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그날 (64)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9월 11일, 12일, 13일 동안 연거푸 평화나비광장 촛불집회 시설물(천막)을 9월 14일까지 철거하라는 계고장이 성주군으로부터 날아왔다.
군수가 허용하면 합법이고, 군수가 불허하면 불법이라는 논리가 적용되어 그동안 아무 문제없던 일들이 문제가 됐다. 변방의 작은 고을에서도 이렇게 군림하는 자들이 있다니 참 어이가 없다. 그러나 성주군은 철거 시간이 지나도록 천막을 철거하지 못했다.
촛불집회에서는 김수상 시인이 군수의 막말에 대해 분개하여 쓴 “저 아가리에 평화를!”이라는 제목의 시를 낭송했다.

방해하고 분열하는 것들이
우리를 보고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협잡하고 밀담하는 것들이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배신하고 아첨하는 것들이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개돼지라고 불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오늘은 우리가 '것들'이 되었다
'것'은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와 있다

다방이 어쨌다고
술집이 어쨌다고

푸른 풀밭 같은 초전엔 다방도 많더라
월항에서 풀 베고 초전읍내에 나가서 마시는
쌍화차는 꿀맛이더라

찜통하우스에서 일마치고
읍내에 나가서 마시는 가천막걸리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맛이더라

니들이 정말 술맛을 아느냐,
니들이 정말로 차맛을 아느냐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 어쨌다는 것이냐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은
촛불을 들고 사드를 반대하면 안 되는 것이냐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은
퍼붓는 빗속에서 사드가고 평화오라고
목이 쉬도록 외치면 안 되는 것이냐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은
손에 손을 잡고 해방의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 안 되는 것이냐

그래, 우리는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다
별고을에서 술 팔고 차를 팔아서
토끼 같은 내 새끼들 기르고 늙은 부모 모시는
술집하고 다방하는 것들이다

맨 먼저 군청 앞마당에 나와서 촛불을 밝히고
맨 마지막까지 남아서 촛농을 벗겨내던 우리가 바로
다방하고 술집하는 것들이다

#성주촛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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