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이었죠! 11월 24일부터 26일까지 정보공개센터는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일본에도 정보공개센터와 매우 비슷하게 정보공개 관련 정책연구, 정보비공개 법적 대응, 후쿠시마 원전사고 아카이브 구축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클리어링 하우스'가 있는데요, 클리어링 하우스와 정보공개센터가 함께 한일 정보공개 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24일 금요일에는 클리어링 하우스를 방문해서 20년동안 정보공개 전문활동 단체가 어떻게 활동하고 유지되어 왔는지, 앞으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일본에서는 정보공개제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50대 이상의 노년층이라고 하는데요, 이 부분은 시민사회의 지속가능성과도 연관이 큰 부분이어서 참고할 점이 많았습니다.
25일에는 일본 도쿄 센슈대학이라는 곳에서 컨퍼런스가 있었는데요, 양국의 정보공개 제도 및 정보공개 활용의 현황과 과제, 그리고 기록관리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무려 10시부터 6시반까지 긴 시간동안 열띤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하는 문제, 정보공개청구를 귀찮은 업무로 생각하는 문제, 비공개 남발등 한일 양국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들도 많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차이도 상당히 컸습니다.
일본의 정보공개법은 1999년 만들어졌고 2001년부터 시행이 되는데요, 이 법은 한국처럼 모든 공공기관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 행정기관에 대해서만 해당되는 법률입니다. 지자체나 법원, 기타 공공기관의 경우 정보공개제도가 다양한 조례와 법률, 규정에 흩어져 있어 현황을 파악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데요, 각 국의 행정 체계나 행정 운영원칙이 상당히 다르다는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법률 내용에 있어서는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의 정보자유법을 참고한 부분이 많고, 기본원칙은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일본의 제도는 정보공개 청구권을 가진 청구인을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국민'에 한정시키고 있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반대로 일본의 경우 정보공개법의 공개 대상은 '행정문서'에만 적용이 되기 때문에 청구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한국에 비해 좁고, 또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참고문서라는 식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 문제가 되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전자화'가 얼마나 이루어졌느냐였는데요, 한국의 경우 정보공개가 대부분 온라인 사이트에서 이루어지고, 공문서 역시 업무관리시스템을 통해 90%이상 전자화 되어있는 반면 일본은 일원화된 사이트가 없고 동사무소나 구청에 직접 청구를 하러가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기록관리에 있어서도 대부분이 종이기록이기 때문에 한국의 전자업무 시스템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관심을 보였던 부분이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정보공개를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도 상당히 큰 관심사였는데요, 서울시 정보공개정책과에서 상당히 많은 질문을 받으셨습니다;; 저희에게도 인상적이었던 내용이 많았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결재문서를 기본적으로 '정보소통광장'에 공개하고 있는데요, 공무원들은 업무편의를 위해 정보공개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기때문에 이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정보공개정책과에서 어떻게 했는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백번 '이렇게 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비공개' 했을 때 더 귀찮게 만드는 것이 굉장한 효과가 있었다고 전해주셨는데요, 담당자가 비공개 설정을 했을 때 왜 비공개인지 설명하도록 하고, 재검토를 요구하고, 국민 알권리 침해에 대한 경고 메일을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비공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 정보공개를 잘 한 부서에는 회식비와 상품권을 수여한다고 합니다ㅎㅎ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정보공개제도와 활용, 기록관리의 과제에 대해 개괄적인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내년 한국에서 있을 한일 정보공개컨퍼런스에서는 정보공개사각지대 문제나 소송사례, 기록관리 쟁점 등 좀 더 세부적인 주제를 가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_^
일본에도 정보공개센터와 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는 것도 참 반가웠지만, 앞으로 역사나 외교 문제 등 주요한 정보공개 활동을 함께 기획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다는 사실이 참 든든했습니다. 다시 만날 때는 조금 더 나아진 현황을 서로 공유할 수 있길 바라며 한일 정보공개 컨퍼런스 후기를 마칩니당 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