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머릿속에 바람이 들어와 훑고 지나간 듯 아득해질 때가 있다. 그 순간마다 애초 기억은 없었던 듯
그렇게 까마득해진다. 그것이 거듭될수록 깨어서 꾸는 꿈은 꿈도 못 꾸고 죽음과도 같은 잠속에서 꾸는
꿈으로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보고 기억도 못할 미래를 본다. 오로지 꿈속에서만..
치매는 아닐 것이다. 아직까지 사람은 알아보니.. 그것도 호불호가 분명한~
사람 알아보고 걸어 다닐 수 있을 때(^!^), 가을이 가기 전에 어디든 가고 싶었다. 일로 답사를 갔던
소백산국립공원에 미련이 남았다. 사람들은 일로 가나 그냥 가나 어차피 보는 건 같을 텐데 무슨 차이냐고
한다. 굳이 놀러가는 것과 일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까.. 일은 일이다. 일은, 눈 먼 돈을 받고 공허한 말을
해야 한다. 놀러 가는 건.. 그냥 여기까지~
청량리역에서 기차타고 가면 3시간가량 걸리는데 지역에, 국립공원에 사람이 안 온다고 걱정한다.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시설 놓을 때는 공공성을 내세우며 그것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집요하다.
그러다 수익성이 안 나면 또 공공성을 들먹이고 새로운 시설을 재촉한다. 늘 그렇다. 중국 장가계를 흉내
낸 잔도도 만들었는데 사람이 안 온다니.. 어쩌자는 말인지.. 지역의 개발업자들이 말하는 공공성과
수익성은 그냥 똥 누러 갈 때의 마음과 나올 때의 그 마음, 그것이다. 결국 공공성과 수익성은 무한 재생
반복하는 언어일 뿐.. 이럴 때 정치의 역할은 기름을 붓는 것이다. 활활 타올라서 재가 남으면 그 재를
치워주겠다며.. 에라이..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국립공원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소백산국립공원은 산봉우리들이 들쭉날쭉 기복이 크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진다. 국도 5번, 죽령 산허리를 통과하는 중앙선 철도, 중앙고속도로가 땅속, 공중 가릴
것 없이 뻗어 있다. 삼재가 침범하지 못하는 땅에서도 옥에 티처럼 흠이라는 해발 689m 죽령에서 출발한다.
뒤돌아보니 도솔봉이 보인다.
다 왔다. 대피소에~
취사장에 먼저 들러 물을 끓인다. 지는 해을 바라보며 커피 마시려고~
그냥 노는 것에 집중하려 했는데 직업병처럼 이런것을 찍는다^^
해가 지고 있다.
아침이다. 어제 우리가 걸어왔던 시멘트길이 구불구불 보인다.
어제 사라진 해 다시 떠 오른다. 해는 구름에 가렸다 나왔다 한다.
아침 7시20분경 비로봉을 향해 출발~
잿빛으로 변해가는 가을 끝에 참빗살나무가 녹색잎과 빨간 열매까지 달고 있다.
시멘트 길의 원인인 천문대
연화봉
해는 보이지 않고 빛만 내려 보낸다.
우리가 걸어온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자꾸 뒤돌아 보게 된다.
저 봉우리 끝 비로봉이다.
산림청이 기후변화 모니터링한다고.. 기후가 변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비로봉에 다 왔는데 정상은 공사중이다. 무엇을 공사하는건지.. 잠시 머루르지도 못하고 내려간다
몇년 전 '나무곁으로' 할 때 이리로 올라왔다. 그때는 없던 데크도 생기고 돌길도 생기고..
강산은 10년마다 바뀌지 않는다!
또 무언가를 하려나보다. 아무말 안하려 했는데.. 솔직히 국립공원 탐방로 너무 편하다.
국립공원에 길들여진 나는 서울 근교의 산을 다닐 때가 더 힘들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국립공원이 더 힘들어야 하는거 아닌가!@@
삼가로 내려오니 가을이 가기 전이다. 내가 그토록 부르짖던~~
내가 또 아무말 안하려 했는데.. 발 씻는 곳, 신발 씻는 곳까지 있다. 우리집에도 없는 것을...
삼가야영장이다. 집 사려고 평생을 바둥거리면서 그 집 놔두고 밖에서 자고 싶은 현대인들~
허망할 것이냐.. 괴로울 것이냐.. 손에 쥘 수 없는 저것..
붉은 사과에 마음에 베이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