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정의센터는 먹거리가 인간과 생태계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책임 있는 행동을 모으고,
지속 가능하고 정의로운 먹거리체계를 만들기 위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7년 하반기부터 지속 가능하고 정의로운 먹거리 체계를 만드는데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 ‘먹거리공동체프로젝트‘를 시작하였습니다.
아동, 청소년, 독거노인, 이주여성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건강한 먹거리를 나누고 소통하며, 지역, 마을, 이웃들 간에
따뜻한 관계망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웃들과 만들어나가는 마을부엌 소개에 이어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과 함께 먹거리를 나누며 소통하고 있는 사람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마을무지개 전명순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2006년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결혼이주여성과 함께 한 모임을 시작으로
2011년 마을기업을 지나 2017년 사회적기업까지의 긴 과정을 자세하게 들려주었습니다.
대표님과의 인터뷰 내내 마을무지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을 기반으로 아동, 청소년, 이주여성 등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먹거리를 나누고 따뜻한 관계망을 만들고 있었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힘이 지금의 마을무지개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음식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다문화라는 경계가 사라진다는 말을 들으며 먹거리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고민하는 마을무지개를 응원하며 인터뷰 당시 나눴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사진출처 : 마을무지개 홈페이지 >
대표님이 처음 다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2006년에 다문화 관련 일을 시작했어요. 은평구 대조동에 있는 꿈나무 도서관에서 봉사하고 독서교실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었어요. 그때 다문화 여성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이 생겼는데,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내가 도움을 줄 것이 있겠고 나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왜냐면 그때 당시 혼자 중국어를 배우는 중이었어요. 나는 한국어를 알려주고 그분들은 나에게 중국어를 알려주고 서로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당시 주강사분이 계셨고, 저는 보조강사로 활동하면서 수업시간 전에 먼저 가서 다문화 여성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3월부터 5월까지 총 8번을 만났는데, 이 8번의 만남 동안 정말 많이 친해질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수업 이외에 시간에도 항상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가까워진 것 같아요. 한 번은 야외수업 마무리로 한국에 살면서 제일 기쁜 일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했는데, 대부분이 슬펐던 일을 얘기했어요. 이때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문화 정책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 한국어 교실보다는 이분들의 정서를 다루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생각했고 이때부터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마을무지개 사무실이 위치한 혁신파크 내에서 인터뷰>
마을무지개가 만들어진 과정이 궁금합니다. 한국어 교실에서 만난 분들과 매일 수다 떨고 밥을 먹다 보니 이주여성분들 모두 요리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알았어요. 특히 한국요리를 만들고 싶어 했어요. 그래서 한국요리를 같이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장소, 돈 아무것도 없었지만 우리 수준에 맞게 되는대로 일단 시작을 해보았어요. 그런데 도와주는 사람이 정말 많았어요. 그때부터 요리교실 외에도 노래교실, 기타교실, 아기들 장난감 만들기. 소품 만들기, 한국어 교실, 책 읽고 이야기 나누기. 봄에 소풍 가기 등등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실행해 나갔어요.
