹조지 섬까지 갔다가도 착륙을 하지 못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킹조지 섬의 비행장에서 세종과학기지까지는 조디악 보트로 이동을 해야 한다니 정말 멀고도 먼 여정의 남극이다. 도착하고 나면 지난 여름에 선박 편으로 보낸 실험 기자재와 소모품들이 잘 도착했는지 확인해야 하고 숙소를 배정 받고 기지 생활에 대한 오리엔테이션도 받는다 하니 계속해서 쉼 없는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caption id="attachment_186576" align="aligncenter" width="500"] 남극 장보고 기지에서 보내 온 황제 펭귄의 가족 모습. 세종기지에 도착하면 기지 주변의 펭귄 마을에 서식하는 아델리 펭귄과 젠투 펭귄들의 사진을 올릴 예정이다 (사진 제공: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부 김정훈 박사).[/caption]
오고가는 여정, 입남극 날짜가 지연될 경우, 기상 조건으로 야외 활동을 하지 못하는 날들을 생각하면 세종 기지에서 머무는 5주가 약간 넘는 일정도 사실 빠듯해 보인다. 이번 남극행의 목적은 대기를 통해 장거리 이동을 하는 오염물질 중에서 특히 수은이 눈과 해수, 이끼류 등에 얼마나 있는지 또 수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통해서 펭귄에는 축적된 수은 농도는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하기 위함이다. 남극에서의 시료 채취는 매우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어 미리 연구 내용을 제출하여 채취할 시료의 세부 사항을 보고하고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caption id="attachment_186577" align="aligncenter" width="640"] 푼타 아레나스 숙소에서 바라 본 마젤란 해협 (사진: 김은희)[/caption]
이번 남극행은 과제를 위한 출장이긴 하지만 남극 보호 캠페인을 위해서라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멀고 먼 남극까지의 거리 만큼이나 남극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남극에서의 조업 뿐만 아니라 장거리 이동을 통한 오염물질의 유입 등 다양한 인간 활동들에 의하여 남극이 얼마나 영향을 받고 있는지 사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것은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다. 남극의 이야기들을 실감 있게 전달하고 우리의 사소한 생활 습관을 변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저 멀리 남극의 펭귄들에게는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알리는데 이번 남극 경험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