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용기 목사님, 세금 내셨나요?
여의도 순복음교회 주차장 한 쪽에는 조금 특별해 보이는 문이 있다. 일반 신도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개방된 다른 문들과는 달리, 이 문에는 디지털 잠금장치가 있고 벨을 누르면 안에서 신원을 확인한 뒤 문을 열어준다. 문 앞에는 감시용 CCTV도 설치돼 있다. 취재진은 조용기 목사를 기다리기 위해 일요일 오후 이 문 앞에서 4시간 정도를 서 있었다. 고급 블라우스 차림에 명품 백을 든 여성이 여자 아이를 데리고 그 문 안으로 들어섰다. 조용기 목사의 가족인 것 같았다. 조 목사가 사는 연희동 저택 앞에서도 이 여성의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조용기 목사는 시가 60억 원을 호가하는 서대문구 연희동 저택에 지난 2011년부터 살고 있다. 뉴스타파가 새롭게 확인한 사실이다. 조용기 목사가 사는 곳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거주하는 바로 그 동네다. 서울 한복판에 대지만 900m²에 이르는 고급주택에 은퇴한 목사가 산다고 해서 그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다만 그 저택이 교회소유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해당 주택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그곳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소유였고, 2011년 매매당시 거래가격은 35억 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일반 국민이었다면 취득할 때 내야 하는 세금만 1억 2천 2백 50만 원으로 계산됐다. 그러나 소유자가 교회고, 해당 부동산 취득이 교회의 고유목적사업(선교, 교육, 불우이웃돕기, 장학사업 등)이라면 해당부동산은 비과세 대상이 된다. 담임목사의 사택도 비과세 대상이다. 비과세 대상은 딱 거기까지다.
그런데 조용기 목사는 이미 9년 전 담임목사직에서 내려왔다. 당회장직도 그만뒀다. 교회에서 예우하는 원로목사라고 할지라도 조용기 목사가 그 고급주택에 무상으로 살고 있다면 당연히 증여세 부과대상이 된다. 일반국민이 해당 주택을 전세나 월세로 임대했다면 수억 원 이상을 지불해야 했을 것이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수억 원에 이르는 금전적 혜택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조목사에게 무상 증여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국세청 상증세과 장철호 과장도 국세청 예규상 이는 증여의제로, 증여세 부과대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이 주택의 세금 문제에 대해 여의도순복음교회측에 문의했다. 자신도 목사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의 공식, 비공식적 답변은 다소 황당했다. 이는 영상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세무조사로 가장 걱정되는 것은 교회내 이단세력…”
일부 대형교회들이 종교인 과세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목회자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 성직이고, 종교단체에 국가가 과세를 하거나 세무조사를 하는 건 종교탄압의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정교 분리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게 이들의 반대 이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부 대형교회가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종교인 과세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계기로 교회 재정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일부대형교회들이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며 조선일보 광고지면을 통해 주장한 핵심 내용도 “위헌적인 세무조사 시스템 반대”와 “헌금의 사용처를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50년 가까이 유보된 종교인 과세를 또 다시 2년 더 유예하자며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진표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들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김진표 의원 등은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주장이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히자 보도자료를 통해 ”세무공무원이 개별교회나 사찰 등에 세무조사를 하는 일이 없도록 국세청 훈령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익대 김유찬 교수의 지적처럼 이는 “중세 암흑시대에 유럽에서 정치권력을 교회영주와 귀족들이 나눠 갖는 모습”처럼 보인다. 지난 9월 5일 한국기독교복음단체총연합회가 시상하는 한국교회연합과일치상 시상식장에서 김진표 의원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자신의 본의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15분 동안 이어진 인터뷰의 핵심 내용 역시 영상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3. “숨길 것이 없어야 되는 게 교회일 텐데…”
일부 대형교회나 정치권이 종교인 과세에 딴지를 걸고 있지만 정작 상당수 목회자들은 내심 종교인 과세를 반기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조그마한 레스토랑을 주일에만 빌려 십여 명의 신도들과 예배를 보는 이든교회 한희준 목사의 소득은 월 110만 원 정도. 한 목사는 한국교회 목사들의 절반 이상이 월 100만 원 안팎의 사례비를 받을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목회자들 대다수가 자신의 월 사례비를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면. 오히려 근로소득장려세제나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의 복지혜택을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되니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종교인 과세가 대부분의 목회자들에게는 오히려 경제적 혜택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목회자도 투명하게 소득신고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되묻는 한 목사는 종교인 과세나 세무조사에 반대하는 일부 대형교회들을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숨길 것이 없어야 되는 게 교회고, 세무조사라는 것이 잘못을 밝혀내기 위한 것이라면 더욱 떳떳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와 불교 등 주요 종교계뿐 아니라 개신교 내 목사 다수도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고 있다. 결국 현재 종교인 과세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곳은 담임목사, 원로목사 등에게 연 수억 원의 금전적 혜택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일부 대형교회들뿐인 셈이다.
이들이 기독교 전체의 목소리처럼 비춰지는 것은 김진표 의원같은 일부 정치인들이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인 과세를 다시 또 2년 유예하자고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25명 가운데 72퍼센트인 18명이 기독교였고, 5명이 불교, 1명이 천주교, 1명은 종교가 없었다. 교회 장로이기도 한 김진표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조찬기도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재 : 최경영
촬영 : 김남범
영상제공 : 미디어몽구
C.G : 정동우
편집 : 박서영, 이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