대부분 동네 사람들이 선생님으로 와서 진행해주었고, 저희가 요청하면 대부분 수락해주셨어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기대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고, 연간 계획을 짜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진행해보자 생각했어요. 동사무소로부터 지원을 받아 9개월 동안 대략 15차시 정도 모임을 가졌어요. 이 모임을 하면서 이주여성분들이 참 재밌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었어요.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 들으니 너무 즐겁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우리만 듣기보다는 초, 중학생들이 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중국의 문화, 중국의 요리 배우기 등등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도서관에 재료비만 받고 여름방학 특강을 열었는데.. 20명이 바로 모였고 대기자까지 생겼답니다. 그렇게 중국 선생님이 1시간 30분 강의를 해주었고(통역이 진행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인기가 좋다 보니 지원을 받아 더 진행을 하고 싶었어요. 서울시 공모사업에 선발되어 초등학교 에서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이때 큰 변화를 느꼈어요. 결혼 이주여성이 아니라 학교 선생님으로 불리기 시작했어요. 이후로 점점 발전해서 더 많은 교육을 나가게 되었고 ‘함께 가는 아시아 여행’도 진행할 수 있었어요. 그 당시에는 다문화 여성이 진행하는 다문화 교육이 없었기 때문에 저희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았습니다. 교구도 만들고 점차 다문화교육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그렇게 활동을 하다 다문화 관련 활동에 관심 있는 분이 저희 도서관을 찾아왔었어요. 그분의 소개로 마을기업 공모에 참여하여 2011년에 선정되었고, 마을&도서관 마을기업(카페, 청소년, 다문화, 텃밭사업 등)으로 활동하였습니다. 마을기업 초창기라 어려움이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2012년 다시 새로운 제안이 왔고, 다문화만 분리해서 마을무지개로 독립하였어요. 그럼 이제 우리한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또 질문을 던졌어요. 마을무지개로 오면서 다문화교육 매뉴얼을 만들었죠. 나라별 워크북, CD를 만들고, 다문화 의상도 구입하고 점점 더 발전했죠. 재래시장 쪽 작은 공간에서 사무실을 이용하다 은평상상허브 공간 입주자 모집 요청을 받고 은평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또 자리를 잡게 되었죠. 항상 때가 참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2012년도에 은평교육콘텐츠에 참여하면서 이미 다문화교육을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방학 때는 수업이 없다 보니까 우리와 교육을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은 많아 고민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 한 번은 우리끼리 밥을 만들어 먹다가 은평상상허브에서 수요식당을 시작했어요. 매주 수요일에 20인분 정도씩 주문을 받아서 음식을 했는데(쌀국수 등)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은평상상허브가 사무실이 있는 공간이다 보니 조리공간이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공모를 받아 먼저 메뉴 개발, 홍보 리플릿을 만들어 케이터링이 갖춰지기 시작했고 2016년 5월, 다문화 전문 음식점 ‘타파스’까지 만들게 되었습니다.
<사진출처 : 마을무지개 케이터링 전문 홈페이지>
현재 다문화 선생님 구성원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 5국가(베트남/필리핀/중국/캄보디아/일본), 총 8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에 살면서 실제로 먹거리 관련해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까요? 음.. 음식에 대한 갈증은 참는 부분이 조금 있다고 생각해요. 가정 내에서 매번 내 나라 음식을 만들기 어렵고, 또 스스로가 한국음식화가 되어가다 보니.. 또 한국에 와서 사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지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타파스가 생기면서 마을무지개 선생님들은 그 갈증이 조금은 해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먹거리 부족한 부분을 떠나 내 나라 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케이터링 준비하면서 이거 맛없다고 하면 어떡하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이요. 지금은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케이터링과 학교 교육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음식을 궁금해하고 많이 물어보고 맛있다는 의견을 듣고 점점 자신감이 생기는 걸 볼 수 있었어요.
마을무지개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요? 우리의 공동체가 처음부터 이웃으로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문화 프로젝트 진행자와 대상자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저희는 그냥 같이 밥 먹고, 서로 고민 이야기하고, “뭐 해볼까?” 이러면 같이 배우고 싶은 것도 진행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왔기 때문에 오래 지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주민 위주로 진행된 것이 마을무지개의 특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마을무지개의 활동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모임, 비영리, 소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기업의 형태이다 보니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도 건강한 일이어야 하고요. 이 부분은 음식을 통해서, 음식을 먹으면서 다문화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것을 보았어요. 저절로 인식개선이 되는 것을 직접 느끼다 보니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이라 생각을 합니다.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적인 일자리는 기존의 기업들도 고민하는 것으로 앞으로는 이 부분을 더 고민하고 집중하려 합니다.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을 해요. 케이터링 사업은 100인~200인분 정도의 많은 양을 준비해야 하니 공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케이터링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을 구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앞으로도 고민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